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구행 세 과시, 김부겸 대구시장 출마도 관심…국힘 지지율 급락 속 ‘미워도 다시 한번’ 통할까

“배신자로 지목돼 있는데 설마 대구에 가겠느냐”는 의구심 속에 시작됐던 한동훈 전 대표의 대구 방문이었다. 한 전 대표 대구행은 별다른 마찰 없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사흘 동안 진행됐다. 대구에 오면 반대 시위로 인해 정상적 일정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 예측도 있었지만 이는 빗나갔다.
한 전 대표는 2월 25일부터 사흘간 대구에 머물며 2·28 기념공원과 칠성시장, 서문시장을 잇따라 찾았고 그가 가는 곳마다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마지막 날인 2월 27일 서문시장 방문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는 평이 나왔다.
2월 27일 정오 무렵 한 전 대표가 찾은 서문시장은 대선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시장 입구 쪽에는 한 전 대표 지지자 수백 명이 운집해 “한동훈, 대통령” 구호를 외쳤다. 육교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한 전 대표 방문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한동훈 배신자”를 외쳤지만 한 전 대표 측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전 대표는 서문시장에 2시간 30분가량 머물렀는데 수백 명의 인파가 뒤섞이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현장을 지켜본 복수의 서문시장 상인들 말을 들어보면 한 전 대표 방문 보름 정도 전인 2월 11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찾았을 당시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뒤 첫 지역 행보로 대구를 찾은 이유에 대해 “대구는 나라 전체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온 지역”이라며 “정치적 계산 때문이 아니라, 책임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한 전 대표는 대구행 명분을 거창하게 붙였다. 그런데 실제 속셈은 따로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한목소리다. 장동혁 지도부로부터 내쳐졌지만 장동혁 지도부라는 이사회 체제가 아닌 보수의 대주주 TK로부터 직접 승인을 얻어가겠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대구 방문 최대 하이라이트로 여겨진 2월 27일 서문시장 방문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서보겠다”며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을 시사해 화제를 모았다.
한 전 대표는 재보선 출마 의향을 묻는 현장 질문에 “좋은 정치를 위해 목표를 위해 끝까지 갈 것”이라며 “노선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마를) 배제할 이유는 없겠지만 그것을 위해 가는 것은 아니다. 지금 보수 재건이 정말 필요한 때이고 시민이 주도해 재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 전 대표는 서문시장 방문 당일 오전 SBS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재보선 출마 가능성을 묻자 “왜 굳이 배제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보궐선거에 나가 배지를 단 뒤 국회로 복귀해 당권을 다시 거머쥐겠다는 포석이 분명하게 읽혔다.
그는 대구 서문시장 방문 때 “우리가 앞장서서 윤석열 노선을 끊어내고 보수를 재건하는 데 여러분의 도구가 되겠다”며 “윤석열 노선을 극복하고 미래로 가야만 보수가 재건되고, 제대로 견제하고, 결국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과 절연 선언을 주저하는 장동혁 대표를 정면으로 때린 발언이었다.
한 전 대표 서문시장 일정에는 친한계인 우재준 청년최고위원과 배현진 박정훈 정성국 김예지 진종오 안상훈 의원 등이 동행하면서 세 과시를 했다. 제명된 전 대표를 현역 의원들이 따라다니는 현상에 정가에서도 많은 뒷말을 낳았다.
한 전 대표는 2시간 넘게 시장을 돌며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건어물, 채소 등을 구입한 뒤 국수로 점심을 해결했다. 앞서 장동혁 대표도 2월 11일 서문시장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먹었는데, 한 전 대표의 동선이 이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한 전 대표 최측근으로 통하면서 그의 영남 출마론에 불을 지펴온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월 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많은 조언자들이 ‘(보궐선거에) 나가야 한다. 나가되 영남에서 나가야 한다’고 하고 있다”며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국민의힘 주류는) 영남을 자기들 텃밭이라고 생각해 ‘여긴 우리 밥그릇이다. 아무도 건들 생각 마라’고 하고 있다”며 “영남을 저렇게 망가뜨린 그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한동훈 대표가 부산이든 대구든 배지를 달아 ‘영남은 당신들 볼모가 아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한 전 대표가 대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부산 보궐선거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3월 7일 점심 부산 구포시장을 찾는다. 이곳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큰 부산 북구갑에 있다.

여권에서는 대구시장 선거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등판시켜 보수정당에 대한 피로감 수치가 급상승 중인 대구를 잡아채겠다는 기세다. “장동혁도 싫고 한동훈도 꼴보기 싫다”는 민심이 확인됐다면서 이 틈을 파고들어 TK까지 장악,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 완전 제패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한 전직 의원은 “김 전 총리는 2016년 총선에서 대구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수성갑에서 보수의 거목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꺾고 당선되는 이변을 만든 바 있다”며 “국민의힘에 대한 피로도에다 김 전 총리의 개인기까지 더해지면 대구시장을 민주당이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TK에서도 흔들리는 장동혁
보수의 철옹성으로 불리던 TK가 주인 없는 빈집 상황이 된 것은 장동혁 지도부의 허약한 리더십 탓이라는 게 정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장동혁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에 단식까지 결행하면서 간신히 버텨왔지만 한계에 도달했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강경 보수 표심만 의식하는 행보로 확장성을 봉쇄, 리더십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3월 4일 국회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촉구 결의대회에서도 장동혁 지도부의 비토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장 대표와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의원 20여 명 및 당원 수백 명은 이날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 집결, ‘광주전남 다 퍼주고 대구·경북 외면하나’ ‘국민분열 조장하는 민주당은 각성하라’ 등이 적힌 손 팻말을 들고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즉시 추진하라” 구호를 외쳤다.
장 대표가 직접 마이크를 쥐고 “민주당은 국민에 이어 이제 지역까지 갈라치고 있다”며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그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장 대표 발언에 호응하는 이들은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날 인원 동원 자체가 매우 어려움을 겪을 만큼 당 지도부 지지세가 떨어졌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배현진 의원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내린 징계 처분이 정당하지 않으므로 멈춰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3월 5일 법원이 받아들였는데 이 역시 장동혁 지도부에게는 큰 악재다.
국민의힘 한 TK 중진 의원은 “장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나서면 당원들 얼굴에 화색이 돌고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는데 요즘은 세기가 많이 약해졌다”며 “장 대표 스스로 확장성을 높이는 조치에 인색한 태도를 이어오면서 TK에서도 장 대표에 대한 실망감이 큰 것이 사실인데 요즘 이런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TK에서조차 국민의힘에 대해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지방선거가 임박해오면 결국 국힘에 대해 “미워도 다시 한 번”이 통할 것이란 관측도 많긴 하다. 현재 침묵하는 샤이 보수가 재결집하면 지금과는 상황이 급변, 보수 심장은 물론이고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권 전체에서 표심이 보수 쪽으로 다시 모인다는 논리다.
한동훈 전 대표의 영남권 무소속 출마에 대해서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의견도 적잖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3월 3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나와 “(한 전 대표가 찾았던) 서문시장에 많은 분이 오셨다고 했는데 외지에서 오신 분도 많았다”고 평가절하 했다.
유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도 우호적이지 않지만 한 전 대표에 대한 민심도 우호적이지 않다. 한 전 대표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을 무시 못 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 사례에서도 그렇듯 시간이 갈수록 한 전 대표의 배신자 프레임이 더욱 강하게 가동될 것인데 이렇게 되면 무소속 등판이 어렵다는 취지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3월 5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정치쇼’에서 “(한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 때 국회에 나와 의원들이 물으면 한 수 더 떠 ‘되로 받고 말로 갚는 식’의 언행을 해 ‘아이고 저걸 어쩌나’라는 생각을 했었다”며 “정치를 안 하는 것이 좋았다”라고 했다. 정치할 재목감이 못 된다는 냉혹한 평가였다.
김부겸 전 총리의 대구시장 도전설에 대해서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3월 5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 인터뷰에 나가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송 전 대표는 이날 “김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 선거에 뛰어들 만한 배포가 없다”며 일축했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아직 3개월이나 남은 터라 TK를 비롯한 영남권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여러 선거를 보면 결국 막판에는 자기편 쪽으로 결집해왔기에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병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