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드라마 넘어 일본 애니메이션까지…한국 유튜버 겨냥한 저작권 분쟁 확산

카도카와 측은 이들이 자사가 권리를 가진 애니메이션 영상에 설명과 내레이션을 얹는 방식으로 '줄거리 요약'(Recap) 영상을 무단 제작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튜버들은 애니메이션 전체를 그대로 올린 것이 아니며 원작 일부에 제작자의 고유한 표현 방식을 결합한 리뷰 콘텐츠인 만큼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자신들의 영상이 오히려 원작의 정식 소비를 늘렸다는 논리도 폈다. 영상 설명란과 고정 댓글 등에 해당 애니메이션을 정식 서비스하는 국내 플랫폼 링크를 제공함으로써 해당 영상을 본 이용자가 플랫폼으로 유입돼 원작 권리자에게 피해를 끼치기보다 일종의 홍보 창구 역할을 했다는 취지다.
미국 법원은 일단 카도카와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7월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은 유튜버들이 카도카와의 소환장을 막아 달라며 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문제의 콘텐츠가 원작을 비판 또는 패러디하거나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의 내용을 '설명하고 서술'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저작권법에서 인정하는 창의적이고 변형적인 이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유튜버들이 내세운 '원작 홍보 효과'는 공정이용 주장을 인정받기에 부족했다. 재판부는 해당 유튜브 영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금전적 영향과 별개로 저작권자에게는 자신의 창작물을 복제할 독점적인 권리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유튜버 같은 제3자가 제작한 콘텐츠를 통해 원작에 신규 이용자를 유입시켰다는 사실과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원작 영상을 이용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등의 줄거리와 주요 내용 등을 짧게 압축해 전달하는 이 같은 콘텐츠를 흔히 '패스트 무비' 또는 '몰아보기' 영상이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도 이들 리뷰 채널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 수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2022년 영화 제작·배급사들은 패스트 무비에 하나의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토로했다. 자체 모니터링을 거쳐 결말이나 스포일러가 포함된 영상에 저작권 침해 신고를 하거나 삭제 조치하기도 했지만, 유튜브에 쏟아지는 영상을 상시 감시할 인력이 부족했다.
작품 공개 시점이나 영상에 사용된 분량·방식에 따라 업체별 대응 방법도 달랐다. 원작 영상의 어디까지를 비평이나 리뷰를 위한 인용으로 볼 수 있고 어디서부터 저작권 침해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도 적극적인 대응을 가로막았다.
패스트 무비가 사실상 원작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길어지고 수백만 조회 수와 막대한 광고 수익을 올리는 하나의 산업으로 커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2024년 9월 한 지상파 방송사가 패스트 무비 6개 유튜브 채널을 고소하면서 첫 법적 대응에 나섰고, 지난해에는 CJ ENM을 비롯한 다수 방송사와 영화 제작사가 패스트 무비 채널 운영자들에 대한 형사 고소를 준비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런 변화에 따라 이제까지 홍보와 신규 시청층 유입 가능성 등을 이유로 리뷰 유튜브 채널 시장에서 관행적으로 형성돼 온 '그레이존'의 범위가 한층 좁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기존 리뷰 콘텐츠가 신작 영화나 드라마 등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처럼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해 원작으로 유입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아예 '몇 분 순삭 몰아보기' 같은 식으로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공개하는 일이 잦아졌다"며 "패스트 무비의 역할이 원작을 알리는 홍보물에서 원작을 보지 않아도 되는 대체재로 변한 데다 이를 이용해 사업체를 운영하며 거액의 수익까지 올리고 있는 점이 확인된 만큼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