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주가조작·여론조사 무죄, 알선수재만 유죄로 징역 1년 8개월…매관매직 혐의 등 남은 재판 결과 주목
양형은 징역 1년 8개월로 결정됐다. 특검이 징역 15년을 구형한 점을 고려하면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알선수재 혐의만 유죄로 인정된 점, 범죄 금액, 초범인 점을 고려하면 중형을 선고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판결을 두고 민중기 특검의 전략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관련해 공범으로만 기소했다가 무죄가 선고된 것을 두고 “특검이 방조범 혐의까지 예비적으로 기소해 유죄를 받아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검은 김 씨가 2010년 10월∼2012년 1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 10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했고, 2021년 4월∼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명태균 씨로부터 58회에 걸쳐 2억 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과 명태균 여론조사(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혐의 등 김건희 씨를 둘러싼 핵심 의혹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특검 입장에서 뼈아픈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무죄다. 재판부는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에 자신의 계좌를 맡길 때 시세조종을 인식하거나 이를 용인했을 여지는 있다고 보면서도, 이들과 공동정범으로 범행을 실행했다고 단정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무죄로 봤다. 여러 곳에 배포된 자료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봤다고 해도 재산상 이득을 취득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재판부는 특검이 대가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한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명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에게도 접촉한 점을 들어 김건희 씨의 대가성 공천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명 씨를 두고 ‘말이 앞서 믿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지적한 만큼 판사 출신인 민중기 특검도 진술의 신빙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해 이를 뒷받침할 핵심 증거를 보강했어야 한다”며 “명 씨 진술 가운데 유리한 부분에만 의존해 기소한 결과, 결국 법원의 엄격한 판단 기준을 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한 유죄는 ‘알선수재’ 양형 놓고 설왕설래
재판부는 김건희 씨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고가 물품을 전달받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2022년 7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백과 그라프 목걸이를 알선 명목으로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수수한 물품을 몰수할 수 없어 그 가액 상당액인 1200여만 원을 추징토록 했다. 다만 2022년 4월 받은 샤넬백은 알선 명목의 금품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윤 전 본부장이 김 씨에게 구체적인 청탁을 전달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지위가 높을수록 권력에 대한 금권의 접근을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하는데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며 “청탁과 결부된 고가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수한 다음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징역 1년 8개월이라는 형량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징역 15년을 구형한 특검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수수액이 1억 원 미만인 알선수재 사건에서 초범에게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 1년 8개월을 선고한 것은 매우 강력한 처벌”이라는 시각도 있다.
형사 재판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알선수재의 경우 범죄 혐의액이 1억 원을 넘지 않는 경우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다만 김 씨가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는 점이나 뉘우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은 양형 인자만 고려할 때 적절한 수준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김건희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은 정당법 위반 혐의다. 특검은 김 씨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에게 교인의 집단 당원 가입을 요청했다고 보고 있다. 김 씨가 전 씨와 공모해 교인 입당 대가로 통일교 측에 정부 차원의 지원과 교단 인사의 총선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한 혐의도 적용했다.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고, 양형도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사건은 매관매직 의혹이다. 김 씨는 2022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사업상 도움과 맏사위인 박성근 변호사의 공직 임명 청탁 명목으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귀걸이 등 총 1억 38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맏사위 공직 임명 청탁을 위해 선물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 밖에도 김 씨는 같은 해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위원장 임명 청탁을 명목으로 265만 원 상당의 금거북이를,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로부터 사업 지원 청탁과 함께 3990만 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를,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1억 4000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최재영 목사로부터 540만 원 상당의 디올 가방 등을 받은 혐의도 있다.
‘빌린 것’이나 ‘모조품’이라고 해명했던 김 씨의 거짓말은 모두 서희건설 측의 진술로 깨졌고, 혐의 금액 규모가 3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번 재판 결과(징역 1년 8개월) 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환한 객원기자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