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마트’ 히잡·염색 허용 등 구직자에 어필 노력…일본 기업들이 맞딱드린 인력난 상징 사례로 주목

패밀리마트가 이처럼 채용 광고에 공을 들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본에서 운영 중인 1만 6000여 개 점포 가운데 약 30%가 인력 부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패밀리마트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일본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레이디 가가의 출연이 새로운 지원자를 끌어들이고, 직원들이 오래 일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일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패밀리마트를 선택했으면 한다”며 “이번 광고를 통해 패밀리마트에서 일하는 매력과 즐거움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패밀리마트는 채용 문의를 하거나 면접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200엔 이상의 쇼핑 쿠폰도 제공하고 있다. 관계자는 “우선 면접을 보러 와주길 바란다”며 “교육 과정을 거쳐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적인 팝스타가 30초짜리 광고에서 춤을 추며 “패밀리마트에서 일하지 않을래?”라고 묻는 장면을 두고, 일본 기업들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그 배경에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력난이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24시간 영업과 낮은 임금, 고된 업무 등으로 편의점 일자리는 구직자들에게 매력을 잃고 있다.
이제 일본 기업들은 직원을 고르는 입장에서 벗어나 구직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런 변화는 기업들의 광고 전략에서도 나타난다. 일본의 한 대형 광고회사 임원은 FT에 “마케팅의 목적이 채용이라고 말하는 고객사가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대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모집하기 위해 광고 예산을 쏟아붓기 시작한 것이다. 레이디 가가를 앞세운 패밀리마트의 광고는 그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블룸버그’는 일본 편의점의 엄격한 복장 규정에 눈을 돌렸다. 머리색이나 액세서리 등에 대한 제한이 젊은 구직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레이디 가가 광고와 함께 패밀리마트가 직원들의 복장·용모 규정을 완화하고 채용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편의점계는 전통적으로 직원들의 복장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왔다. 특정 색상으로 머리를 염색하거나 큰 귀걸이를 착용하는 것도 금지됐다. 하지만 패밀리마트는 올해 들어 이런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중시하는 젊은 층을 비롯해 더 많은 구직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지난 8월 26일에는 “10년 만에 유니폼을 전면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점퍼형 대신 업계 최초로 티셔츠형 유니폼을 도입하고, 머리색에 대한 제한도 모두 없앴다. 옷을 겹쳐 입어 개성을 드러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무슬림 여성들이 종교적 이유로 머리를 가릴 때 쓰는 히잡 착용을 공식적으로 허용한 점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TV아사히에 따르면, 패밀리마트의 일본 전국 점포 직원 약 20만 명 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13%에 달한다. 직원 8명 중 1명꼴로 외국인인 셈이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 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만큼, 획일적인 근무 규정도 달라질 필요가 생긴 것이다. 광고 속 레이디 가가의 등장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의미심장하다. 그는 오랫동안 개성과 자기표현, 다양성을 상징해 온 아티스트다. 그런 그가 편의점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모습은 패밀리마트가 새롭게 내세우는 직장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다.

패밀리마트는 올해 창립 45주년을 맞아 ‘가장 일하고 싶은 편의점’이 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직원 개성을 존중하고 누구나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복장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청각장애 등 직원의 특성을 고객에게 알리는 안내 배지를 도입하고, 현직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채용 콘텐츠도 강화하고 있다. 패밀리마트에 따르면 “올해 9월 아르바이트 지원 건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증가했다”고 한다.
소비자에게 상품을 선택받는 것만큼이나 구직자에게 일터로 선택받는 일이 중요해진 시대다. 손님을 끌어모으던 일본 기업들은 이제 직원을 모으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세계적인 팝스타가 등장하는 구인 광고부터 달라진 복장 규정까지. 패밀리마트의 새로운 시도는 심각한 인력난에 맞서 일할 사람을 확보하려는 일본 기업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