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설 보도 일본 정부 부인, 김일국 체육상과 접촉 엇박자…자원봉사자 북한 승리 축하 화이트보드 미담도

이 보도는 일본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일본 전국지의 한 국제부 기자는 ‘슈에이샤온라인’에 “월간조선은 한국 국가정보원에 취재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져 북한 관련 비밀정보 보도도 어느 정도 신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이번 기사도 한일 양국 정부의 정보 담당자와 언론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고 한다. 특히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일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어서 일본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하는 소식은 이어지지 않았다. 일부 해외 언론이 ‘월간조선’ 보도를 인용해 관련 내용을 다뤘을 뿐, 같은 내용을 자체 취재해 보도한 일본 주요 언론은 없었다. 기자는 “일본 당국이 ‘그런 정보는 없다’고 부인하고 있어 보도의 진위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망명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기도 어렵다”고도 했다. 실제 망명 희망자가 있더라도 신변이 안전하게 확보되기 전까지 일본 정부나 언론이 관련 사실을 섣불리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현재로서는 월간조선 보도 외에 두 사람의 망명 타진 여부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만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망명설의 진위와 별개로, 이번 방일에서 일본 정부가 보인 행보도 관심사였다. 일본은 원칙적으로 북한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스포츠 교류를 이유로 예외를 적용해 선수와 임원 등 약 180명 규모의 대표단과 김일국 체육상의 입국을 허용했다. 이를 두고 “교착 상태에 빠진 북일 관계를 풀 실마리를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일본 정부가 납치 문제 해결을 북일 관계의 주요 현안으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례적인 시도였다. 그러나 시작부터 엇박자가 났다. 일본 정부 관계자의 소속 등이 북한 측에 명확히 전달되지 않자 수행원이 중간에 끼어들었고, 김 체육상은 별다른 답변 없이 자리를 떠났다. 교도통신은 “당시 북한 측이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 북일 관계 소식통은 ‘슈에이샤온라인’에 “일본 정부가 사전 조율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접근했다”며 “지금은 대화 채널이 절망적일 정도로 없어 협상 자체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북한 각료에게 아무런 약속도 없이 갑자기 접근한다고 상대가 응해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은 양측 사이의 물밑 접촉이 사실상 단절된 상황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고속열차 신칸센 이용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도 뒷말을 낳았다. 지난 9월 21일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안전 확보’를 이유로 북한 선수단의 신칸센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측은 이를 두고 ‘다른 선수단과 비교해 상당히 차별적’이라며 반발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구체적인 제한 방식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교도통신은 후속 보도를 통해 “일본 측이 북한 선수단에 신칸센을 이용하려면 객차 한 량 전체를 빌리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정을 알게 된 대회 관계자와 일본올림픽위원회(JOC) 내부에서도 ‘국제대회에 걸맞은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운영 방침이 재검토됐다. 이후 이용 제한은 완화됐고, 9월 29일에는 “김일국 체육상이 신칸센을 타고 나고야에서 도쿄로 이동해 여자 하이다이빙 결승을 관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림과 서툰 한글로 북한 선수들의 승리를 축하한 이들은 다름 아닌, 숙소의 젊은 일본인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지난 9월 23일 북한 U-23 남자 축구대표팀은 이란을 4 대 1로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숙소로 돌아오자 자원봉사자들은 정성껏 꾸민 화이트보드로 이들을 맞이한 것이다.
이 장면은 북한 축구대표팀 출신 안영학 씨를 통해 알려졌다. 현역 시절 일본 J리그와 한국 K리그에서 뛰었던 안 씨는 9월 24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숙소에 돌아오니 일본의 젊은 여성 자원봉사 스태프들이 한글로 축하 메시지와 귀여운 일러스트를 그려 맞이해 주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작은 교류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사진에는 환하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는 선수들의 모습도 담겼다.
정부 간 대화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북일 관계다. 선수단의 신칸센 이용을 둘러싸고는 마찰도 빚어졌다. 하지만 같은 시간, 숙소 한편에서는 일본의 젊은 자원봉사자들이 서툰 한글로 북한 선수들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