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아동학대 신고도 증가…“기존 폭력이 가족 간 접촉이 늘며 표면화”

경찰에 접수되는 신고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2025년 추석 연휴 가정폭력 관련 112 신고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7% 증가했다. 교제폭력 신고는 21%, 아동학대 신고는 14%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112 신고가 전년보다 4.4%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명절 기간 가정폭력 신고가 평소보다 많다는 통계도 있다. 2024년 한 해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는 23만 6647건으로 하루 평균 약 648건이었다. 같은 해 추석 연휴 닷새 동안에는 5246건이 접수됐다. 하루 평균 1049건으로 평소보다 약 62% 많았다. 추석 연휴 하루 평균 가정폭력 신고는 2021년 914건에서 2024년 1049건으로 증가했다.
경찰은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명절 기간 가정폭력·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도 경찰은 재범 우려 가정과 고위험 대상자, 아동학대 피해자 등을 사전에 점검했다. 실제 연휴 기간에는 관계성 범죄 피해자 2만 1199명을 모니터링하고 이 가운데 고위험군 4776명을 별도 관리했다.
올해도 대응 기조는 이어진다. 경찰청은 9월 17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추석 명절 종합치안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스토킹, 교제폭력 현황을 연휴 전에 점검하고 재범 우려가 있는 대상자 관리와 피해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올해 연휴가 비교적 짧아 가족·친지 간 모임에 따른 치안 수요가 짧은 기간에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더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여성긴급전화 1366은 추석 연휴에도 24시간 운영된다. 전국 121개 가정폭력 상담소를 통해 상담과 주거·법률·경제적 지원을 안내받을 수 있다. 긴급 피신이나 신변 보호가 필요한 경우 전국 63개 보호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보호시설에는 경찰 신고나 가해자의 형사입건 여부와 관계없이 상담을 거쳐 입소할 수 있다.
가정폭력과 교제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족이나 연인 등 가까운 관계라는 점에서 범죄가 반복되거나 외부에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명절처럼 가족·연인 간 접촉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기존 갈등이 다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경찰이 명절마다 별도의 상담·치안대책을 가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체 112 신고가 감소한 지난해 추석에도 가정폭력과 교제폭력 신고는 오히려 증가했다. 명절 기간 관계성 범죄를 일시적인 가족 간 다툼으로 보기보다 신고 이후 재발 방지와 피해자 분리를 포함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선화 여성긴급전화 1366 대전센터장은 “가정폭력은 명절 당일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존재하다가 가족들이 모이면서 더 크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상담을 해보면 당일 문제가 심했을 뿐 이전부터 폭력이 계속됐던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가부장적인 가족문화와 구성원 간 수직적인 관계도 명절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았다. 또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어 폭력 위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가해자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우선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센터장은 “피해자들이 경제적 의존이나 앞으로의 생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분리를 망설이지만, 폭력을 끊으려면 일단 분리돼야 한다”면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쉼터)에서는 상담과 치료, 직업 훈련, 자립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긴급전화 1366 대전센터에서는 가정폭력뿐 아니라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를 위한 보호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한 달 정도 이용할 수 있는 긴급 주거를 제공한다.
유 센터장은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신분증과 신용카드, 통장 등 필요한 물품을 미리 준비하고 경찰이나 여성긴급전화 1366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며 “혼자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