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찼으나 경보 울리지 않는 자택 유인해 범행…전자감독 대상 성범죄자, 40%는 ‘집’에서 재범

A 씨는 2025년 4월 9일 서울 강북구 자택에서 18세 남성 B 군과 함께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여성 C 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C 양을 사실상 감금하고 술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자신들의 범행 과정을 불법 촬영한 혐의도 받는다. 다만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서울의 한 디스코팡팡 매장에서 DJ로 일하다 손님으로 온 C 양과 채팅 앱 등을 통해 친분을 쌓은 뒤 겉옷을 잃어버린 C 양에게 "옷을 찾으러 집으로 오라"고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디스코팡팡 매장은 성범죄자 취업제한 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출소한 지 7개월이 지난 A 씨는 범행 당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찬 상태였으며, C 양도 A 씨가 이를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2016년 미성년 장애인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장기 7년, 단기 5년과 출소 뒤 10년 동안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선고받았다. 단,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확인하는 '성범죄자알림e'엔 등록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A 씨에게 "소년원을 다녀온 뒤에도 성범죄를 저질러 재범 위험성이 있다"며 전자발찌 부착과 함께 매일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외출 제한도 명령했다.
전자발찌는 GPS 위치 정보에 기반해 보호관찰 대상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감시하며, 외출 제한 등 준수사항을 어길 경우 보호관찰관이 연락하고 출동하게 된다.
그러나 범행이 이뤄진 A 씨의 집은 감시 사각지대였기 때문에 경보는 작동하지 않았고, 법무부 관제센터 역시 범행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자감독제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3년 동안 전자장치를 찬 성범죄 전과자의 동종 재범 71건 가운데 약 40%가 이들의 집에서 발생했다.
전자발찌 훼손 연쇄살인범 강윤성(61)도 첫 살인을 서울 송파구 자신의 집에서 저질렀다. 그는 이후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도주해 두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
일각에선 심박수나 혈압 등 생체정보를 감지하는 전자발찌를 적용하자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범죄자 인권 문제와 오작동 우려를 이유로 아직 도입되고 있지 않다.
법무부 관계자는 "채팅 앱을 이용한 성범죄 전력이 확인될 경우 출소 뒤 채팅을 금지하거나 디지털 점검을 하는 준수사항을 부과하고 있다"면서 "경보가 울리지 않는 자택으로 유인해 범행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처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현재까지 생체 정보를 확인할 지능형 장비는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상태고, 전자발찌 자체가 가해자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막거나 대응할 수 없어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성범죄 전과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게 제일 좋지만 현실적 한계가 있다"면서 "먼저 사회적 안전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전과자의 자유를 제한할 것인지 합의가 필요하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입법을 통해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