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선대위 요구로 국힘 지도부와 갈등 격화…경선 앞두고 전략·실익 셈법 복잡

오세훈 시장은 지난 3월 17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서울 시민에 대한 책임감과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등록(공천 신청)한다”며 “저는 최전방 사령관의 마음으로 전장에 나선다.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제게 주어진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오 시장은 “저는 의원총회 결의문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에 걸맞은 실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으나 안타깝게도 장 대표와 지도부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변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극우 유튜버들과도 절연하지 못한 채 당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며 “지도부의 모습은 최전선에서 싸워야 할 수많은 후보와 당원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무능을 넘어 무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기는 선거를 위해선 반드시 변화와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며 “서울에서 시작한 변화로 당의 혁신을 추동하고, 비상대책위원회에 버금가는 혁신 선대위를 반드시 관철하겠단 각오로 후보 등록에 나선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지도부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어떤 장수가 자신의 성벽을 향해 칼을 겨누고 포를 쏘느냐”며 “출마 선언에 여당의 비판보다 당 지도부에 대한 공격이 많고 서울시에 대한 비전보다 패색 짙은 부정의 언어가 많다. 이제라도 자해 행위를 멈추고 수도 서울의 비전을 제시하라”고 지적했다.
지도부 다른 관계자는 “당의 후보로서 당을 위해 뛰는 인사들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정부와 각을 세우는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이지 않은 오 시장의 주장에 당이 발 맞출 필요 없다는 것이 지도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내 한 중진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에서 오 시장은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카드가 아니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 오 시장을 위해 두 번의 추가 접수까지 열어준 것뿐”이라며 “하지만 계속 당에 반기를 든다면 새 인물론을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오 시장이 시장직에 당선될 때는 당 지지율이 높았다. 자기 경쟁력으로 선거를 이긴 게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이제부터라도 당내 갈등 유발을 줄이고 선거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시장 측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조광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 시장이 서울시장을 4번 하면서 과연 무엇을 했는지 서울시민들이 깊은 인상이 별로 없다. 오히려 무능력한 것은 오 시장이라고 저는 보고 있다”고 말하자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다음 날(19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선 중립을 지켜야 하는 지도부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가는 것이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까를 찾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혁신 선대위를 두고도 당 지도부와 오세훈 시장 측 갈등이 계속될 양상이다. 앞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오 시장의 공천 출마를 환영하면서도 혁신 선대위에 대해서는 사실상 일축했다. 그는 오 시장이 공천 접수를 한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구성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여러 의견을 모아서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선대위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공천 이후 선대위가 출범하더라도 장 대표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시장 측은 당 차원의 혁신 선대위가 조기 출범되지 않을 경우 서울시당 차원의 별도 선대위 구성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병민 부시장은 “어느 정도 순간이 된다면 당이 이대로 변화하지 않고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목소리는 훨씬 더 커질 것”이라며 “첫 번째 구심점의 역할에 오 시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조은희 의원은 “(당 차원) 혁신 선대위로 가지 않으면 따로 서울시당 차원에서 오 시장 중심으로 혁신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며 “불가피한 수순”이라고도 말했다.
최근 오세훈 시장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부담이 커진 형국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오 시장이 두 번이나 공천 접수를 거부하며 당 지도부와 치열하게 다툰 것은 지방선거 이후 불거질 수 있는 책임론 때문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이후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을 거론하기 전에 당 지도부를 2선으로 후퇴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아무런 성과 없이 늦게 후보 접수를 하면서 오히려 지도부가 오 시장에게 책임을 거론할 명분을 만들었다”고 풀이했다. 이어 “오 시장이 차라리 혁신 선대위 출범을 주장하며 마지막까지 후보 등록을 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신념을 보여줬으면 지방선거 이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오 시장의 정치력에 의문만 남은 듯하다”고 덧붙였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