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언급 후 논의 급물살, 당내 “수정 필요” 목소리 확산…친명·친청 셈법 엇갈려, 8월 전대 뜨거운 감자로

불씨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겼다. 이 대통령은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수없이 고소·고발이 됐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안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잘못된 것이 있으면 시정하고, 잘못한 것이 없으면 놔두면 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지휘하는 합동수사본부보다 국회가 임명하는 중립적인 특검이 낫지 않겠냐면서 국회가 나서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특검 수사 대상은 총 12개 사건이다. 이 중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 성남 FC 후원금 문제, 경기도 법인카드 관련 배임 의혹 등 8개가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이다. 특검 직무 범위와 권한이 담긴 제6조에 따르면 특검은 관련 수사·공소제기·공소유지 및 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특검 수사에 따라 공소가 취소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 대통령 기자회견 후 야권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 기자회견 다음날 “이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형사사건 공소 취소를 위한 특검 추진 의지를 당당하게 피력했다”며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지우겠다는 선언처럼 들릴 뿐”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위선적인 말잔치는 이제 그만두라”고 직격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6월 8일 소셜미디어(SNS)에 “공소 취소는 이재명 정권의 처참한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대통령 한 사람만 법의 예외로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를 배반하는 반란이자 공화주의를 파괴하는 내란”이라며 “대통령이라는 이가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악용해 혼자만 법 위에 군림하려 하는 것은 헌법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6월 11일 “법무부 위원회든 이름이 뭐든 이 대통령 공소 취소 협잡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은 12·3계엄 수준의 수사와 처벌 그리고 평생을 따라다닐 오명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점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는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법과 상식에 어긋나는 본인 재판을 없애는 공소 취소 시도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민주당 일각에선 특검법과 관련해 이견들이 표출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둔 데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특검법 추진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6월 8~10일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57%로 집계됐다.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33%였다. 지난 5월 3주차(5월 18~20일) 조사 대비 긍정 평가는 9%포인트(p) 내려가고, 부정 평가는 9%p 올랐다.
정당 지지도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직전 조사 대비 4%p 하락한 41%, 국민의힘이 5%p 오른 25%였다(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방선거 후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에 조성되고 있는 긴장감도 특검법 추진에 변수로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선거 결과와 관련, 정 대표의 책임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6월 9일 이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으로 출국할 때 정 대표가 환송식에 참여하지 않자 이런 기류는 더욱 확산됐다.
특검법을 놓고 친명과 친청 진영이 다른 스탠스를 보일 경우 내홍은 수면 위로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친청 라인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인사는 “지금 원구성을 비롯해 국회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선거 전에 특검법 하려다 얼마나 많은 손해를 입었느냐. 또 이걸 하다가 국회가 멈추면 집권당이 욕을 먹을 수 있다”면서 “신중히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특검법 수정안도 그 연장선상이다. 특검법은 추진하되 특검의 공소 취소 권한은 삭제해 논란을 줄여보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의 민주당 인사는 “특검을 하자는 데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공소 취소 문구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두고두고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친명계 한 의원은 “공당에서 이런 저런 의견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대통령과 싸우자는 모습 같다. 이제 겨우 집권 2년차에 당 대표라는 사람이 ‘정권은 짧다’라고 감히 말을 할 수 있는 건가”라면서 “특검법 추진은 대통령 개인 문제가 아니다. 내란 세력을 척결하라는 국민적 요구다. 다른 어떤 사안보다 빠르게, 최우선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6월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 대통령에 대한 불쾌감을 토로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친명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6월 11일 CBS 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정치적 레토릭(수사) 아닌가 했는데 우리 당대표 입에서 나왔다”며 “정말 대단한 실언”이라고 꼬집었다. 6월 11일 의원총회에선 정 대표 사퇴 요구까지 나왔다고 한다.
8월 17일 치러지는 전당대회 레이스에서도 특검법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정치권에선 이른바 ‘명심’을 등에 업은 김민석 총리와 연임에 도전하는 정청래 대표가 맞붙을 것으로 점친다. 특검법 추진을 놓고 ‘뉴이재명’과 ‘올드 민주당’ 간 셈법이 다를 수도 있는 의미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