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최고 기록’ 한기주 10억 깨고 12~15억 원 전망…U-18 활약으로 몸값 더 뛰어

하현승이 국제대회에서 보인 마운드 운영 관련해서 A 팀 스카우트 팀장은 “디셉션(투수가 투구 동작 중 공을 몸 뒤에 숨기거나 릴리스 포인트를 가려 타자가 공의 궤적·타이밍을 늦게 파악하게 만드는 능력)과 터널링이 뛰어났고, 릴리스 포인트가 매운 안정적이었다”면서 “타자는 잘 모르겠지만 투수로서는 프로야구에 대형 투수가 한 명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신인 드래프트를 준비하고 있는 B 팀의 운영팀 팀장도 국제대회에서 진가를 발휘한 하현승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타자를 갖고 노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145km/h를 던졌다가 148km/h를 던지는 등 힘을 뺐다가 줬다가 하는 걸 마음대로 하더라. 결승전에서는 구속이 오르지 않았지만 대표팀 첫 경기였던 대만전에서는 정말 구위가 빼어났다. 190cm가 넘는 좌완 투수가 등장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하현승을 데려가는 팀은 그 선수의 육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 야구를 위해서라도 하현승의 성장이 매우 중요하다. 바로 1군에 올리기보다는 퓨처스에서 천천히 프로 선수다운 몸을 만들고 구위를 가다듬고 잘 만들어서 가급적 늦게 1군에 데뷔시켰으면 좋겠다. 우리 팀에 올 확률이 제로에 가깝지만 오랜만에 대형 투수가 나온 것 같아서 그 선수가 잘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B 팀 관계자는 키움이 최근 1라운드에 지명한 정현우와 박준현을 예로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키움이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는 바람에 정현우와 박준현이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큰 기대를 받고 입단했지만 1군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정현우, 박준현 모두 프로 첫 시즌부터 선발로 활약했다. 정현우는 데뷔 2년째인 올 시즌에도 부상 등의 이유로 선발과 불펜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25년보다 올해 성적이 더 안 좋다. 박준현도 마찬가지다. 개막전부터 선발 중책을 맡겼는데 성적이 좋지 않다(19경기 1승 9패 평균자책점 5.68).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키움의 신인 육성 시스템에 대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가장 좋은 신인 유망주를 데려간 팀이라면 육성에 책임감을 갖고 선수를 성장시켜야 한다.”

박준현은 올 시즌 선발투수로만 18경기에 등판했고, 9월 17일 KIA전에서 선발 안우진에 이어 처음으로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가 제구 난조를 보이며 0.2이닝 2피안타 2사사구 2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썼다. 박준현은 선발로 나선 18경기에서 단 1승만 올렸는데 키움의 설종진 감독은 박준현을 퓨처스로 내리는 대신 남은 경기에서 불펜으로 활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9월 21일 열린 2027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보유한 키움이 하현승을 선택할 가능성이 99.9%다. 키움이 올 시즌에도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다면 내년까지 4년 연속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고 유망주를 독식하는 셈이다. 야구 관계자들은 키움의 선수 육성 방식과 퓨처스 팀이 사용하는 열악한 훈련 시설,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실력 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편 신인 드래프트가 다가올수록 하현승이 입단 후 받게 될 계약금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역대 KBO 신인 최고 계약금은 2006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할 당시 한기주가 받은 10억 원이다. 키움 구단은 하현승의 계약금 규모와 관련해 아직은 지명 전이라 섣불리 이야기하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허승필 단장은 “지명한 다음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하현승 선수를 지명하게 된다면 먼저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는 게 우선이다. 그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액수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허 단장은 하현승의 투타 겸업에 대해서도 “선수 의사가 확고하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한화이글스배 고교 vs 대학 올스타전을 봤을 때 타자 하현승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던 터라 선수가 원한다면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선택을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1순위로 키움의 지명을 받았던 박준현은 당시 메이저리그 구단의 200만 달러 제안을 거절하고 신인 드래프트 신청을 했다. 박준현이 받은 계약금은 7억 원. 뉴욕 양키스의 300만 달러 제안을 거절하고 국내 잔류를 선택한 하현승은 이보다 훨씬 높은 금액의 계약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구계에서는 한기주의 10억 원은 훌쩍 넘을 것이고, 대략 12억 원에서 15억 원 사이가 가장 유력하다고 전망한다.
박계원 부산고 감독 “일주일 3등판 하현승 대견하다”
박계원 부산고 감독은 하현승이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학교에 복귀했으나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으로 정신이 없다고 설명했다. 팀의 에이스를 청소년 국가대표팀에 보낸 터라 박 감독은 이번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관심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박 감독은 하현승의 호투도 인상적이었지만 야수들의 수비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대표팀은 수비수들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발 빠르고 수비 좋은 선수들을 뽑았고, 그들이 하현승의 뒤를 받치고 있으니 실점도 없었고, 투수가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내야를 맡은 엄준상(덕수고), 남현우(서울컨벤션고), 우주로(대전고) 등은 감독인 내 눈에도 수비가 일품인 선수들이었다.”
박 감독은 기대가 컸던 하현승의 등판 내용도 매우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하)현승이가 일주일 사이에 세 차례나 마운드에 올랐다. 평소 그런 경험이 거의 없던 터라 구속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신 현승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은 구위를 선보였다. 그게 현승이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승이는 지난해 가을부터 4개월 가량 체력 훈련만 했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점적으로 한 결과 스태미너가 상승했고, 많은 공을 던져도 일정한 구위를 던질 수 있게 됐다. 대만전도 그렇고, 결승전이었던 일본전도 현승이는 한 단계 올라서는 뛰어난 피칭을 선보였다. 에이스라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안고 많은 투구수를 소화하면서도 끝까지 마운드를 지켜낸 현승이가 무척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박 감독은 고1 신입생 때 부산고 야구부에서 처음 만나 3년 동안 급성장한 하현승을 지켜보며 “행복했다”는 소감도 전했다. 그러면서 프로로 향하는 애제자에 대한 당부도 건넨다.
“현승이가 1년 풀타임으로 뛰는 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체력적인 면에서 반드시 문제가 나타날 것이다. 현승이를 데려가는 팀에서도 육성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겠지만 어린 선수들은 프로에서 뛸 수 있는 체력과 몸을 먼저 만드는 게 중요해 보인다. 현승이한테도 직접 이야기할 텐데 프로 지명 후 가을 마무리 훈련부터 팀에 합류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체력 훈련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한편 하현승을 취재하는 도중 새로운 사실이 알려졌다. U-18 청소년대표팀이 8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고, 하현승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자 최근 한 메이저리그 구단이 하현승에게 계약금 350만 달러를 제안했다는 내용이다. 하현승은 이미 뉴욕 양키스의 300만 달러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고 KBO리그에서 더 많은 걸 경험하고 배운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모양이다. 하현승 측은 이 제안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미 KBO 신인 드래프트 신청서를 제출했고, 21일 신인 드래프트장에 초대를 받은 터라 하현승이 KBO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2027 KBO 신인 드래프트는 9월 21일 오후 2시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리며, 지명 순서는 2025시즌 성적의 역순으로 키움-두산-KIA-롯데-KT-NC-삼성-SSG-한화-LG 순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