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해…‘케이팝 데몬 헌터스’ 애니메이션상·주제가상 2관왕 유력

이번에도 아카데미는 박찬욱 감독을 외면했다.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예비 후보 숏리스트 15편에 포함되며 최종 후보 선정이 기대됐던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최종 후보가 되지 못했다.
1월 22일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제98회 시상식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어쩔수가없다’는 국제장편영화 부문 최종 후보 5편에 포함되지 못했다. 2023년에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예비 후보에 올랐지만 최종 후보에 들지 못했다. 박찬욱 감독은 두 번 연속 최종 후보 선정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1963년 제3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신상옥 감독의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첫 도전장을 내민 이후 한국 영화는 꾸준히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지만 수십 년 동안 예비 후보인 숏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19년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 부문(국제영화 부문의 당시 이름)에서 드디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는데 무려 55년여에 걸친 도전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2003년 ‘오아시스’와 2008년 ‘밀양’에 이어 2019년 ‘버닝’까지 세 번이나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린 이창동 감독이지만, 한국 영화 최초의 숏리스트 선정에 만족해야 했다.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의 높은 장벽은 이듬해인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깨졌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최종 후보에 선정됐는데, 여기 그치지 않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네 개 부문을 석권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숏리스트 진입조차 쉽지 않았던 한국 영화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이제 숏리스트 선정은 기본이고 최종 후보 선정과 본상 수상까지 기대할 만큼 성장했다. 박찬욱 감독의 도전이 연이어 숏리스트 선정 단계에만 그치자 미국 현지 매체들이 먼저 ‘왜 아카데미는 박찬욱 감독을 냉대하느냐’고 지적할 정도다.

한국 영화는 단 한 편도 최종 후보로 선정되지 못했지만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마냥 남의 잔치는 아니다.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배급한 미국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와 스퀘어 페그와 엘리먼트 픽처스, CJ ENM이 공동 제작한 한미 합작 영화 ‘부고니아’가 있기 때문이다.
‘케데헌’은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최종 후보로 지명됐고, 주제곡 ‘골든’은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케데헌’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캐나다인 애니메이션 감독 메기 강이 연출을 맡았고 배경도 한국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K-팝이 주요 소재다. 또한 ‘골든’은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으로 K-팝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한국계 미국인 이재(EJAE, 본명 김은재)가 작사와 작곡에 참여하고 직접 노래를 불렀다. 이재 외에도 더블랙레이블의 수장 테디를 비롯해 IDO, 24 등 K-팝을 대표하는 프로듀서들이 작곡과 편곡에 참여하고 프로듀서까지 맡았다.
영화 ‘부고니아’는 작품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각색상 등 네 개 부문에서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2003년에 개봉한 한국영화 ‘지구를 지켜라!’가 원작인 리메이크 영화다. 장준환 감독의 장편영화 연출 데뷔작인 ‘지구를 지켜라!’는 개봉 당시 엄청난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 성적은 저조했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저주받은 명작’이다. ‘부고니아’ 역시 한국 극장가 흥행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이어졌다.

‘케데헌’의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도 유력한 상황이다. 최종 후보에 오른 픽사 장편 애니메이션 ‘엘리오’,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 등과 경쟁 중인데 무난히 수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카데미 전초전’ 성격이 강한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케데헌’이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고, ‘골든’은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다음 관심사는 ‘부고니아’가 최고 권위의 작품상을 수상할 수 있느냐다. ‘부고니아’는 ‘F1 더 무비’, ‘프랑켄슈타인’, ‘햄넷’, ‘마티 슈프림’,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시크릿 에이전트’, ‘씨너스: 죄인들’, ‘기차의 꿈’ 등과 함께 작품상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현지 언론은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언급하고 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외에 ‘씨너스: 죄인들’을 유력한 후보로 꼽은 외신 매체들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부고니아’는 수상 유력 후보작이 아니다.
한편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3월 15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다.
김은 프리랜서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