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준비금 감액해 배당 확대…완충력 약화 우려에 외국인 중심 수혜로 ‘반쪽 환원’ 지적도

비과세 배당은 자본준비금 등을 줄여 이를 재원으로 주주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세법상 배당소득이 아닌 출자금 반환(자본 환급)으로 간주돼 과세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주주의 실질 수령액이 증가해 최근 기업들의 주주환원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일반 현금배당은 금융소득 구간에 따라 배당소득세가 징수된다.
비과세 배당이 대주주의 조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지만 은행지주회사는 주주 구성이 비교적 분산돼 있어 오너 지배 기업과는 상황이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오너 경영 체제인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과 2024년 결산 배당금을 비과세로 지급했는데, 최대 주주인 조정호 회장(2024년 지분율 51.25%)이 배당 총액의 약 절반인 3625억 원을 비과세로 수령한 바 있다.
은행지주회사는 금융지주회사법상 동일인의 보유 지분율이 원칙적으로 10% 이내로 제한된다. 현재 4대 금융지주는 국민연금, 블랙록, 캐피털리서치 등 5% 이상 지분 보유 주주가 복수로 분산돼 있다.

현재 국내 은행지주회사들과 비지주은행의 자본 비율은 금융당국의 규제 기준 보다 높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31일 ‘지난해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 현황’을 통해 “은행지주회사 8개 및 비지주은행 9개 기준 △보통주자본비율 13.51% △기본자본비율 14.80% △총자본비율 15.83% △단순기본자본비율 6.76%”라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당국 규제 비율은 △보통주자본비율 8.0% △기본자본비율 9.5% △총자본비율 11.5% △단순기본자본비율 3.0%다.
금융지주가 현재 규제비율을 웃도는 자본 여력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비과세 배당 재원 확보 결정에 대한 시장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자본준비금은 본래 자본전입이나 결손금 보전 등에 쓰이는 법정준비금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중동지역 군사적 긴장 장기화로 고유가·고환율 흐름이 이어지며 금융지주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기업의 비용 지출 부담이 커지고 차주의 상환능력이 약화해 은행권의 신용 손실과 충당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1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고유가·고환율 상황에 따라 신용 손실 확대와 자본 비율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과세 배당은 자본준비금을 활용하는 만큼 재무 건전성 훼손 우려가 있지만, 현재 주요 금융지주의 건전성 지표가 금융당국 권고치를 웃돌아 당장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다만 중동발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함께 배당 방식의 투명성과 지속 가능성을 시장에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지주들의 높은 외국인 지분 비중을 감안하면, 비과세 배당 수혜가 국내 개인투자자보다 해외 투자자에게 더 많이 돌아갈 수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네이버금융에 따르면 이달(4월) 1일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보유 지분율은 KB금융 76.0%, 하나금융지주 67.2%, 신한금융지주 61.6%, 우리금융지주 46.8%로, 모두 외국인 지분 비중이 상당하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외국인 지분 비중이 높고, 그 대부분이 기관투자자인 만큼 비과세 배당의 수혜가 국내 개인투자자보다 해외 기관에 더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같은 지분 구조를 고려하면 이를 소액주주 중심의 주주환원 정책으로 간주하기에 다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