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조작 사태와 ‘던파’ 동력 약화, 쇠더룬드 회장과 투톱체제 돌입…넥슨 “마케팅 비용 증가 등 영향”

시장이 대규모 매도에 나선 것은 수익성 지표 훼손이다. 지난해 4분기 넥슨은 ‘마비노기 모바일’ ‘메이플키우기’, 서구권을 노린 대형 신작 ‘아크레이더스’ 등의 연이은 대성공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55% 급증한 1조 1606억 원(1236억 엔)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674억 원(72억 엔)에 불과했고 순이익은 1019억 원(108억 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줄었다. 회사 측 가이던스(영업이익 217억~318억 엔, 당기순이익 222억~306억 엔) 하단을 밑도는 ‘어닝 쇼크’다.
#캐시카우 무너지고 고정비는 폭증하고
넥슨은 메이플키우기 확률 조작에 대해 출시 후 모든 결제에 대한 환불 조치를 단행했다. 이 게임은 출시 45일 만에 매출 14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태로 지난해 4분기에만 40억 엔(약 370억 원)의 손실이 반영됐고, 올 1분기에도 약 30억 엔(약 280억 원)이 추가 반영될 예정이다. 앞서 넥슨은 본가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사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추가적인 신뢰도 하락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둔 강수다.
증권가에서는 넥슨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어서는 만큼 총 650억 원 상당의 환불이 30%에 가까운 시가총액 증발을 불러일으켰다 보기 힘들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시장이 진정 우려하는 점은 일회성 환불 손실이 아닌 흔들리는 캐시카우와 구조적인 비용 증가다.
우선 10년 이상 넥슨을 지탱해온 중국 던전앤파이터(던파) 실적이 내리막을 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넥슨은 북미·유럽에서 아크레이더스가 1400만 장 이상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364% 폭증한 388억 엔의 매출을 거뒀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매출은 167억 엔에 그치며 22% 줄었다.
당장 수치만 보면 북미·유럽에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한 듯 보인다. 하지만 아크레이더스는 패키지 게임 특성상 판매 시점에서 단발 매출이 발생한 후 추가 수익이 미미하다. 반면 온라인 게임인 던파는 2008년부터 중국에서 서비스해오며 매 분기 꾸준한 실적을 가져오고 있었다. 아크레이더스가 북미와 서구에서 던파처럼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해 ‘기초 체력’으로 자리매김하기는 힘들다는 계산이다.
넥슨 경영진이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매출 감소 전망도 주가 낙폭을 키웠다. 경영진은 올해 1분기 춘절(설 연휴) 등 전통적인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던파 모바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전망이라고 했다. 던파 지식재산권(IP)이 노쇠한 게 아니냐는 우려에 불을 지핀 것이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업계 전반의 인건비 절감 기조에도 꾸준히 늘어나는 판매관리비도 문제다. 지난해 4분기 넥슨 총 영업비용은 전년 동기 746억 엔에서 1163억 엔으로 56% 급증했다. 특히 인건비가 364억 엔에서 489억 엔으로 크게 뛰었다. 신작 흥행에 따른 대규모 성과급 지급 탓이다. 여기에 서구권을 겨냥한 아크레이더스 영향으로 플랫폼 수수료와 글로벌 마케팅 비용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향후 신작 흥행 주기가 길어지거나 성과가 둔화되면 비대해진 고정비가 전사 수익성을 장기적으로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오너 부재’ 속 거대 자본 압박
실적 쇼크와 펀더멘털 훼손 우려는 ‘오너 없는 넥슨’ 경영진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넥슨 최대주주는 김정주 창업주 가족법인인 NXC다. NXC는 지분 상당수가 상속세 문제로 물납돼 현재 재정경제부가 2대 주주에 올라있다. 김 창업주는 생전 넥슨에서 공식적인 직을 내려놓은 후에는 경영권 행사에 거리를 둬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족들도 경영에 관심이 없어 넥슨과 NXC 매각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그간 넥슨이 꾸준한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을 강화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확고한 지배주주가 사라진 빈틈은 글로벌 거대 자본들이 채우고 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꾸준히 지분을 매집해 11%를 확보 중이다. 노무라증권(4.7%), 뱅가드(2.1%), 블랙록(2%), 다이와자산운용(2%) 등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캐나다연기금(2%) 등도 주요 주주다. 기업가치 하락이 곧 이사진 교체 압박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다. 넥슨 경영진 입장에서는 주가 방어가 곧 생존의 문제가 된 셈이다.

넥슨은 쇠더룬드 회장 선임과 동시에 3월 31일 대규모 기업설명회(IR) ‘캐피탈 마켓 브리핑’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경영구조 개편 후 첫 행보로 IR을 택한 것은 주가 방어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이정헌 대표가 전권을 잡은 후 2년간 성장을 이어가던 넥슨이 확률 조작 사태 재발과 중국 던파 동력 악화로 리더십 재고에 나서게 된 셈”이라며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글로벌 전역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라이브 게임 수익원을 발굴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한편, 넥슨 관계자는 “4분기 영업이익 감소 이유는 신작 성과에 따른 로열티와 마케팅 비용 및 서비스 종료 게임의 손상차손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