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심장에 온기를’ ‘철벽녀에게 야식배달 갑니다’ 우수상…저마다 분명한 장점 있으나 작화는 보완 지적
[일요신문] 제16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수상작이 결정됐다. 공모전은 일요신문과 서울미디어코믹스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총상금은 9500만 원으로, 대상 4000만 원, 우수상 2편 각 1500만 원, 가작 3편 각 500만 원이 각각 수여된다. 수상작들은 상업화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및 협의를 거쳐 웹툰 플랫폼 연재를 추진한다.
10월 6일 오후 서울 일요신문사 본사 회의실에서 서찬휘 만화평론가, 오태엽 서울미디어코믹스 대표, 이현세 작가, 김형남 재담미디어 이사(왼쪽부터)가 2026년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최종심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10월 6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일요신문사 사옥 내 대회의실에서 제16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최종심이 진행됐다. 심사에는 이현세 작가를 비롯해 오태엽 서울미디어코믹스 대표, 서찬휘 만화평론가, 김형남 재담미디어 이사 등이 참여했다. 4월 13일부터 8월 16일까지 작품 접수가 진행됐고, 8월 20일 예심을 거쳐 결선 진출작을 추려냈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의 소재와 이야기의 재미, 캐릭터의 매력, 작화와 연출의 완성도 등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소재의 참신함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연출력, 캐릭터와 설정을 바탕으로 장기 연재를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됐다. 대상작이 없었던 2025년과 달리 최종 심사에 올라온 작품들이 저마다 분명한 장점이 있다는 호평과 함께, 전반적으로 작화 완성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상에 선정된 이시헌 작가의 ‘사기꾼 한도령’.이시헌 작가심사 결과 이시헌 작가의 ‘사기꾼 한도령’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수상에는 정서영·김재현 작가의 ‘강철심장에 온기를’과 손지훈 작가의 ‘철벽녀에게 야식배달 갑니다’가 선정됐다. 가작에는 신성훈 작가의 ‘완벽한 동거’, 이민준 작가의 ‘울음 뚝! 데스게임’, 황준영 작가의 ‘인어는 비명 대신 붉은 진주를 흘린다’가 각각 선정됐다.
#대상 ‘사기꾼 한도령’
대상에 선정된 ‘사기꾼 한도령’은 뛰어난 언변과 임기응변 능력을 지닌 사기꾼 한도령 이야기다. 심사위원들은 오컬트 장르라는 트렌디한 소재를 이야기에 녹여냈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시헌 작가는 “오컬트물을 빙자한 주인공 한도령의 성장물이다. 한도령은 귀신을 보는 업에서 도망치지만, 귀신이나 저승과 연을 끊지 못하게 되고, 결국 다른 주인공 지혜를 위해 이 업을 선택하는 서사”라며 “아무리 관여를 안 하려고 해도 결국 관여를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찝찝한 기분을 귀신에 엮인 주인공에 비유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대상에 선정돼 너무 행복하고 좋다. 결국에는 연재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도 기대를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우수상에 선정된 ‘강철심장에 온기를(왼쪽)’과 ‘철벽녀에게 야식배달 갑니다’.왼쪽부터 정서영 작가, 김재현 작가, 손지훈 작가#우수상 ‘강철심장에 온기를’ ‘철벽녀에게 야식배달 갑니다’
‘강철심장에 온기를’은 초거대기업 지배 아래 인간성이 상실된 시대에서 아모를 지키기 위해 위험한 여정을 떠나는 사이보그 노아를 다룬 이야기다. 김재현 작가가 글을 썼고, 정서영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작품의 소재와 캐릭터가 가진 정체성이 분명하고 독자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서영 작가는 “사이버펑크 장르의 매력과 인간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웹툰으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며 “작품을 함께 만들어 주신 글작가님과 재미있게 봐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재현 작가는 “앞으로도 독자분들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우수상은 ‘철벽녀에게 야식배달 갑니다’에게 돌아갔다. 모태 솔로 김민수와 뱀파이어 소녀 성유지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사랑을 키우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가는 로맨스물이다. 뱀파이어 여성과 주인공이라는 중심축이 분명하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끝까지 이야기가 흔들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손지훈 작가는 “‘몽유병으로 인해 그리운 누군가에게 향하는 주인공’이라는 소재에서 시작한 이야기다. 유아적인 몽유병이 사랑의 오작교 역할을 하여 주인공의 성장을 이끈다는 키워드로 작품을 구상했다”며 “공모전에서 처음으로 당선됐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가작에 선정된 ‘완벽한 동거’ ‘인어는 비명 대신 붉은 진주를 흘린다’ ‘울음 뚝! 데스게임’(왼쪽부터).왼쪽부터 신성훈 작가, 황준영 작가, 이민준 작가#가작 ‘완벽한 동거’ ‘울음 뚝! 데스게임’ ‘인어는 비명 대신 붉은 진주를 흘린다’
‘완벽한 동거’는 정상적인 사람을 연기하도록 훈련받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한시은이 자신이 사랑하는 형사 이준혁에게 붙잡히기 위해 살인 사건을 설계하는 한 커플의 ‘기이한 동거’ 이야기다. 심사위원들은 남자 경찰과 사이코패스 성향의 법의학자 여성이라는 조합이 신선하다고 봤다.
신성훈 작가는 “불협화음에서 이야기의 재미와 긴장감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원래 사극과 판타지를 좋아했는데, 중학생 시절 막연히 떠올렸던 아이디어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 해서 그렸다”며 “좋아하는 만화가들이 고민해서 써낸 스토리보다 어릴 적 떠올린 아이디어가 더 흥행했다는 것을 봤는데, 저도 그렇게 된 것 같아 신기하다. 저를 믿어준 부모님과 형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울음 뚝! 데스게임’은 해고된 뒤 사회에 악감정을 품은 박 과장이 아이들을 속여 데스게임에 참여시키지만, 예상과 달리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과 이들을 구하려는 어른들이 얽히며 벌어지는 코믹 데스게임 이야기다. ‘데스게임’이라는 소재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점이 눈길을 끌었고, 이야기의 설정과 전개가 가진 재미를 인정받아 가작에 선정됐다.
이민준 작가는 “오징어 게임이나 다른 데스게임물이 성행하는 것을 보다가 이것도 패러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도 안 죽는 데스게임이면 좀 아이러니가 성립할지 않을지 생각했다”라며 “최종 선정작 안에 들 수 있을까. 그 정도 작품이 될지 생각했는데, 선정이 돼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인어는 비명 대신 붉은 진주를 흘린다’는 인간들에게 오랫동안 착취당한 인어 혼혈 소녀가 심해인의 힘을 각성해 자신을 학대한 이들에게 피의 복수를 행하는 판타지물이다. 작품만의 소재와 정체성이 뚜렷하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황준영 작가는 “인어공주는 아름다운 동화 속에 있는데, 현실 세계에서 물 위로 올라왔을 때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그 질문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며 “사실 데뷔를 일요신문 공모전으로 했다. 그때 대상을 받았다. 딱 10년 지났다. 또 이렇게 기회를 받게 돼 감사하다. 앞으로 또 10년 동안 어떻게 잘 해볼까. 그런 고민이 남아 있다”고 했다.
[심사총평] “사람도 캐릭터도 복잡성 띨 때 매력 우러나와”
서찬휘 만화평론가어떤 때의 공모전 심사는 참 어렵다. 난형난제여서든, 안타깝게도 명확한 선이 보이지 않아서든 그렇다. 반대로 어떤 때의 공모전 심사는 반가울 정도로 빨리 끝난다. 상을 줄 만한 작품군이 딱 보일 때가 그렇다. 이번 공모전은 후자였다. 대상 수상작이 없었던 15회와 달리, 이번 16회 공모전에서 심사가 시작되고 나서 오래지 않아 수상 후보군을 어렵지 않게 추려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공모전 주최자와 심사자는 상과 상금을 주고 싶어서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므로, 상 줄 만한 작품이 눈에 띄는 것은 정말로 반가운 일이다. 심사위원들은 재미와 독창성에 상업 지면 연재를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보았다.
심사위원이 뽑은 대상 수상작은 ‘사기꾼 한도령’이다. 귀신을 볼 수 있는 귀문을 닫기 위해 가짜 박수무당 노릇으로 돈을 모으던 남자가 우연히 만난 소녀 귀신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심사 초반부터 가장 많은 심사위원에게 공통적으로 거론됐다. 대체로 이야기의 확장성이 높고, 작가와 제작자가 함께 개발해 나가기 좋은 구조였다. 무당, 괴담, 오컬트 장르에 대한 소비가 강한 최근의 트렌드에도 부합했다. 그렇다고 자극적이거나 단순한 괴담 모음으로 일관하지 않았고, 나름의 복잡성을 지닌 인물들이 사건의 진상으로 접근하는 구조를 보여줬다.
우수상으로는 ‘강철심장에 온기를’과 ‘철벽녀에게 야식배달 갑니다’를 뽑았다. ‘강철심장에 온기를’은 인간의 본질을 기억과 의식으로 규정하고 육체를 교체 가능한 하드웨어로 규정하는 거대 기업이 등장하는 SF 디스토피아 장르 작품이다. 전체적인 밸런스와 방향성, 그리고 근래의 웹툰계에서 다소 드물게 다루는 장르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여줬다. 인간과 뱀파이어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포식자가 아닌 주변인으로 인간 사회에 녹아든 뱀파이어를 등장시킨 ‘철벽녀에게 야식배달 갑니다’는 출품작 가운데 시각적으로 가장 눈에 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명료한 이야기 구조와 함께 상업화 가능성이 가장 직접적이라는 점이 거론되었다.
가작으로는 ‘완벽한 동거’ ‘인어는 비명 대신 붉은 진주를 흘린다’ ‘울음 뚝! 데스게임’이 뽑혔다. 경찰과 사이코패스 법의학도 커플이라는 신선한 조합을 선보인 ‘완벽한 동거’는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물 위 세상을 동경했다가 착취의 대상이 된 인간·인어 혼혈인 소녀가 성체가 되고 복수를 진행하는 ‘인어는 비명 대신 붉은 진주를 흘린다’는 고유한 분위기와 매력이 있고 작품에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데스게임 장르를 역설적인 코미디로 비틀어낸 ‘울음 뚝! 데스게임’은 문자 그대로 “웃겼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16회 수상작들과 관련해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아 일장일단들이 명확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들 각기 좋은 면이 뚜렷한 데 비해 아쉬운 점들 또한 명확하게 지니고 있다. 특히 작화 품질에 대한 부분은 최근 트렌드를 감안해도 상품으로서 팔리기 위해 좀 더 프로듀싱 차원에서 개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뒤따랐다. 이는 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들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기에 특정 장르 클리셰의 반복적 등장, 타 작품과 유사성, 장기성을 담보할 수 없는 드라마 설정 등의 문제점들이 지적된 것도 작가들이 성장을 위해 귀담아 들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 공모전의 심사를 다년간 진행하면서 이만큼 대부분의 수상작들이 각자의 장단점이 명확하다는 평가를 입을 모아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사람도 작품 속 캐릭터도 완벽한 인물상만이 아닌 복잡성을 띨 때 비로소 매력이 우러나오는 경우가 많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하며, 어딘가의 지면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