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지급 계열사들 내부거래 고비중…이노션·현대글로비스 지분 조정 사례 두고 “법 취지 맞는지 따져봐야”

일각에선 정 회장 부자의 배당금 규모 자체 보다, 배당금을 지급하는 계열사들의 그룹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각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매출 비중(별도 기준)은 △현대오토에버 95% △현대위아 94% △현대모비스 85% △현대글로비스 74% △이노션 64% △기아 57% △현대차 54% △현대엔지니어링 27% △현대제철 18%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의 이익이 배당을 통해 오너 일가에 귀속되는 구조인 점에서 현행 규제 체계가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통상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이상이거나 매출액 대비 비중이 12%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를 공정거래위원회의 중점 점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9개 계열사는 내부거래 금액이나 매출 비중 기준으로 모두 공정위의 중점 점검 대상에 해당될 수 있다.
다만 사익편취 규제 조항의 직접 적용 대상이 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조항은 동일인과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회사, 또는 그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회사 등에 적용된다. 지난해 공시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에서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계열사는 △현대머티리얼 △현대엔터프라이즈 △현대커머셜 △서울피엠씨 △현대첨단소재 등 5개사뿐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오너일가가 배당 수령액이 크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거래의 조건과 과정, 대가 산정 등이 특수관계인에게 유리하게 설정된 부당성이 입증돼야 공정위가 제재에 나설 수 있다.

이노션의 경우 정성이 당시 사내이사가 2019년 5월 롯데컬처웍스에 지분 10.3%를 매각하면서 지분율이 27.69%에서 17.69%로 낮아졌다. 정의선 회장 지분 2%를 더한 총수일가 지분율도 19.69%로 규제 기준 아래에 머물게 됐다.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가 2018년부터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이노션 지분율 조정이 규제 회피 목적이 아니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글로비스도 유사한 사례로 거론된다. 2021년 말 기준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 합계는 29.99%였는데, 개정법 시행 직후인 2022년 1월 7일 정몽구 명예회장은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 정의선 회장 지분율은 19.99%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내부거래를 통해 형성된 이익이 배당으로 오너 일가에 이전되는 구조라 하더라도, 지분율만 기준 아래로 조정하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제도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사익편취 규제 대상 지분율 산정시 자사주를 제외해 산정하는 방침을 내놨지만, 이 경우에도 지분 구조를 재조정하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 현대차그룹과 같은 사례에 대한 제재 적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현행 공정거래법처럼 일정 지분율을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정하면 기업이 기준선 아래로 지분을 조정해 규제를 피하는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며 “해당 사례 자체는 적법 테두리 안에 있겠지만, 내부거래를 계속 유지하면서 규제를 벗어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공정거래법의 취지에 맞춰 정책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