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상해치사 등 재수사서 판단 뒤집혀…제주선 기록 조작·‘셀프 결재’까지, 자체 종결 검증·통제 과제로

사건 기록을 넘겨받은 청주지검은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했다. 이후 두 차례의 보완수사를 거쳐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A 씨의 범죄 혐의가 드러났고 2024년 7월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24년 12월 청주지법 형사2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A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으며, 항소심에서도 판단은 같았다. 경찰이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끝낸 사건이 재수사를 거쳐 중형이 선고되는 결과로 뒤집힌 셈이다. 사건을 종결 처리한 데 관여한 B 경정은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경찰이 재수사를 하고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이 뒤집힌 사례도 있다. 경찰은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이용해 전북지역 신협으로부터 전세자금 대출금 7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은 임대인 부부와 허위 임차인 등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했다. 고소인 측인 금융기관의 이의신청으로 사건을 넘겨받은 전주지검이 재수사를 요구했지만 경찰 재수사 역시 같은 결론이었다.
사건 기록을 검토한 전주지검은 직접 보완수사에 나서 계좌 거래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전세대출 채무자가 아닌 임대인 측이 대출이자를 대신 납부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지난 7월 임대인 부부와 허위 임차인 등 4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관련 민사소송에서 허위 증언이 이뤄진 정황을 추가로 밝혀내 위증·위증교사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또 경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재수사를 요구한 사건 중 기존 불송치 결정을 뒤집고 검찰에 송치한 건수는 2023년 3036건, 2024년 3023건, 2025년 2749건, 올해 1~7월 1540건으로 집계됐다. 검찰이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만 놓고 보면 약 5건 가운데 1건에서 경찰 스스로 기존 판단을 뒤집은 셈이다. 이 통계에는 피해자나 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자동 송치된 사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 단계에서 종결된 모든 사건이 검찰의 실질적인 재검토를 받는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은 약 29만 6000건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검찰이 재수사를 요구한 사건의 비율은 2.2% 수준이다. 특히 마약이나 도박, 뇌물 등 명확한 피해자가 없어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는 범죄의 경우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주 실종 사건 역시 경찰의 사건 종결 절차에 대한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특히 제주경찰은 과거에도 시스템 기록을 조작해 사건을 임의 종결한 사례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서귀포경찰서 소속 경찰관 C 씨는 고소·고발인의 동의를 받지 않았으나, 동의를 받은 것처럼 꾸며 사건을 반려하는 등 기록을 조작했다. C 씨는 상급자의 내부망 ID로 접속해 자신이 처리한 사건을 승인해 ‘셀프 결재’를 하는 대담함도 보였다.
실종 사건 처리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기존 실종 사건 처리 과정에 비대면 안전 확인 관행이 남아 있고, 높은 종결률 탓에 ‘단순 가출’이나 ‘미귀가’로 판단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실제 2023~2025년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접수된 사건의 종결률은 매년 99%를 웃돌았다. 제주에서 드러난 허위 종결이 경찰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사건을 자체적으로 끝낼 수 있는 경찰의 권한을 어떻게 검증하고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번지는 이유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