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시장과 손잡고 윤 어게인 고립 작전…여론조사 분위기 좋지만 투표장 보수 결집 가능성도

이어 “대구 정치가 문제다. 대구 시민은 정말 믿음을 갖고 한 당에 표를 모아줬는데 그 당은 표만 받아 갔다”며 “그동안 대구가 그렇게 숨이 넘어가는데도 안일하고 무능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부겸이 시장이 돼야 정부여당의 지원을 요구할 명분이 된다”며 “대구·경북(TK) 행정통합, 민군 통합 공항 이전, 취수원 문제 해결, 2차 공공기관 이전, 산업구조 재편까지 책임지고 완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과거 대구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으로 국회의원에 3번 도전해 2016년 총선에서 한 번 당선됐다. 대구시장은 2014년 지선 이후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번 지선에서 대구시장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다. 지역 당원에 이어 중앙당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출마를 요청했지만 요지부동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청래 대표 등 당 지도부까지 나서 대구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폭적인 약속을 하며 마음을 돌렸다.
대혼돈에 빠진 국민의힘의 대구시장 후보 공천 과정도 김 전 총리의 심경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22일 6선의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3명을 컷오프(공천배제)했다. 주 부의장과 이 전 위원장은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방안도 검토 중으로 전해졌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김 전 총리가 국민의힘 후보들과의 양자대결에서 큰 격차를 보이며 앞서 나가고 있다. 컷오프된 후보들 중 한 명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3자 대결이 성사될 경우, 김 전 총리가 대구시장직을 민주당에 가져오는 이변을 연출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관련기사 ‘3파전 가면 곤란한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 컷오프 후폭풍).

실제 홍준표 전 시장은 김부겸 전 총리 지지를 선언했다. 홍 전 시장은 4월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민주당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며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시장 선언에 국민의힘 내부는 당혹감이 역력하다. 장동혁 대표 특보단장인 김대식 의원은 4월 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홍 전 시장이 김 전 총리 손을 들어주는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 당에서 당대표 두 번에, 원내대표, 5선 국회의원에 경남지사, 대통령 후보까지 하셨는데 설마 그렇게까지 하시겠냐”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친한계 진종오 의원은 “노망난 정치인의 말로를 보여준다. 그저 국민의힘에서 자신을 대선후보로 안 해줬다고 밑도 끝도 없이 뒤끝을 작렬한다”며 “본인 말씀처럼 제발 정계은퇴 좀 하시라”라고 비난했다.
김 전 총리 스탠스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총리가 여당으로부터 ‘선물보따리’를 약속 받으면서 정책선거를 치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초반부는 정치선거로 가져가려는 모습으로 보인다”며 “출마 선언부터 ‘국민의힘을 버리라’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홍준표 전 시장 등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며 국민의힘 윤 어게인 당권파를 고립시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번에 대구시장 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면 김 전 총리는 중도와 보수층으로 확장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향후 당권과 대권 경쟁에서 우회적으로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김부겸 선거 캠프에 여러 계파 인사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 등 분위기가 좋아도 김 전 총리나 민주당 입장에서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김 전 총리가 여론조사상 앞서고 있긴 하지만 국민의힘 후보가 정해진 후엔 보수층 결집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선거 판세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형성된 만큼, 보수 텃밭 대구 표심이 국민의힘 동정론에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것과 실제 투표장에 나가서 표를 행사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대구시민들은 현재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을 답답해하는 것이지, 민주당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막상 투표에서는 국민의힘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며 “또한 이번 지선에서 전국적 판세가 민주당으로 심하게 기울어지면, 대구에서는 보수가 위기에 더 결집할 수도 있다.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