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에 가슴 사이즈·성적 취향까지 공개…후원금 경매로 연락처 제공, 경찰 예의주시

소개팅 방송에는 보통 3~4명의 여성 프로필이 메모장 프로그램에 적혀 있다. BJ는 여성들에게 실제 사진과 키, 몸무게, 사는 곳 등 프로필을 받아 방송에서 공개한다. 거의 모든 소개팅 방송에서 여성의 가슴 사이즈 공개는 필수였으며, 일부 소개팅 방송에는 여성들의 성적 취향이나 성관계를 암시하는 노골적인 멘트가 기재되기도 한다.
SOOP의 한 소개팅 방송에 공개된 여성 프로필에는 ‘이상형’에 “러닝타임 짧은 남자가 좋다”, ‘첫 만남에 어디까지’에 “끝까지”라고 답한 내용이 포함됐다. 또 다른 방송에서는 여성들의 비키니 사진이나 신체 부위가 노출된 사진을 올리며 남성 시청자들에게 “오늘 물 좋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화끈하다”, “사진 더 없나”라는 채팅을 보냈다.
BJ는 프로필이 공개된 여성과 통화를 이어가며 신상과 좋아하는 이성 스타일에 대해 자세히 묻는다. “남자 이상형이 무엇이냐”, “하고 싶은 데이트가 뭐냐”, “자취하고 있느냐” 등이 단골 멘트로 등장한다. 사진만 보고 댓글로 ‘AI(인공지능) 아니냐’고 의심하던 시청자들도 BJ와 통화를 듣고 실제 여성임을 알아채게 된다.
남성 시청자들은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드는 이성이 생기면 BJ에게 메신저를 통해 자신의 사진과 키, 사는 곳 등의 정보를 보낸다. BJ가 해당 정보를 방송을 통해 전달한 뒤 여성이 마음에 들면 ‘보류’, 들지 않으면 ‘패스’를 한다. 이 과정까지는 남성 시청자에게 후원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한 BJ는 기자의 닉네임을 언급하며 “지원은 무료다. 빨리 지원하시라. 우리 방송에서 결혼한 커플만 6쌍이 나왔다. 물론 2쌍은 이혼 소송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정해진 숫자(보통 2~3명)의 보류자가 다 차면 경매가 시작되는데, 이때 BJ가 여성에게 ‘엔젤팅’을 제안한다. 엔젤팅이란 남성 시청자와 여성이 ‘커피 마시기’, ‘술 마시기’ 등의 공약을 걸고 이행 여부를 BJ에게 인증받는 소개팅을 말한다. 보통 실시간 채팅에서 공약을 추천하거나 여성이 직접 공약을 건다. 한 여성은 BJ의 제안에 “엔젤 이번 주만 벌써 네 번째”라며 웃었다. 엔젤팅은 다른 시청자에게 양도도 가능하다.

최종 금액에 따라 공약의 난이도가 달라진다. 수만 원 단위 별풍선·후원금의 경우 ‘함께 카페 가기’ 등이지만, 수십만 원 단위 후원금의 경우 여성들이 바로 연락처를 주거나 남녀 시청자가 당장 만나 술을 먹는 공약을 이행한다. 간혹 수위가 높은 방송 등에서는 ‘1박 2일 여행가기’, ‘모텔에서 같이 술 먹기’ 등의 공약을 이행하는 경우도 있다.
독점도 가능하다. 일부 방송에서는 각 여성 프로필에 ‘시그니처’ 별풍선 개수를 기재하고 있는데, 해당 개수의 별풍선을 후원하면 곧바로 카카오톡 아이디 등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방송에서는 ‘프로필 내리기=3333개(33만 3300원)’라며 여성의 프로필이 더 이상 공개되지 않도록 별풍선을 유도하는 시스템도 있었다.
이런 유형의 소개팅 방송은 인터넷 방송이 도입된 초기부터 유사한 형태로 존재해 왔다. 엔젤팅은 과거 ‘노예팅’으로도 불렸으며, 남성 시청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여성에게 경매 방식으로 돈을 걸고 최고 금액을 제시한 남성이 해당 여성과 즉석만남을 갖는 형태였다. 경매로 소개팅을 진행하는 행태는 새로운 방송 유형이 아닌 인터넷 방송계의 ‘스테디셀러’인 셈이다.
소개팅 방송에서 ‘뷰봇(가짜 시청자로 시청자 수를 올리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폭로도 제기됐다. 한때 BJ로서 소개팅 방송을 운영했던 30대 남성 A 씨는 “소개팅 방송은 공공연하게 뷰봇을 이용한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적발될 수 있어, 공기계로 플랫폼에 로그인하는 ‘생체 뷰봇’을 이용한다. 생체 뷰봇은 일반적인 비로그인 뷰봇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쉽게 적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플랫폼에서는 이 같은 시청자 수 어뷰징 행위 발견 시 IP 차단 등 원칙대로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SOOP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시청 지표 조작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위반 사실 확인 시 운영 정책에 따라 원칙대로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개팅 방송은 ‘엑셀 방송’의 생태계와도 유사하다. A 씨에 따르면 현재 소개팅 방송을 진행하는 일부 BJ는 엑셀 방송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엑셀 방송은 BJ들이 후원금 순위를 엑셀 문서처럼 공개해 후원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의 콘텐츠다. 시청자들이 경쟁적으로 후원하는 금액 일부가 여성 BJ들에게 전달되며, 이들은 최대한 많은 후원을 끌어내기 위해 선정적인 춤을 추거나 노출을 하고 공약을 건다. 엑셀 방송에 ‘사이버 룸살롱’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소개팅 방송도 여성과의 만남, 여성의 연락처 등을 대가로 남성 시청자의 후원 경쟁을 유도한다. 이러한 후원금은 프로필을 공개한 여성들에게도 돌아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소개팅 방송에서) 자신의 프로필을 제공하는 여성 상당수가 BJ와 금전을 관계를 맺고 있다. 왜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에 자신의 신상 정보나 벗은 사진을 올리겠나?”라고 말했다. 한 소개팅 방송은 프로필을 제공한 여성에게 후원금의 20%를 ‘배당’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소개팅 방송으로 매칭된 남녀가 성매매 등 음성적 만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경매 소개팅 방송’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BJ가 매개 역할을 했다면 성매매 알선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 금품이 오가는지, 대가성이 있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러한 소개팅 방송이 ‘불건전 콘텐츠’로 판단될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콘텐츠 접속 차단 요청 등을 할 방침이다.
SOOP 관계자는 “소개팅 관련 콘텐츠는 성인 인증을 거친 이용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성매매 등 불법 행위 확인 시 예외 없이 영구 정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아울러 경매식 진행과 엔젤팅 등 변칙적인 방송 유형에 대해서는 현재 시행 중인 상시 모니터링과 제재 조치를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