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호조·주주환원 확대·주가 상승이 연임 명분…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홍콩 ELS 내부통제 쟁점은 부담

관심은 양종희 회장이 연임 절차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양 회장이 공개적으로 연임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차기 회장 후보군 평가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연임 여부를 심사받는 절차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 회장은 1961년생(만 65세)으로 KB금융 내부 규정상 회장직 수행이 제한되는 연령(만 70세 이상)은 아니다. KB금융 내부에서 현직 회장의 연임이 전례 없는 일도 아니다. 윤종규 전 회장이 2014~2023년 9년간 3연임으로 회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양종희 회장 재임 기간 경영 실적 지표를 보면 연임 명분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의 순이자손익은 양 회장 취임(2023년 11월) 다음 해인 2024년 12조 8267억 원에서 지난해(2025년) 13조 730억 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8조 452억 원에서 8조 5177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2026년) 1분기 순이자손익도 3조 3348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 2621억 원) 대비 소폭 상승했다.
재임 기간 주주환원 규모도 확대됐다. KB금융은 2024년 연간 8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한 데 이어 2025년에는 현금배당 1조 5800억 원과 자사주 매입·소각 1조 4800억 원을 합쳐 총 3조 600억 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실시했다. KB금융은 올해 1조 6200억 원을 현금배당, 1조 2000억 원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취임 후 KB금융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도 양종희 회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근거로 고려될 수 있다. KB금융 주가는 양 회장 취임일인 2023년 11월 21일 종가 기준 5만 4100원에서 지난 16일 종가 기준 17만 2000원으로 약 217% 상승했다.
다만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로 인한 내부통제 논란과 소비자 보호 부실 문제는 양 회장의 연임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2020년 말부터 2021년까지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이 2024년 만기 도래와 지수 하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낸 사건으로, 금감원 검사에서는 판매정책과 소비자 보호 관리 체계, 판매 시스템 전반의 불완전판매 문제가 지적됐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상품을 판매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대한 과징금 수위를 당초 1조 4000억 원에서 6000억 원 수준으로 낮춘 제재안을 지난 4일 의결했다. 최종 확정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홍콩H지수 ELS 사태가 양종희 회장 취임 이전 판매된 상품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구분해 고려될 필요가 있다. KB국민은행은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자율배상 절차를 마련했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율조정협의회를 통해 손실 확정분부터 순차적으로 배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5개 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의 판매 규모가 가장 컸고, 금감원 검사에서 판매정책과 소비자 보호 관리 체계 부실이 지적됐다는 점은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평가 과정에서 언급될 소지가 있다.

이후 금융위는 후속 조치로 지난 1월 금감원·학계·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출범시켜 관련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도입, 연임 횟수 제한,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이 개편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지난 2월 20일 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의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의무화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일반결의가 출석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으로 통과되는 것과 달리,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요구한다. 그만큼 회장 연임 안건에 특별결의 요건이 적용되면 현직 회장의 주주 설득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금융권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자율에 맡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금융 관련 여러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은행권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정부가 금융권 CEO들과 우호적인 구도 형성을 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한·우리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 등은 정부 출범 초기에 회장 선임 시기가 겹쳐 어느 정도 정치적 부담이 덜했을 수 있지만 KB금융지주는 상황이 좀 다르다. 현 정부가 회장 인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지주 회장 연임 규제 논의가 KB금융 회장 선임 일정과 맞물릴 경우 회추위가 후보 평가 절차의 공정성을 더 엄격하게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회장 연임 시 특별결의나 연임 횟수 제한 같은 제도 개선이 현실화하면 금융권 수장들의 연임 문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KB금융의 경우 회장 선임 과정에서 회추위가 후보 검증을 더 엄격하게 하면서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충분히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