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역대 최저 승점·최다 실점…준비 시간 부족했더라도 전술·운영 불안 드러나

이전부터 대한민국 대표팀은 U-23 아시안컵에서 수차례 쓴맛을 봤다. 장기간 아시아 무대에서 강호임을 자부해왔으나 이 대회에서는 성공의 기억이 많지 않다. 이전까지 '챔피언십' 등의 이름으로 불리던 대회가 아시안컵으로 개편된 2014년 이후 일곱 번의 대회를 치르면서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차지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이 유독 큰 비판을 받는 이유는 실패의 '과정' 탓이다. 이전 두 번 연속 8강에 머물렀던 대회에서도 조별리그 결과만큼은 챙겼다. 8강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으나 조별리그에서는 각각 2승 1무와 3승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2024년 대회에서는 '격차가 벌어졌다'는 일본을 상대로도 승리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첫 경기인 이란전에서 0-0 무승부에 그치더니 레바논전을 잡은 이후 최종전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완패했다. 8강을 넘은 이후 4강에서도 졸전을 벌인 끝에 한일전 패배로 3, 4위전으로 향했다. 베트남을 상대로도 끌려가는 경기를 하다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골로 연장에 돌입했다. 결국 승부차기로 경기가 이어졌으나 무릎을 꿇었다. 결국 대표팀은 대회 기간 6경기를 치르면서 2승 2무(승부차기 패배 1경기) 2패 8득점 8실점을 기록했다. 대회 최다 실점 기록이다.
대회 최종전인 베트남전에서 만회의 기회는 있었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막판, 베트남에서 퇴장이 나왔다. 추가시간 극적인 골로 연장전이 이어졌다. 연장전 30분 내내 수적 우위를 점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표팀은 좀처럼 베트남을 공략해내지 못했다. 내려서 있는 베트남 수비를 상대로 측면 크로스만을 반복하다 승부를 내는 데 실패했다.

이번 대회 팀을 이끈 이민성 감독을 향해 거센 책임론이 빗발친다. 6년 만에 4강 무대를 밟았으나 대회 내용은 최악에 가까웠다. 조별리그 승점 4점은 역대 최저 성적이다.
하지만 이민성 감독에게도 변명거리는 있다. 그는 감독 선임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시점 대회에 나섰다. 이전부터 U-23 대표팀은 감독 선임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3월, 대표팀은 친선 대회 참가가 예정돼 있었으나 1년 가까이 감독이 공석인 상태였다. 이에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이창현 감독이 임시로 팀을 이끌기도 했다. 이민성 감독은 5월 27일 U-23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이후 열흘도 되지 않은 시점에 첫 평가전을 치러냈다.
U-23 대표팀은 황선홍 감독이 2024년 4월을 마지막으로 물러난 이후 1년이 넘도록 선장 없이 표류했다. 그 배경에는 대한축구협회의 혼란이 있다.
황 감독이 대표팀을 떠난 이후 축구협회는 A대표팀 감독 선임으로 몸살을 앓았다. 감독 선임 작업을 하는 전력강화위원회가 혼란을 겪으며 정해성 위원장이 사퇴했다. 이임생 기술위원장이 배턴을 이어받으면서도 U-23 대표팀은 뒷전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에 선임됐고 이후 감독, 기술위원장, 정몽규 축구협회장 등이 나란히 국회에 불려 다니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2024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는 협회장 선거 기간을 보냈다. 선거 또한 혼란으로 기약한 날짜에 치러지지 못했다. 결국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해 5월 7일에서야 꾸려졌고 20일 만에 감독이 선임됐다. 사령탑 공백이 이어진 약 1년간 23세 이하 선수들은 이렇다 할 훈련조차 하지 못했다.
U-23 대표팀은 감독 선임 이후로도 안정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열린 아시안컵 예선은 손쉽게 통과했으나 이를 전후로 열린 친선전에서는 고전했다. 특히 중국에서 열린 친선 대회에서 중국을 상대로 패(0-2)하며 우려를 남겼다.
대회 중에도 악재는 이어졌다. 대표팀은 아시안컵 첫 경기 이란전에서 에이스를 잃었다. 미드필더 강상윤이 전반 28분 부상으로 쓰러져 교체됐다. 결국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했고 대표팀은 가장 기대받던 자원을 대회 내내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
당초 구성된 선수단 역시 최상의 전력은 아니었다. 김지수, 배준호, 양민혁 등 U-23 대표팀에 포함될 수 있는 자원 다수가 유럽에서 활동 중이다. U-23 아시안컵에 활용하기 위해 유럽 구단들의 양해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이민성 감독도 귀국길에서 "아시안게임에서는 모든 선수를 쓸 수 있기에 더 좋은 모습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한 축구계 인사는 "이전에 비해 연령별 대표팀 전력 구성이 어렵다"면서 "과거보다 유럽이 우리 선수들을 데려가는 시점이 빨라졌다. 가능성을 보이는 19세, 20세 선수들이 이미 유럽으로 진출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선수가 없다는 것이 마냥 핑계가 될 수는 없다. 다른 나라들도 U-23 아시안컵에 모든 선수를 '총출동' 시키지는 못한다"고 평가했다. 향후에도 유망주의 해외 이탈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 축구가 연령별 대표팀의 성과를 바란다면 이는 대비해야 할 문제다.

짧은 준비시간, 선수 차출의 어려움에도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냉랭하기만 하다. 일각에서는 감독 교체 필요성도 언급된다. 앞서 2018년 대회에서 대표팀은 이번과 같은 4위에 그쳤다. 4강전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한 1-4 패배가 충격을 안겼다. 이에 축구협회는 김봉길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김학범 감독을 대체자로 앉혔다. 이어진 아시안게임에서 김학범호는 손흥민, 이승우, 황희찬 등을 앞세워 금메달을 따냈다.
결과적으로는 이전에 비해 나은 성적을 기록했으나 경기 내용 면에서 부정적 평가가 나온다. 특히 4강 한일전에서는 전반전 내내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경기를 펼쳤다. 일본의 슈팅 숫자(10개)는 한국(1개)을 압도했다. 일본 선수들은 유려한 패스로 한국 선수들을 유린했다. 일본이 기어를 다소 낮춘 후반에서야 대표팀은 일부 주도권을 가져왔다.
축구 해설위원 출신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는 "충격적인 대회 결과와 내용"이라면서 "이민성 감독 스스로가 아시안게임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이제 반년 남짓 기간이 남았으면 완성 단계에 들어서야 하는 것 아닌가. 일본과 우즈벡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팀이다. 2년 뒤를 바라보고 있는 팀인데 그들에게 무기력하게 졌다"고 비판했다. 아시안게임에 비중을 두는 국가는 많지 않다. 이에 일본과 우즈벡은 이번 대회에 21세 이하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선발했다. 개막이 임박한 아시안게임이 아닌 2년 뒤 열릴 올림픽을 위해서다.
신 교수는 베트남과의 3, 4위전도 꼬집었다. 그는 "대회에서 잘하다 3, 4위전으로 간 것이 아니기에 어떻게든 결과를 내야했다. 그런데 선발 라인업에서 일부 로테이션을 돌렸다. 그런데 경기가 풀리지 않자 결국 기존 주전 자원이 교체로 투입됐다"며 "감독의 대회 운영 능력도 다시 돌아봐야 한다. 분명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이를 체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대표팀을 지원하는 "행정의 문제"라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그는 "경쟁국가들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4년간 팀을 지원한다. 어린 선수들로도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아시안게임에서 성과를 내고 싶었다면 이민성 감독이든 누구든 더 빨리 선임을 했어야 한다. 1년 가까이를 방치해놓고 결과가 좋길 바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경쟁국에서 한국 축구를 향해 '아시아 3류'라고 조롱한다. 선수와 감독뿐만 아니라 지원을 하는 쪽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자원과 와일드카드로 베테랑까지 합류하는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최근 세 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같은 연령대 선수들이 나서는 U-23 아시안컵에서는 실망을 안기는 대회가 더 많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삼는 대표팀이 대회 개막을 약 7개월 앞두고 닥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