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본부 과도한 요구, 해외 송금액 90% 한국행”…청산절차 시작, 교단은 특별항고 “끝까지 싸우겠다”

가정연합, 이른바 통일교의 고액 헌금 문제는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 사건을 계기로 일본 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야마가미 데쓰야 피고인(45)은 “어머니가 약 1억 엔(약 9억 4000만 원)을 교단에 헌금한 뒤 생활이 어려워졌고, 그로 인해 교단에 원한을 품게 됐다”고 진술했다.
사건 이후 일본 정부가 조사에 착수하면서 통일교의 고액 헌금 피해가 잇따라 드러났다. 문부과학성은 종교법인법에 따라 7차례 ‘질문권’을 행사해 교단을 조사했고 “피해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2023년 10월 법원에 해산 명령을 청구했다.
2025년 3월 도쿄지방법원은 “헌금 피해자가 최소 1500명 이상이며 피해금액은 약 204억 엔(약 1900억 원)에 이른다”고 인정하며 “종교법인 해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교단 측은 불복하고 도쿄고등법원에 즉시 항소했다. 그러나 1년 뒤 도쿄고등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1심과 마찬가지로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 명령을 유지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새로운 판단도 제시했다. “논란이 된 고액 헌금의 배경에 한국 본부의 과도한 송금 요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본부 지시가 일본 교단의 불법적 헌금 권유로 이어졌다는 견해는 작년 3월 1심 법원 판단과 다른 상징적 부분”이라고 해설했다.

일본 교단은 이러한 방침 아래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하고, 신자들에게 헌금이나 물품 구매를 권유해 수입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자손의 불행이 지옥에서 고통받는 조상 때문”이라며 고액 헌금을 요구하는 행위가 이어졌다는 점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현재도 가정연합 신자들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헌금 권유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교단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자발적으로 취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해산을 명하는 것은 부득이하다”고 결론 내렸다.
2심 판결로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 명령의 효력이 발생하면서 청산 절차가 시작됐다. 법원이 선임한 청산인이 현금 및 보유 부동산 등 교단 재산을 처분하고, 채무와 미지급금 정리, 헌금 피해자 보상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액 헌금 피해자 구제가 얼마나 이루어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가정연합 교단 수입의 97% 이상이 신자들의 헌금에서 나왔다. 2015~2024 회계연도 헌금 수입은 연평균 357억 엔(약 3320억 원)이며, 2024 회계연도 기준 총자산은 약 1040억 엔(약 9670억 원)이다. 이 가운데 현금 및 예금이 668억 엔(약 6200억 원)을 차지한다. 다만 피해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고, 1000억 엔이 넘는 교단 자산으로 피해자 구제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청산인으로 지정된 이토 히사시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절차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교단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과 의견이 있지만 편향되지 않게 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청산 절차에는 변호사·세무사·부동산 감정사 등 약 100명 규모의 인력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단 측은 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특별항고한 상태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해산 명령을 뒤집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한 베테랑 판사는 “한 번 재산 처분이 이뤄지면 원상복구가 어렵다”며 “대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부동산 매각 등의 처분은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낮다”고 전했다.
가정연합의 항고에도 해산 명령에 근거한 교단 청산 절차는 지속된다. 종교법인 지위는 상실되고 재산세와 법인세 등 세제 혜택도 사라진다. 반면 신앙의 자유를 고려해 종교 활동 자체가 금지되지는 않는다. 문부과학성의 청산 지침 역시 “청산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신자들의 시설 이용을 허용하고, 재산 처분은 종교 활동에 사용하지 않는 시설을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변수는 교단 재산의 향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교단이 재산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피해 배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구제 절차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자들이 후계 단체를 설립해 활동을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1996년 해산 명령을 받은 옴진리교의 경우 피해 배상액이 교단 재산을 초과해 파산 절차로 이어졌다. 피해자 배상을 담당하는 ‘옴진리교 범죄 피해자 지원기구’는 후계 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10억 엔 배상 판결을 확정했다. 지급 지연이 이어지자 해당 기구는 2025년 11월 후계 단체의 자산 확인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절차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전국변련의 아베 가쓰오 변호사는 “옛 통일교 피해 구제 역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단과 피해 배상 절차까지 이어질 통일교 해산 공방은 장기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