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업체 SCS프로 이의신청 받아들여 토스 손 들어줬던 가처분 인용 취소…가맹점 선점 경쟁은 가열
#‘약정 유효’라던 법원, 1년 만에 “실효”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9월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단말기 제조업체 SCS프로가 제기한 가처분 이의 사건에서 ‘원결정 취소 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지난해 8월 토스가 SCS프로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체결 및 이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결정을 취소하고 토스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약정 체결 한 달 만에 관계가 틀어졌다. 지난해 5월 SCS프로가 토스의 무리한 독점·배타적 제휴 방식을 문제 삼으며 서면으로 약정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토스는 이에 반발해 약정 해지 효력을 정지하고 SCS프로가 네이버페이와 얼굴인식 결제 단말기 관련 계약을 체결하거나 개발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토스와 SCS프로가 체결한 텀시트에는 SCS프로가 토스와 추진하는 협력과 동일·유사한 거래나 사업적 협력을 네이버와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과정에서 토스와 네이버페이의 공방도 이어졌다. 토스는 SCS프로가 네이버페이와의 협력을 위해 약정을 파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2024년 12월 SCS프로는 네이버로부터 결제형 단말기 생산 업무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SCS프로가 토스에 약정 해지를 통보한 이후인 지난해 5월 네이버와의 협력이 재논의되고 있다고 SCS프로는 법정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반면 네이버페이는 지난해 4월경 SCS프로가 협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혀 이후 다른 제조사를 알아봐야 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8월 법원은 SCS프로의 약정 해지 통보에 효력이 없다고 보고 양사 약정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토스나 토스플레이스와의 사업제휴 진행에 약정을 해지할 정도의 부정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토스로서는 가처분 인용으로 SCS프로와 사업 협력을 이어갈 길이 열린 셈이었다.
하지만 가처분 인용 이후에도 사업 협력이 순탄하게 이어지지 못했다. 토스는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SCS프로에 실사 진행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9월에는 SCS프로가 네이버 얼굴인식 결제 기능 단말기를 개발·등록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실사 일정을 미뤘다. 올해 실사에서도 토스는 SCS프로와 네이버의 협업 관련 핵심 자료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필요한 실사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토스와 SCS프로는 계약 위반 여부 등을 두고 본안 소송에서 계속 다툴 전망이다. 이와 관련, 토스 관계자는 “이번 법원의 결정은 계약 효력 종료 등 사정 변경에 따라 가처분의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취지로 기존의 계약 위반 관련 판단이 번복된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SCS프로와의) 관련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이번 결정으로 네이버 관련 기존 입장이 달라진 것도 없다”고 말했다. SCS프로 측에도 질의했으나 답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은 얼굴인식 결제 시장 둘러싼 패권 경쟁
업계에선 중국 업체 비중이 높은 결제 단말기 시장에서 SCS프로가 국내 공급 능력을 갖춘 몇 안 되는 업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SCS프로와의 협력이 무산됐다고 해서 토스와 네이버의 얼굴인식 결제 사업이 멈춘 것은 아니다. 현재 토스는 글로벌 단말기 제조업체와 협력해 얼굴인식 결제 단말기를 보급하고 있다. 네이버페이 역시 다른 제조사와 단말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단말기 업체 한 곳을 둘러싸고 양사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결국 주목받고 있는 얼굴인식 결제 시장을 둘러싼 토스와 네이버의 패권 경쟁의 한 단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얼굴인식 결제 시장에서는 단말기 공급망 확보가 사업 확장의 핵심으로 꼽힌다. ‘실전 핀테크’ 저자인 허재영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얼굴인식 결제는 카메라와 인식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단말기가 필요해 단말기 보급 속도가 곧 가맹점 확대 속도와 직결된다”며 “결제 단말기는 보안 인증과 여신금융협회 등록, 카드사와 VAN(부가가치통신망)사 망 연동 등을 거쳐야 해 제조 진입장벽도 높다. 대량 생산까지 가능한 국내 업체가 많지 않아 중소기업이라도 산업 안에서는 병목에 해당하는 자리”라고 짚었다.

얼굴인식 결제 시장을 둘러싼 양사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토스는 지난해 9월 ‘페이스페이’를 정식 출시했다. 네이버페이는 같은 해 11월 오프라인 통합 단말기 ‘네이버페이 커넥트’ 출시에 맞춰 ‘페이스사인’ 확대에 나섰다. 토스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가맹점을 빠르게 늘려 지난 9월 기준 결제 단말기 ‘토스프론트’ 설치 가맹점이 전국 50만 곳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네이버페이 커넥트 가맹점도 올해 6월 말 기준 10만 곳을 돌파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이용하던 예약이나 리뷰 기능을 단말기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가맹점주에게도 실질적인 이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허재영 교수는 “온라인 간편결제는 이미 포화 상태인 반면 소비는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많이 이뤄진다. 얼굴인식 결제는 카드를 잃어버리거나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아도 되고 휴대전화조차 꺼내지 않아도 돼 결제 과정의 마찰이 적다”며 “무엇보다 양사가 얼굴인식 결제 시장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와의 접점이다. 결제 수수료는 크지 않지만 단말기를 통해 이용자가 어느 가게에서 무엇을 샀는지 파악할 수 있다. 네이버처럼 결제 뒤에 리뷰와 쿠폰, 예약을 붙이면 소비자와 가맹점을 동시에 붙잡는 생태계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