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적발 위장계열사 ‘동구농원’ 김준기 창업회장 선영 인근 토지 취득…사적 이해 목적 계열사 동원 의혹

최근 DB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드러난 동구농원이 선영 일대 토지 25필지를 매입한 사실이 ‘일요신문i’ 취재 결과 확인됐다. 매입한 토지의 전체 면적은 3만 3630㎡(1만 173평), 매입가는 61억 3265만 원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매매 계약이 체결, 올해 1월 15일 등기가 이뤄졌다.
동구농원은 최근 공정위가 김준기 회장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밝힌 15개 위장 계열사 중 한 곳이다. 공정위는 15개 법인 명단을 공개하면서 “DB 측이 재단 회사들을 장기간 은폐해 기업집단 규제를 면탈하고, 이를 총수 일가 지배력 유지 및 사익을 위해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동구농원이 매입한 현지 토지들은 별장과 선영으로 향하는 진입로 인근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해당 매입이 단순한 사업 확장 목적인지, 아니면 오너 일가 소유 공간과 연계된 목적의 취득인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선영·별장 관리를 위해 동구농원이 활용돼 법인 자산으로 주변 토지를 취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선영 부지는 김준기 창업회장의 장남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이, 선영 뒤편 임야는 재단법인 DB김준기문화재단이 각각 소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구농원이 선영으로 향하는 진입로 인근 토지를 취득하면서, 오너 일가가 소유한 선영 주변 토지 상당 부분을 그룹 내 법인(동구농원)이 소유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가치를 키우기 위한 자산 운용이라기보다는 총수 일가의 사적 이해와 맞닿은 투자로 해석될 수 있다”며 “회사 자산이 오너 일가의 사익을 위해 동원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배임 소지가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질 소유주와 명의인을 달리한 보유 관계로 인정될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선영 소유자의 편익을 위한 부동산 거래로 볼 수 있다”며 “임원 A 씨가 토지를 보유하던 시절부터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동구농원 관계자는 “조경사업, 농산물 생산·판매 등 사업 확장 차원에서 (해당 토지를) 매입했다”며 다른 구체적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