지주회사 자금 충분한데 IPO 추진…“투자자 바이백 조항에 기업가치 높게 평가받기엔 올해가 적기” 분석

일각에서는 HD현대로보틱스를 향해 중복상장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 문제는 2022년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해 상장했다가 LG화학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HD현대로보틱스도 2020년 5월 그룹 지주사인 HD현대(당시 현대중공업지주)의 로봇사업 부문이 물적분할돼 출범한 점에서 앞의 LG 사례와 유사하다.
HD현대가 충분한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중복상장 논란을 감수하고 IPO를 추진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HD현대는 매년 약 2500억 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고도 수천억 원의 순이익이 발생하면서 이익잉여금이 누적되는 구조다. 지난해 9월 별도기준 이익잉여금은 3조 3644억 원이다.
HD현대는 회사채 발행도 여러 차례 흥행에 성공해 재무적 제약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7월 회사채 발행 당시 수요예측에 1조 3000억 원이 넘게 주문이 몰리면서 당초 발행 목표인 15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증액해 회사채를 발행했다.

최근 국내 주식 시장이 강세를 보인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7일 코스피지수가 사상 첫 5000선을 기록했고, 코스닥지수도 2004년 지수 개편 이후 처음으로 지난 28일 1100선을 돌파했다.
HD현대로보틱스의 사업 영역인 로봇 분야는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네이버금융 집계 기준 로봇 업종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은 28일 기준 13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실적보다 미래 성장 기대를 주가에 크게 반영한 결과로, 현재 업황이 좋다고 평가되는 반도체 업종 PER(약 23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개별 종목별로 보면 PER 수준은 더욱 극단적으로 높다. 삼성전자 계열사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4년 매출 193억 원에 최근 시총 13조 원을 넘어서며 PER 7000배를 기록했다. 경쟁사 두산로보틱스 역시 2024년 매출 530억 원에 시총은 약 7조 8000억 원(28일 기준) 수준이다.
HD현대로보틱스의 기업가치는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 당시 약 8조 원 수준으로 시장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시장 기대치(5조 원)를 크게 상회한다. 지난해 10월 유상증자 당시 산정된 약 2조 원의 기업 가치 대비 4배로 불어난 셈이다. HD현대로보틱스의 연매출은 2023년 1727억 원, 2024년 2149억 원을 기록했다.

HD현대로보틱스가 상장 작업을 완주하기 위해선 기존 모회사 주주 보호 방안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내놓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기존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을지 또 다른 논리를 만들어서 상장할지 고민이 좀 클 것”이라며 “IR(기업설명회)을 통해서 얼마나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HD현대 관계자는 “로봇사업은 높은 성장성에 비해 기술 개발 기간이 길고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요구된다”며 “그룹 지주사는 주력사업인 조선, 에너지, 건설기계 부문에 대한 투자가 선행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로보틱스에 대한 투자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어 IPO를 통해 신규 자금을 유치하는 것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HD현대는 IPO 추진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시장과 적극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