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들 승진 지연 우려, “노사 합의 필요” 주장…사측 “노조와 지속적으로 대화”
#“1000시간 비행교육 받는 데 3억 원 넘게 들어”
지난 4월 9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같은 달 5~8일 조합원 총회를 개최한 결과 조종사 쟁의행위 찬반 안건이 참석 인원 80%(전체 조합원의 57.6%)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향후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하면 파업과 태업 등 단체행동이 가능하다. 앞서 지난 3월 30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2024년 단체협약과 2025년 임금협약과 관련해 지난해 10월부터 회사와 12차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조종사 서열을 단순 근무 기간을 기준으로 통합할 경우 기존 대한항공 부기장들의 기장 승격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종사 입사에 필요한 비행시간 요건의 경우 대한항공이 1000시간, 아시아나항공이 300시간이다. 조종사들에 따르면 700시간의 비행시간을 채우려면 1년 6개월~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시아나항공이 보다 빨리 입사가 가능하고 기장이 되기 위한 경력에서 앞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14일에 만난 한 대한항공 기장은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1000시간의 비행시간을 쌓기 위해 들어가는 훈련비용은 3억 원 정도다. 반면 300시간 정도를 쌓으려면 평균 7000만~80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대한항공의 경우 입사 이후에도 1년 동안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훈련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박상모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부위원장은 “더 긴 교육시간 등을 감내하며 대한항공을 선택한 조종사들의 로열티(충성도)는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군 출신 조종사가 민간 출신 조종사보다 기장 승진을 빨리 하는 구조인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군·민간 출신 조종사의 기장 승격 기간 차이는 6~10개월 정도다. 반면 아시아나는 군 출신 조종사가 민간 출신 조종사보다 4년 정도 일찍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같은 해에 입사한 아시아나 군 출신 조종사가 대한항공 군·민간 출신 조종사보다 호봉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다만 양사 조종사들 간 입장 차이는 있는 상황이다. 정민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사무국장은 “대한항공뿐 아니라 저비용 항공사(LCC)들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치고 규모가 커지면서 기장 승격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대한항공이 인력 효율만 생각하지 말고, 필요한 기장 수요 이상의 조종사를 기장으로 승격시켜 줄 것을 본사에 요구했다. 합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고 앞으로 대한항공의 항공기 기단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합리적으로 회사와 대화에 임할 수 있도록 노조와 지속적으로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4~6월 갈등 최고조로 이를 수도

통합을 앞두고 물리적 결합 조치는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월 11일 1984년 이후 41년 만에 기업이미지(CI)를 새단장했다. 빨간색, 파란색, 흰색으로 이뤄진 기존의 태극 문양에서 벗어나 태극마크 심벌과 항공사명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게 특징이다. 올해 1월 14일부터는 아시아나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에서 대한항공이 이용하는 제2터미널(T2)로 옮겨 운항을 개시했다.
4~6월이 내부 갈등이 최고조로 이르는 시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종민 대한항공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객실승무원의 경우 정직원 전환 전 인턴 과정이 대한항공은 2년, 아시아나는 1년이다. 기수가 앞서는데도 승진 시점에서는 밀릴 수 있다 보니 시니어리티에 대해 모든 직원이 예민한 상황”이라며 “본사에서 4월 중에 우선적으로 노조를 대상으로 전 직군의 인력 운용에 대한 브리핑이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은 통합을 앞두고 내부 결속력을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4월 1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임원 세미나에 그룹사 임원 200명을 소집했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대한항공 창립 57주년 기념사에서 “우리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완전한 ‘한 팀’을 이뤄야만 세계무대에서 국가 대표 항공사로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며 “새로운 가족을 맞이해야 하는 지금, 우리에게 갈등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