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사 연습생으로 10년, 작곡가 9년 거쳐 꿈 이뤄…“‘골든’에 희망 노래하고 싶은 제 감정 담아”

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인 이재는 2003년부터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소속 연습생으로 활동해 왔다. 가수가 되기 위해 10년 넘게 준비했지만 데뷔는 기약 없이 밀리기만 했고, 결국 2016년 연습생 계약을 해지한 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가수를 꿈꾸며 10대 시절 전부를 바쳤던 이재에게 있어 이 때는 가장 어둡고 불안한 시간일 수밖에 없었다.
이재는 당시를 회상하며 "제가 확실하게 느낀 건,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라며 "어린 나이에 연습을 많이 하고 (데뷔에) 떨어지는 건 쉬운 경험이 아니다. 어리니까 상처를 받지만, 성장하려면 상처받고 또 고생도 해야 한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때 거절당한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돌아보니 당시 SM엔터의 선택도 이해가 된다. 중요한 건 성장이라는 생각을 했다. 떨어져도 '또 하면 되지'라는 마음이 중요했다"며 "음악이 저를 살린 것 같다. 음악은 가수의 길도 있지만 작곡과 작사, 엔지니어링도 있지 않나. 그때는 매일 비트를 만들고 제 표현을 만들면서 저를 찾아 나갔다"고 덧붙였다. 꿈을 향한 걸음이 한 번 어그러졌지만 "말이 씨가 된다"는 엄마의 말처럼, 안 된다고 말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이며 스스로를 설득해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는 게 이재의 이야기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슈퍼스타인 루미, 미라, 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6월 20일 공개 이후 넷플릭스 사상 최초로 3억 조회 수를 돌파하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와 시리즈 부문을 통틀어 역대 1위를 차지했다. 이재는 주인공 루미의 가창을 맡아 그가 작곡한 곡 '골든'(Golden),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 '테이크 다운'(Take Down), '프리'(Free) 등을 노래했다.
이재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참여하게 된 계기로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어릴 때 미국 친구들은 한국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걸 볼 때마다 화가 나서 더 열심히 했던 것도 있다. 저희 가족들도 너무 좋아한다. 엄마가 제 얼굴이 나온 사진으로 사인지를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이 비단 음악 장르에 한정되며 팬덤끼리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존에 K-팝을 알지 못했던 누구나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것만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 영역으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곡인 '골든'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등 해외 음원 차트에서 장기간 1위 자리를 수성하며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골든'의 작곡 비하인드 스토리도 언급했다. 이재는 "노래 안에 '골든'이라는 단어를 반드시 넣어야 했다. 그때 저도 실제로 힘든 시기여서 희망적인 메시지가 필요했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개인적인 감정을 녹여낸 것 같다"고 말했다.
웬만한 사람들은 원 음정으로 따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인 '골든'의 고음 파트에 대해서는 "감독님께서 현실적이지 않은 고음 넣기를 원하셨다. '혼문'을 닫아야 하는 루미가 자기 본 모습이 아닌 상태로 압박받는 게 표현돼야 해서 의도적으로 높이 올라가는 고음을 넣은 것"이라며 "저도 제 음역보다 더 높게 불렀다. 공감됐던 것은 루미처럼 저도 제 음역이 아닌데 더 자신을 떠미는 챌린지를 찾았던 것이다. 간절함을 표현하고 싶어서 멜로디를 만들 때도 그렇게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K-팝 영역에서 완전히 자리 잡은 '가수 이재'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될까. 이재는 오는 10월 24일 솔로곡 '인 어나더 월드'(In Another World)를 발매한다. 이 곡은 이재가 직접 부르지만, 이후로는 당분간 작곡가인 본업에 좀 더 열중하겠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이재는 "계속해서 작곡가로서 성장하고 싶다. K-팝뿐 아니라 팝도 작곡하며 이 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아티스트로서 제 곡도 계속 만들 거다. 작곡가라서 곡이 많은데 그 가운데서 제게 개인적으로 잘 어울리고 와닿는 곡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