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서 물러난 김남호, 부친 김준기와 지분 격차 1%대로 좁혀져…장녀 상속 시 김주원 ‘최대주주’ 가능

그룹 신임 회장직에는 1944년생(81세)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이 선임됐다. 김준기 창업회장의 최측근인 이 신임 회장은 1979년 당시 동부그룹에 입사해 동부화재·동부건설 대표이사를 역임, 지난해 DB김준기문화재단 감사를 맡았다. 젊은 오너 2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고령의 전문경영인이 그룹을 이끌게 된 구도를 두고 업계에선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명예회장의 ‘불편한’ 관계가 이번 인사를 통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최근에는 ‘부자 갈등설’로 확대되며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경영 일선에서 제외된 김 명예회장이 내년 3월 DB아이엔씨 사내이사직에서도 내려올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가 법무법인 선임을 검토해 경영권 분쟁에 대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김 명예회장과 DB그룹 측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2017년 9월 여비서 상습 성추행 혐의 등으로 피소돼 회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김 명예회장은 약 3년 후인 2020년 7월 회장직에 올랐다. 이듬해 3월에는 DB아이엔씨 의장으로 선임돼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넓히기도 했다. 김준기 창업회장의 복귀도 이때 진행됐다. 김 명예회장의 의장 선임과 동시에 김 창업회장도 DB아이엔씨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DB그룹은 김 창업회장이 그룹 경영에 직접 참여하진 않고 아들 김남호 회장에게 경영자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친이 아들의 경영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였다.

부자 갈등설에 힘이 실린 건 2022년 12월 김 창업회장이 DB김준기문화재단 소유 DB아이엔씨 지분 4.3%를 매입하면서다. 매입 이후 김 창업회장의 지분율은 15.91%로 늘어났다. 김 명예회장 보유 지분율은 16.83%로 부자간 지분 격차가 더욱 좁혀졌다.
DB그룹은 당시 김 창업회장의 지분 인수가 공익법인 의결권 행사 제한 규정 도입을 앞두고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김 명예회장이 아닌, 김 창업회장이 지분을 매입한 것을 주목하며 부자간 경영권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주원 DB그룹 부회장이 그룹 내에서 보폭을 넓혀온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2022년 7월 DB하이텍 미주법인장에서 DB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자 갈등설이 피어오르던 시기 이뤄진 장녀의 승진이어서 김 창업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김 부회장이 추후 김 창업회장의 뒤를 이어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DB아이엔씨 지분 9.87%를 보유하고 있어 김 창업회장의 지분을 증여·상속 받으면 단숨에 그룹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2022년부터 재계에선 김 명예회장이 그룹에서 물러나고 김주원 부회장이 DB그룹을 최종 승계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었다”며 “승계 시기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였는데 최근 김남호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가시화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DB그룹 관계자는 “DB그룹은 창업 이래 지금까지 창업자 중심 지배구조가 확고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가족 간 분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