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등 전자발찌 차고 재범에 실효성 의문…전문가 “GPS로 가해자 접근 차단이 가장 효과적”

실제 범행 과정에서는 경찰과 법무부가 피해 여성에 대한 스토킹 행위 등을 공유하지 않아, 살인이 발생할 때까지 관할 보호관찰소에서는 김훈의 범행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훈은 자신이 과거 성범죄 전력으로 착용 중이던 전자발찌의 감시를 의식했으나, 실제 이 부분에 대한 감시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경찰 역시 잠정조치 3의 2(전자발찌 부착)나 잠정조치 4호(유치)를 신청하지 않고 검토 단계에 머물렀던 시점에 비극이 발생했다. 김훈은 자신에게 부과된 야간 외출 제한 준수사항(오후 10시~오전 5시)이 적용되지 않는 시간대에 범행했다. 유관기관의 미흡한 대처로 피해자가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에는 김훈의 접근에 대한 경보가 끝내 울리지 않았다.
경찰과 법무부가 공조가 부족했단 지적이 나오자 두 기관은 범죄 예방 시스템을 연계하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는 경찰청과 전자발찌-스마트워치 연동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경찰 역시 법무부와 전자감독 대상자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공조가 성사되면 스토킹 피해자가 다른 범죄 전력으로 전자발찌를 찬 가해자의 접근 사실을 즉각 인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해당 가해자가 법원으로부터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3의 2를 명령받아 피해자의 스마트워치와 연동될 경우에 한한다.
또한 법무부는 2025년 10월, 20대 전자감독 대상자 A 씨가 출소 7개월 만에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폭행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대응을 강화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A 씨는 약 10년 전 장애인 미성년 여성을 성폭행해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채팅 앱 등을 이용해 자신의 집으로 피해 여성을 유인해 강간한 혐의를 받는다.
현행법상 법원은 필요 시 전자감독 대상자의 심야 시간대 외출 제한 등 준수사항을 명령하고 있으나, 대상자의 자택은 보호관찰 범위에서 벗어난다. 즉,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가 감시 사각지대인 자신의 집으로 피해자를 부를 경우 이를 막을 수단이 전무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주거지 내 성범죄 예방을 위해 성범죄자의 출소 전부터 범죄 수법을 분석, 채팅 앱 등을 이용한 유인형 성범죄 전력이 확인될 경우 법원에 ‘채팅 금지 및 디지털 분석 등 점검을 받을 것’과 같은 준수사항을 신청하고, 이행 여부를 철저히 감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준수사항 위반 시에는 전자감독 특별사법경찰의 신속한 수사로 엄정 대응하고, 대면 면담, 행동관찰 등을 통해 재범위험 요인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등 재범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요신문i’는 지능형 전자발찌 개발 등에 관한 입장을 물었으나 법무부 관계자는 “디지털 분석, 전자장치 운영 등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전자감독 집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2022년 274억 원이었던 전자감독 제도 관련 예산은 2026년 373억 원으로 5년 만에 100억 원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올해 예산에서 ‘장치 및 시스템 개선’ 부문에 약 178억 원, ‘전자감독·신상정보 등록 전담인력 운영’에 약 112억 원이 투입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스토킹 가해자에게 잠정조치로 부착할 전자발찌 예산도 미리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자감독 대상자가 급증하면서 전자발찌 훼손과 무단 외출 등 전자발찌 부착법 위반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5년 전자감독 대상자는 총 4827명으로 5년 전인 2020년(4052명)에 비해 약 20% 늘어났다. 성폭력 등 재범 위험성이 높은 전과자부터 가석방과 전자보석 인원까지 추가됐기 때문이다.
반면 이들을 관리·감독할 보호관찰관의 숫자는 2021년 242명에서 223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2025년 기준 보호관찰관 1인당 전자감독 대상자는 21.6명으로 최근 5년 새 가장 많았다. 보호관찰관의 업무량과 관리 대상이 늘어나는 만큼 감독 공백이 커져 제도의 실효성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보호관찰 인력 충원 계획을 묻는 질문에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감독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 : 1 전담 인력 61명을 증원했고, 올해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인력 증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인력 충원만으로는 범죄 예방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15만 명 경찰도 범죄자를 일일이 감시하기 어려운데, 훨씬 적은 보호관찰관 인력으로 모든 전자감독 대상자를 어떻게 감시할 수 있겠나”라며 “스토킹 살인 같은 범죄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어야만 발생한다. 전자발찌를 이용해 가해자 위치정보(GPS)를 전달해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재범위험성이 높은 고위험군 대상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2025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실린 ‘전자감독 대상 성범죄자의 재범가능성에 미치는 시간 경과 효과 분석’에 따르면 전자감독 감독기간이 경과함에도 불구하고 재범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오히려 한국성범죄위험성평가척도(KSORAS)가 예측한 초기 위험 수준이 감독 기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처음에 KSORAS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범죄자는 그 위험 수준이 계속 유지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전자감독을 받고 있는 성범죄자들에게 단순 시간 경과만으로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이 자연스럽게 낮아지지 않음을 의미하며, 지속적인 개입과 관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