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측 ‘감기약’ ‘후단협’ 저격에 김민석 측 ‘자기정치·선거책임’ 지적…패배 후보 지지층 이탈 우려 확산

이런 구호는 공염불에 그치는 모습이다. 김 전 총리 출마 선언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전대 정국이 시작되자 ‘친명계’와 ‘친청계’는 난타전을 벌였다. 친청 인사들은 친명계가 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을 묶은 ‘문조털래유’라는 멸칭을 사용하며 먼저 공격을 했다는 입장이다. ‘명청대전’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정 전 대표 리더십을 흔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7월 6일 이성윤 의원은 소셜미디어(SNS)에 “이렇게 남 탓을 하는 것이 김(민석) 후보님 본인의 ‘자기 정치 폐해’이자 ‘당정협력 혼선’을 초래하는 자기 정치가 아닌가”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12·3 비상계엄 때 김 전 총리가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불참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감기약을 먹고 잠들었다고 했는데 그 감기약 성분이 무엇이었느냐”라고 적었다.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던진 최민희 의원도 김 전 총리 비판에 가세했다. 최 의원은 김 전 총리 아킬레스건인 ‘후단협 사태’를 소환했다. 김 전 총리는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자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단일화를 요구하며 탈당했다. 이로 인해 김 전 총리는 ‘철새’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최 의원은 7월 7일 SNS에 “이언주 민주당 의원과 합당 흔들기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은 누구인가”라며 “강득구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내용 중 ‘청와대의 합당 이후 계획’ 부분과 ‘총리님 말씀과의 차이’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 소상히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 무산 사태 배경에 김 전 총리와 ‘친명계’ 의원들의 막후 교감이 있었다는 취지였다. 최 의원은 합당 무산이 범진보 진영 분열을 일으켰고, 선거 패배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7월 13일 최 의원은 “명청대전은 진부하다. ‘석길래(김민석·송영길·정청래)’ 정도의 센스 어떤가”라고 했다. 최 의원은 “명청대전이란 프레임으로 정청래 전 대표를 ‘반명’으로 궁지에 모는 것, 몹시 익숙한 풍경이고 식상하다”며 “정 전 대표가 넘치게 ‘친명’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안다”고 했다.

정 전 대표는 7월 9일 네거티브 전략은 쓰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다 3일 뒤인 12일 SNS에 “최악의 자기정치는 선거 때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하거나 남의 당 후보를 돕는 구태정치”라고 적었다. 김 전 총리의 ‘후단협 사태’를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정 전 대표는 네거티브가 아닌 자기방어라고 설명한다.
김 전 총리를 비롯해 ‘친명계’ 인사들, 최고위원 출마자들은 일제히 정청래 전 대표의 자기 정치 논란을 부각했다. 정 전 대표가 당대표 연임과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일부러 ‘명청갈등’을 유발했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대통령 후광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김 전 총리는 7월 6일 출마 선언에서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절박하고 엄격하지 않으면 우리는 총선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절박한 긴장감과 매서운 엄격함으로 당대표 교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 호소드린다”고 했다. 정 전 대표의 자기 정치 논란을 직격한 대목이다.
7월 7일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인 이건태 의원은 ‘자기 정치는 없었다’는 정 전 대표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 외교 순방 때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추진하며 국정 성과를 가렸다고 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으로 당내 분란을 키웠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변호인인 전준철 변호사를 특검 후보로 추천해 논란을 자초했다고 했다.
이건태 의원은 “자기 정치는 인터뷰를 몇 번 했는지, 측근 인사를 얼마나 챙겼는지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당과 정부보다 자신의 정치적 의제와 존재감이 앞섰는지, 그 결과 당정이 엇박자를 냈는지가 기준”이라고 했다.
양측의 네거티브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급기야 ‘대장동 사태’까지 언급됐다. ‘대장동 사태’는 민주당 전대의 흑역사로 꼽힌다. 2021년 전당대회 때 이낙연 전 국무총리 최측근인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최초로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후 ‘친명계’와 ‘비명계’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의혹으로 인해 오랜 기간 사법리스크에 휘말려야 했다.
7월 12일 열린 ‘유튜버 100문 100답’에서 김 전 총리는 이성윤 의원의 감기약 발언에 대해 “병원·약국 처방전을 갖고 왔다. 이성윤 의원님은 약사도 아닌데 약 성분에 관심을 갖냐”며 처방전에 적힌 약 성분을 읽었다. 김 전 총리는 “약 성분까지 보여드렸는데도 계속 문제제기를 한다면 대장동 검사와 같은 짓”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김 전 총리는 “(6·3 지방선거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고, 선거가 끝난 뒤 정당 지지율이 역전당하는 상황도 맞았다”며 “당 지도부가 전국을 골고루 유세하는 것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중요한 지역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기 평택을 재보궐 선거 패배에 대해서는 “단일화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았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무산이 지선 패배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확신이 있었다면 합당을 성공시켜야 하지 않았나”라며 “숙의와 토론 없이 절차를 무시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는 지방선거 때 정 전 대표가 당대표 특보 임명장을 남발했다며 ‘선청후당’의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대표직을 이용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정 전 대표의 말에는 “대통령 임기가 4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대선 불출마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생뚱맞다”고 비판했다.
네거티브 공방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친명·비명’ 갈등처럼 돌이킬 수 없는 내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2021년 전대가 끝난 후 이낙연 전 총리 측은 당을 떠난 바 있다. 이번에도 전대 때 패배한 세력이 민주당에 부메랑이 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든다.
17대·20대 대선 때 전례가 있다. 17대 대선 때 정동영 캠프의 ‘노무현 때리기’에 분노한 ‘친노(친노무현)’ 지지층이 등을 돌렸다. 결국 민주당은 대패했다. 20대 대선도 ‘친명·비명’ 갈등이 전통 지지층 이탈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비명계가 제기한 ‘대장동 사태’는 민주당의 중도 확장을 방해했다는 평가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통합 같은 말은 지금 의미가 없다. ‘지금 싸우면 통합이 어려우니 그만 하자’고 말한다고 그만둘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