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작’에서 ‘글로벌 기준’으로…‘오겜’ 잇는 넷플릭스 K-킬러 콘텐츠 되나
그러나 2026년 현재,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 K-콘텐츠 역사에 하나의 분기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가요계에서만 머무르며 다른 영역으로의 진출에 한계를 보여왔던 K-팝이 OTT 플랫폼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영화와 음원 시장을 동시에 아우르며 하나의 콘텐츠 구조로 작동하는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압도적인 파급력을 바탕으로 속편 제작까지 확정되면서 후속 프로젝트를 통해 이어질 전개와 그 성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케데헌’은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비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가 오스카에서 2관왕을 차지한 것은 ‘케데헌’이 최초이며, 특히 K-팝을 소재로 한 작품이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은 이례적으로 꼽힌다. 이보다 앞서 그래미 어워즈(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 골든글로브(애니메이션상·주제가상) 등 글로벌 시상식에서의 성과와 흥행 지표가 맞물리며 형성된 흐름이 오스카 수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카데미 수상 당시 매기 강 감독은 “이 상을 한국과 전 세계에 있는 한국인들에게 바친다”는 소감을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를 언급하며 “어렸을 때 중국 문화를 담은 ‘뮬란’이나 다양한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며 자랐는데, 한국 문화를 다룬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해서 그런 작품을 (한국에) 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이재도 당시를 회상하며 “리허설 중 한국의 국악과 판소리, 사물놀이가 쓰인다는 것을 알고 많이 울었다. 한국인으로서 감동스럽고 만족스러웠다”라며 “큰 무대에서 한국적인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에 자부심이 컸다. 무대 뒤에서 기다리는 동안 울려 퍼지는 국악을 들으며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된 속편에 대해서 공동 연출을 맡은 두 감독은 모두 ‘신비주의’를 택하는 모습이었다. 매기 강 감독은 “비밀로 하고 싶다. 큰 아이디어는 잡아가는 중이며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1편처럼 크리스 감독과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1편보다 더욱 규모가 크고, 파란만장한 이벤트들이 들어갈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영화 속 ‘케이팝’의 장르 다변화도 속편을 위해 구상되고 있는 지점 중 하나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2025년 8월 한국을 찾았던 매기 강 감독은 속편에서 한국의 여러 가지 음악 스타일을 더 보여주고 싶다며 트롯이나 헤비메탈을 언급한 바 있다. 트롯은 한국의 전통적인 스타일인 만큼 세계에 더 알리고 싶고, 헤비메탈 역시 K-팝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장르라 시도해 보고 싶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은 무엇보다 ‘한국스러움’이라는 큰 기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그는 “한국적인 것이 우리 영화의 영혼이다. 그동안 넷플릭스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고 속편에도 열의를 두고 있다”며 “1편에서 보여줬던 한국다움을 속편에서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 예산 집행에 책임감을 가지고 주어진 게 무엇이건 그 안에서 최고의 볼거리와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 자리를 잇는 작품이 실사 드라마가 아닌 K-팝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은 이례적인 지점으로 꼽히고 있다. 기존 글로벌 흥행 공식과는 다른 형태의 콘텐츠가 동일한 수준의 파급력을 인정받으면서 후속편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업계에서는 ‘케데헌’을 단순한 흥행 사례가 아닌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한 OTT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한국적 요소, 그것도 그동안 무대를 통해 듣거나 보는 체험 위주였던 K-팝을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속편이 예정대로 이어질 경우 단일 작품이 아니라 장기 프랜차이즈 형태로 확장되는지 여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케데헌’은 영상 콘텐츠에서 출발해 OST 등 ‘콘텐츠 내 콘텐츠’로 빌보드를 포함한 해외 음원 차트 톱을 휩쓰는 성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구조 자체는 디즈니 같은 기존 유명 애니메이션에서도 반복돼온 방식이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K-팝이 글로벌 팝 음악과 유사한 방식으로 소비됐다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팬덤 중심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했던 K-팝이 작품을 계기로 보다 대중적인 음악 시장에서도 동일한 기준으로 반응을 얻어냈다는 점이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이 후속작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성과를 가늠할 기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