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커지자 “개헌에 대한 원론적 입장” 수습…일각선 ‘던지고 반응 보기’ 대통령 의중 투영 의심

‘야권이 이재명 대통령 임기 연장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냐며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권력 구조 개편 관계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문제 등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정치적 당사자들이 어떻게 합의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개헌 논의에서 권력 구조 문제가 나오면 이슈가 될 수 있을 텐데 개헌자문위나 개헌 특위를 통해 의견이 수렴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조 의장 발언에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1980년 제8차 개헌에서 처음 도입된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했다. 이승만 정부의 사사오입 개헌, 박정희 정부의 3선 개헌 등 현직 대통령의 독재 시도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피로 쓰인 안전 수칙’인 셈이다.
개헌을 시도한 역대 민주당 정부는 ‘개헌을 해도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금 4년 중임제를 한다면 4년 중임제라는 제도는 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그것은 차기 대통령부터 적용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도 4년 연임제로 개헌해도 문 전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7월 28일 서면 논평에서 “임기 연장 논의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으로, ‘국민의 선택’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정권 연장을 도모하려는 정략적 사심”이라며 “삼권분립을 수호해야 할 국회의장이 이에 편승해 정권 연장의 길을 열어주는 행태는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략적 개헌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덧붙였다.
사태가 커지자 조 의장은 수습에 나섰다. 장현주 국회의장실 공보소통수석비서관은 “국민적 공감대와 정치권 합의를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헌법개정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128조 2항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보도는 발언 취지와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조 의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헌법 제128조 제2항의 내용은 존중되어야 하며, 향후 이루어질 개헌 논의에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그 대상이 아니다”며 “오늘 기자간담회에서의 답변은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해 개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치 주체 간의 합의와 국민의 선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취지의 기본 절차를 밝힌 것인데 본의와 다르게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대통령실과 국회의장실의 진화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 의장 발언을 빌미로 삼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7월 29일 “조 의장 개인 의견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선 설계자가 이제 연임 설계자로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을 향해서는 “연임은 없다고 국민 앞에 분명하게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에서는 조 의장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다는 불만이 나온다.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7월 30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원론적인 이야기”라면서도 “불필요한 이야기를 해서 불필요한 논란을 이렇게 가져왔다”고 했다. 박 부위원장은 “청와대도 나서서 아니라고 이야기해야 하고, 본인도 이것은 그런 뜻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야 하고, 또 모든 당권 주자들이 다 이것은 잘못된 이야기라 주장해야 하고. 다만 (장동혁) 한 사람만 신났다”고 지적했다.

정가에선 이 대통령 특유의 ‘리스크 회피’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제3자를 통해 운을 띄운 다음 여론의 반응을 살펴보고, 부정적일 경우 철회하는 방식이다. 유시민 작가는 이를 ‘마키아벨리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비판받을 일은 밑의 사람에게 맡기고, 인기를 얻을 일은 자신이 직접 나서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조 의장 발언에 이 대통령 의중이 투영된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이유다(관련기사 “이재명, 실패로 끝날 것” 유시민 쓴소리와 노림수 사이 여권 발칵).
국민의힘 한 의원은 “조정식 의장이 혼자 말했을까. 조 의장은 ‘비명횡사’ 공천할 때 사무총장이었다. (조 의장의 해명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이 대통령 방식으로) 말을 던지고 반응을 보는 거다. 그리고 이것은 빈말이 아니라고 본다. 이미 기자회견 전 사전질의에 있었을 것이다. 갑자기 튀어나온 질의가 아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먼저 치고 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조 의장의 발언으로 개헌은 ‘물 건너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당이 못 받아준다. 개헌을 악용하는 것 아닌가. 목적이 불순하다”며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렇게 하면 된다. 그런데 그런 발언도 청와대의 (제3자를) 시켜서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으면 개헌은 불가능하다. 개헌 의결 정족수가 재적 의원의 3분의 2이기 때문이다. 우원식 전 의장의 5·18 민주화운동 정신 수록 등이 담긴 ‘원포인트 개헌안’도 국민의힘의 반발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한 헌법학자는 “(헌법 제128조 제2항)에 손을 대면 유신헌법 같은 친위 쿠데타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국민은 장기 집권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다. 대통령은 오직 정권 재창출로 연임 효과를 봐야 하는 것”이라며 “조 의장의 발언은 좋게는 말실수했다고 볼 수 있다. 나쁘게 보면 의장 자질이 부족하다고 설명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발언 하나 때문에 개헌이 날아가 버렸다”고 덧붙였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