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2000억 차입해 지주사 장악, 4자연합 깨고 독자 노선…한미약품, 최대주주에 반기 ‘3월 주총’ 주목

이번에 거래되는 지분 규모는 발행주식의 6.45% 규모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신동국 회장이 확보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22.88%로 상승한다. 신 회장이 지분 100%를 확보하고 있는 한양정밀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6.95%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신동국 회장 영향력 아래 놓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29.83%까지 오를 전망이다.
신동국 회장이 지분율을 높이면서 창업주 일가 간 역학관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최대주주는 신동국 회장이지만 지분율만 놓고 보면 신 회장 측 지분보다 창업주 일가의 전부 합친 지분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이번 거래로 신 회장 측 지분이 창업주 일가 지분을 넘어서게 된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을 비롯한 창업주 일가 특수관계자 지분은 26.02% 수준이다.
신동국 회장이 처음부터 한미약품그룹에 영향력이 막강했던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임성기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창업주 일가 간 갈등이 불거졌고, 그 사이 중재자라는 명분을 내세운 신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창업주 일가로부터 사들이면서 최대주주 자리까지 올라섰다.
임성기 창업주가 2020년 별세했고, 그가 가지고 있던 지분 34.26%가 그의 아내 송영숙 회장과 장남 임종윤 베이징한미약품 이사회 의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임종훈 한미그룹 사장 등에게 상속됐다. 임성기 창업주의 지분이 유족에게 상속된 직후인 2021년 3월 지분율을 보면 송영숙 회장 11.65%, 임종윤 의장 8.92%, 임주현 부회장 8.82%, 임종훈 사장 8.41% 등이었다.
창업주 일가 구성원 사이에서는 그룹 경영을 두고 의견 차가 발생했다. 모녀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뜻을 같이했고, 형제인 임종윤 의장과 임종훈 사장이 이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연출했다.
창업주 일가가 경영권을 두고 서로 목소리를 높였을 때만해도 신동국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2.13% 정도로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창업주 일가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이 신동국 회장의 존재감이 높아졌다.
갈등 초기인 2024년 3월 주총 안건 표 대결에서 임종윤 의장 측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던 신동국 회장 측은 이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 쪽으로 돌아섰다. 그 과정에서 신동국 회장은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6.5%를 매입했다. 신동국 회장이 모녀 편에 서자 임종윤 의장과 임종훈 사장 연합은 힘을 잃으면서 신동국 회장과 송영숙 회장 모녀를 중심으로 갈등이 봉합됐다.
이때 신동국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려 경영권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했다. 갈등 봉합 후에도 신동국 회장은 지배력을 높여갔다. 신동국 회장 측은 2024년 12월 임종윤 의장의 지분 5%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입지를 강화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갈등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송영숙 회장 측이 신동국 회장 측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송영숙 회장 모녀는 신동국 회장, 라데팡스(현 킬링턴 유한회사) 등과 4자 연합을 구축하기 위해 주주간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체결했다.
송영숙 회장 모녀와 라데팡스는 지난해 7월 신동국 회장이 약정을 위반했다며 220억 원 상당의 재산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한양정밀이 보유지분을 담보로 교환사채를 발행하자 계약 위반 여부를 두고 법정 분쟁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를 인용하면서 4자 연합의 균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신동국 회장이 이번에 지분을 매입한 주체에도 눈길이 쏠린다. 신동국 회장에게 지분을 매각한 주체가 임종윤 의장과 임종윤 의장의 100% 개인회사 코리포항 외 5인이다. 매매 대상 주식은 임종윤 의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101만 7480주와 코리포항 276만 7489주다. 전체 매매 대상 주식이 441만여 주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 부분이 임종윤 의장 측으로부터 나오는 물량이다.
임종윤 의장은 창업주 일가 간 갈등이 봉합되면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경영에서 물러났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임종훈 사장이 모두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이번에 임 의장이 신동국 회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양측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임종윤 의장이 확보한 자금이 어떻게 쓰일지 여부도 관심 포인트다.
한미약품그룹의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도 어수선한 모습이다. 한미약품은 신동국 회장이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미약품을 이끌고 있는 전문경영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대주주로부터 부당한 경영 간섭을 받고 있다”며 문제 제기에 들어갔다.
신동국 회장은 지난 2월 25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간섭하면 부당한 경영간섭이지만, 전체 이익을 위해 전문경영인의 잘못을 잡아주는 건 대주주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경영권 간섭 논란에서 물러설 의지가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한 셈이다.

경영권을 두고 묘한 긴장감이 흐르자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도 출렁이고 있다. 신동국 회장의 추가 지분 매입 소식이 전해진 2월 24일 한미사이언스는 전일 대비 18.60% 오른 5만 7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다음날에는 7.89% 빠진 4만 6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면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질 수 있어 주가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주가가 빠질 때 급락하기 쉬워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현재 경영권 관련된 내용을 따로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