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9곳 승리했지만 격전지 전패하며 침울…국힘 선전에도 한동훈 승리로 분열 리스크 고개

민주당은 재보궐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했지만, 3개 승부처에선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당 지도부 입장에서 쓰라린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경기 평택을과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깜짝 승리를 거뒀다. 대구 달성과 울산 남구갑에서도 승전고를 울렸다. 그러나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의 북구갑에선 박민식 후보가 한동훈 무소속 후보와 민주당 하정우 후보에 밀려 3위에 그쳤다. 국민의힘으로선 마냥 웃기만은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하정우 민주당 후보는 41.26%(3만 3664표)로 석패했다. 하 후보 득표율은 제21대 대선서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 북구서 얻은 득표율(41.3%)과 비슷하다. 하 후보는 자신의 패배를 승복하며 “노력과 준비가 부족했다”고 했다.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는 15.76%(1만 2866표) 득표율을 얻었다. 부산 북구갑 유권자들은 국민의힘이 아닌 무소속 후보에게 ‘보수 표심’을 몰아줬다. 박 후보는 “승리하지 못해 송구하다”는 말과 함께 쓸쓸히 퇴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동훈 후보를 겨냥해 내세웠던 박 후보가 참패하면서 당은 거센 후폭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유의동 당선인은 34.83%(3만 3536표) 득표율로 신승을 거뒀다. 고향인 팽성읍을 비롯해 신도시인 고덕동에서의 바람이 승리 밑거름이 됐다. 개표율이 30%를 넘어선 시점부터 득표율을 높인 유 당선인은 대혼전을 이겨내며 4선 고지에 올랐다. 유 당선인은 눈시울을 붉히며 “제게 주어진 소임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 한발짝 한발짝 시민께서 주신 명령을 따라 걸어가겠다”고 했다.
김용남 민주당 후보는 28.77%(2만 7705표) 득표율로 쓴맛을 봤다. 선거 막바지에 불거진 대부업체 차명 운영 의혹이 김 후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는 “민주진보진영 표가 절반 정도씩 나눠지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선거 결과를 돌아봤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선 윤용근 국민의힘 후보가 46.64% 득표율(5만 3415표)로 44.87%(5만 1390표)를 얻은 김영빈 민주당 후보에 신승을 거뒀다. 개표율이 20% 중반에 달했을 무렵 방송3사가 김영빈 민주당 후보의 ‘당선 유력’을 점쳤지만, 개표 막판 승부가 뒤집어졌다. 국민의힘은 승부처에서 소중한 한 석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기존 우세를 점쳤던 9개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인천 계양을에 출격한 김남준 민주당 후보는 61.65% 득표율로 심왕섭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여의도행 티켓을 얻었다. 송영길 민주당 후보는 인천 연수갑에서 51.73% 득표율로 박종진 국민의힘 후보를 이겼다.

광주 광산을에선 임문영 민주당 후보가 62.85% 득표율로 독주를 펼치며 당선증을 손에 넣었다. 전북 군산·김제·부안갑과 군산·김제·부안갑을 지역구에선 김의겸 민주당 후보(득표율 86.72%)와 박지원 민주당 후보(득표율 66.00%)가 각각 승전고를 울렸다. 제주 서귀포에선 김성범 민주당 후보가 56.27% 득표율을 기록하며 고기철 국민의힘 후보에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 우세 지역구에서 예상대로 9석을 확보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 패착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 하남갑과 인천 연수갑, 인천 계양을 등에서 국민의힘이 성의 없는 공천을 해 민주당에게 맥없이 패했다”면서 “역전 혹은 경합을 노릴 수 있는 지역구에서 유권자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후보를 낸 지도부 판단은 심각한 실수”라고 했다.

울산 남구갑에 출마한 김태규 국민의힘 후보는 51.15% 과반 득표로 전태진 민주당 후보를 따돌렸다. 전 후보는 개표 초반 ‘당선 유력’ 시그널을 받으며 기대감을 올렸지만, 김 후보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보수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대구 달성과 울산 남구갑은 선거 전 오차범위 안 여론조사 결과로 기대감을 높였던 지역구였다”면서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했지만, 아쉽게 당선되지 못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험지에 디딤돌을 놓을 수 있는 충분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6·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따라 민주당 의석은 4석이 줄었다. 기존 165석이던 의석수가 161석이 됐다. 범여권 의석은 180석 이상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실질적 국회 주도권은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의석수 감소가 상임위원장 독식, 조작기소 특검법 등을 추진하는 데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107석에서 110석으로 의석을 3석 늘리는 데 성공했다. 다만 한동훈 당선인이 무소속으로 생환한 점은 국민의힘 내부 분열 리스크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당초 민주당의 재보궐 선거 승리 기준은 12석, 국민의힘 승리 기준은 한동훈 패배 포함 4석, 조국혁신당 승리 기준은 1석으로 예상됐다”면서 “민주당은 승부처를 모두 놓치며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냈고, 조국혁신당은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명목상으로는 승리 기준을 충족한 것처럼 보이지만, 당선인들과 지역구들을 들여다보면 국민의힘이 이겼다기보다 개인기를 가진 후보들이 각자도생하고, 양지에서 이길 후보들이 이긴 수준으로 보인다”면서 “성적은 좋은데 장동혁 지도부 리더십은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