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사’ 하메네이 차남, 혁명수비대 통제 강경 보수성향…‘핵 억제력 완성’ 초강수 땐 5차 중동전 촉발할 수도

모즈타바를 가리켜 ‘그림자 실권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지난 수십 년간 정보기관과 혁명수비대(IRGC)를 실질적으로 통제해 왔지만, 공식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늘 뒤에서 조용히 문고리 권력을 행사해 왔던 그는 부친의 전폭적인 신임 아래 혁명수비대의 핵심 인사권과 정보기관, 그리고 국가 경제의 줄기인 방대한 통치 자금을 관리해 왔다. 다시 말해 체제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수행해 왔던 셈이다.
이런 배경 덕분에 모즈타바는 그간 혁명수비대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왔다. 다만, 하메네이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확고한 신뢰를 받은 건 아니었다. 종교적 권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일부 비판적인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종교적 최고 권위를 상징하는 ‘아야톨라’ 직급이 아닌 중급 성직자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문가회의가 모즈타바를 서둘러 선출한 배경에는 전시 상황이라는 특수성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어지는 긴박한 상황에서 군부를 완벽히 통제하고, 권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물로 그가 가장 적합하다는 현실적 판단에서였다.
이에 대해 ‘알자지라’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쥐고 있는 동시에 군사 조직이 국가 통치의 핵심 축이 되는 체제, 즉 ‘병영 신정국가’의 완성이라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 기존의 성직자 중심 통치에서 군부 중심의 강력한 통치 체제로 권력의 무게 중심이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모즈타바 체제의 가장 강력한 지지 기반은 권력의 실세인 혁명수비대다. 하메네이 생전에도 모즈타바는 지난해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호세인 살라미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비롯한 군수뇌부와 두터운 인맥을 형성해 왔다. 이런 까닭에 혁명수비대는 모즈타바에 대해 “새로운 지도자의 명령에 따라 즉시 성전(지하드)에 나설 준비가 됐다”며 충성을 맹세했다.

다만 내부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모즈타바의 앞날이 순탄할 것이라고는 결코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권력 세습은 이슬람 공화국의 건국이념 자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1979년 왕정을 몰아냈던 혁명의 주역인 원로 성직자들 사이에서는 “팔레비 왕조의 세습 독재를 무너뜨린 혁명의 산물이 어떻게 다시 하메네이 가문의 왕조로 회귀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분노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종교 도시이자 시아파의 순례지인 콤의 일부 고위 성직자들 사이에서는 모즈타바의 종교적 자격 미달을 근거로 들며 선출 무효를 주장하려는 물밑 움직임도 벌어지고 있다.
내부 민심은 더욱 험악하다. 연이은 공습으로 주요 기반 시설은 파괴됐고, 전력은 차단됐으며, 생필품 가격은 폭등했다. 전쟁의 공포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란 시민들에게 모즈타바의 선출은 희망이 아닌 절망의 연장선이다. 특히 MZ세대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도자는 신이 정하는 게 아니라 하메네이가 유언장으로 정하는 것인가”라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즈타바가 외부 전쟁을 통해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려 할수록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즉, 더 강력한 민중 봉기가 일어나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모즈타바의 측근들이 정보부와 내무부 핵심 요직에 배치됐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란 지역 언론인 ‘이란 인터내셔널’은 모즈타바가 취임 직후 수시간 만에 정보부와 내무부의 핵심 관료 40여 명을 교체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과거 ‘도덕 경찰’보다 훨씬 더 강력한 감시망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써 이란 내부의 동요를 무력으로 진압해 잠재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참수 작전’ 이후 지도부 내부에 첩자가 있다는 의심이 커지면서 모즈타바의 첫 번째 과제가 외부의 적과의 싸움이 아닌, 내부의 피비린내 나는 숙청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이에 따른 경제적 여파도 심상치 않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잠시 반등했던 리알화는 모즈타바 선출 소식과 함께 가치가 급락했다. 암시장에서의 달러 대비 리알화 환율은 수분 만에 폭등했으며, 테헤란 바자르의 시장 상인들은 거래를 중단하고 철수하기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 역시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란이 해협 봉쇄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들자 국제 유가는 폭등했으며, 이는 세계 경제에 엄청난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과연 철권통치의 유산을 물려받게 된 모즈타바는 앞으로 이란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게 될까. 하지만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이란의 운명은 모즈타바가 아닌, 그를 향해 조준된 미군의 정밀 유도 미사일과 테헤란 민중들의 함성 사이에서 결정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메네이 없는 아침 40년 기다렸다” 이란 MZ 세대들의 환호
하메네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테헤란 시내에는 검은 옷을 입고 통곡하는 추모 인파들이 물결을 이뤘다. 모두가 지도자의 급작스런 부고에 슬픔을 가누지 못했으며, 거리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애도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거리의 뒷골목과 소셜미디어(SNS)의 분위기는 어째 전혀 다른 듯하다. 이란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2030 청년 세대에게 하메네이의 사망 소식은 결코 슬프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지난 수십 년간 억눌려온 분노가 폭발하는 트리거가 됐다.
실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테헤란 북부와 일부 지방 도시에서는 밤하늘에 폭죽이 터지는 기묘한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정부의 인터넷 차단에도 불구하고 VPN을 통해 우회 접속한 청년들은 #IranWithoutKhamenei(하메네이 없는 이란), #IranFree(자유 이란) 해시태그를 공유하며 지도부의 몰락을 반겼다.
2022년 벌어진 ‘히잡 시위’ 때 친구를 잃은 대학생 자흐라(22)는 “우리에게 하메네이는 이미 오래전에 죽은 권력자였다”고 말하면서 “모즈타바든 누구든 상관없다. 우리가 원하는 건 그들의 종교 전쟁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회복이다”라고 외쳤다. 익명을 요구한 테헤란의 한 20대 대학생 역시 “하메네이가 없는 아침을 40년 넘게 기다려온 사람들도 많다. 이제 우리의 주적은 외부에 있지 않다. 우리를 굶주리게 한 무능한 지도부가 우리의 주적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란 청년층이 이슬람 율법보다 더 중시하는 건 현실적인 문제다. 즉, 미래이자 생존이다. 청년 실업률이 30%를 넘고 리알화 가치가 휴지조각이 된 상황에서 새 지도부의 ‘항전’ 구호는 굶주린 청년들에게는 공허한 소음일 뿐이다. 이들은 새 지도자에게 자신들에게 인터넷 자유와 일자리, 해외 유학의 기회 그리고 더 나아가 ‘히잡을 벗을 자유’를 줄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이에 중동 전문가들은 모즈타바 지도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내부의 적’이라고 말한다. 실제 혁명수비대가 미군과의 전쟁에 집중하는 사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다면 체제는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 이에 현재 테헤란 시내 곳곳에는 무장한 혁명수비대원들이 배치돼 있으며, 이들의 임무는 다름 아닌 시민들을 감시하는 것이다.
하메네이 이후의 이란은 단순한 권력 교체를 넘어 세대 간의 가치 충돌이라는 내전의 문턱에 서있다. 40여 년간 쌓여온 청년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 어쩌면 그 불길은 미군의 미사일보다 더 치명적으로 이란 체제의 심장부를 타격할지도 모른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