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와 작별 아쉬움, 새 팀에서 기대감 밝혀 “우승에 힘 보탤 것”

박찬호는 비시즌에 오명진, 박지훈, 안재석, 박치국 등과 함께 일본 오키나와에 미니 캠프를 차려 후배들의 체류비를 지원하며 개인 훈련을 이어갔다. 새로운 팀에서 새 시즌을 맞이해야 하는 그가 먼저 후배들에게 손을 내민 셈이었다. 호주 캠프에서 두산 박찬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찬호는 2025시즌을 마치고 FA를 통해 KIA에서 두산으로 이적했다. KIA에서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갈 거라고 믿었던 그로선 이번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FA를 앞두고 치른 2025시즌이 어떠했는지를 물었다.
“사실 FA를 생각할 만큼 여유있는 시즌이 아니었다. FA보다 팀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FA에 대한 감흥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분명 스트레스는 엄청 심했다.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지난 시즌이 제일 심했다. 내 야구 인생에서 그토록 정신적으로 힘들 수가 있을까 싶은 한 해였다.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어 시즌 중에는 FA를 떠올리지 못했다.”
2025시즌 KIA는 8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202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팀이 이듬해 하위권으로 주저앉는 바람에 선수들도 팬들도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난 무조건 KIA가 또 우승할 거라고 믿었다. 그런 기대를 갖고 있는데 성적이 곤두박질치니까 정신이 없더라. 시즌 마지막 경기 마치고 감독님, 코치님들이랑 인사를 나누는데 눈물이 났다. 마치 내가 이 팀을 떠날 것처럼 말이다. 그때 조금은 예상을 했던 것 같다.”
박찬호는 자신이 FA 시장에 나간다고 해도 KIA와 계약을 맺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에이전트를 통해 전해 듣는 협상 내용과 구단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한다.
“내가 좀 지나치게 현실적인 사람인데 아무리 고민을 해도 내가 다른 팀으로 가게 될 것 같더라. 가고 싶진 않은데 현실적인 조건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고, 그래서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것 같다.”
박찬호는 KIA와의 FA 협상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이 컸다고 말한다. 오히려 심재학 단장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는 말도 덧붙인다.
“FA 계약의 주체는 구단이다. 단장님이 아무리 나를 잡고 싶어도 위에서 허락해주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그걸 알기 때문에 협상을 마치고 단장님께 더 이상 애쓰지 마시라고, 지금까지 애써주신 것 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단장님이 어렵게 협상안을 갖고 오신 걸 보고 그걸로 지난 12년간 단 한 번도 내 몸 아끼지 않고 뛰었던 데 대한 시간을 보상 받은 듯 했다.”

“가장 큰 게 젊은 선수들이 그리는 미래를 봤다. 만약 내게 선택권이 있어서 다른 팀으로 가게 된다면 무조건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인 지를 알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두산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가 가장 컸다.”
박찬호는 두산 선수들과의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됐지만 귀국하면 잠실이 아닌 광주로 출근할 것만 같다며 미소를 보인다. “선수들과는 어느 정도 친분을 갖게 됐는데 아직 잠실야구장으로 출근해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올 시즌 박찬호는 KIA를 상대 팀으로 만나게 된다. 그래서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을 타석에서 만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냐고 물었다. 박찬호는 “뭉클할 것 같다”고 대답한다.
“(양)현종이 형도 선수 생활할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 나도 나이를 먹지만 현종이 형이 벌써 서른아홉 이란 사실을 떠올리면 기분이 이상해지고,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양현종도 스프링캠프를 향해 떠나는 김포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동료에서 적으로 만나는 박찬호에 대해 “좋은 대우를 받고 이적해 책임감이 커졌을 것”이라면서 “워낙 스피드가 좋은 선수라 출루하면 골치가 아프기 때문에 최대한 잡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2014년 2차 5라운드 50순위로 KIA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9년부터 주전으로 자리 잡았고, 2024년 생애 처음으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타율 0.301, 0.307로 2년 연속 3할을 돌파했고, 2025년 134경기에 나서 타율 0.287 5홈런 42타점 75득점 27도루를 작성했다. 7년 연속 130경기를 소화한 내구성과 3할을 때릴 수 있는 준수한 타격, 그리고 빼어난 수비와 주루 능력은 박찬호의 장점을 대변한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과정을 떠올리면 진짜 잘 버틴 것 같다. 야구선수로 막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라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했는데 지금의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정신적으로 꿋꿋이 버텼다는 것, 그거 하나다.”
박찬호는 자신이 두산 합류 후 “후배들의 앞길을 막았다”는 우스갯소리로 유격수를 제외한 치열한 내야 주전 경쟁을 언급했다.
“지난해 두산의 실책이 많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해 보니 갖고 있는 실력들이 너무 좋았다. 캐치볼은 물론 기본기가 잘 돼 있었다. 사실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나이 어린 선수들이 자기 플레이를 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팀 성적이 뒷받침돼야 후배들도 탄력을 받고 성장하는 것 같다.”
박찬호는 자신이 두산에 왔다고 해서 팀 순위가 상승되는 건 아니겠지만 다른 선수들의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박찬호는 아파도 참고 뛰고 버티며 생존했기에 이런 점들이 후배들에게 메시지로 전달되길 바랐다.
“이건 진짜 빈말이 아닌데 내 야구 인생의 모토가 ‘허슬두’이다. 어린 시절부터 두산의 야구를 좋아했고, 당시 두산의 ‘허슬두’를 모토로 삼고 선수 생활을 했다. 그런 팀에서 내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
인터뷰 말미에 박찬호는 “동료 선수들과 최고의 시너지를 내 우승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두산 팬들이 최강 10번 타자의 힘을 보여주길 바란다”는 말로 팬들에게 인사를 대신했다.
호주 시드니=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