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대 임대차로 입점, 재단 뒤늦게 위법 인지…계약 연장 거부, 다른 업체와의 형평성 공방도

김이경 대표는 2017년 3월 DDP 아트홀에 페소니아를 열었다. 당시 해당 공간은 안내 데스크만 있고 영업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채 4년간 방치돼 있었다고 한다. 입찰 이후 우선협상과정에서 재단 측 담당자가 ‘공간을 살려주면 10년 연장 계약이 가능하다’고 재단이 말했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전기·수도·인테리어 등 카페 운영에 필요한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전 재산과 대출금을 합쳐 10억 원을 투자했다. 재단 측 요청과 계약에 따라 사비 1억 5000만 원을 들여 해당 공간에 공용 화장실도 만들었다. 그럼에도 재단 측은 6년 만에 ‘계약만료’를 이유로 카페 퇴거를 요구했다는 것.

하지만 재단은 당초 2017년에 ‘서울시→서울디자인재단→민간 중간 운영업체→페소니아’로 이어지는 재위탁·재전대 구조로, 재전대 임대차 계약으로 페소니아를 입점시켰다.
서울시 임시회 기록 등을 보면 재단은 뒤늦게 지난 2019년 초부터 위법 운영 구조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1월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에서 최경란 당시 재단 대표는 “재전대는 공유재산법에 맞지 않는데 DDP 개관 당시는 가능하다고 인지됐다”며 “결국 징계로, 감사로 지적됐다. 재전대가 안 되는 걸로 돼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재단은 계약 연장 시점인 2020년, 위법 구조를 그대로 방치한 채 기존 재위탁·재전대 임대차 계약에서 공유재산법에 따른 ‘사용·수익허가(연장)’로 변경했다. 허가서에는 ‘(연장)’이라는 용어가 포함돼 있었다. 이후에도 재단은 “사용료·관리비를 페소니아 명의로 납부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민간 중간 운영업체 명의 입금을 안내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인 2023년 발생했다. 그해 2월 페소니아 측은 3년 계약 기간이 끝나가자 수익허가 갱신을 신청했다. 하지만 재단은 3월 ‘1회 연장이 이미 완료됐다’며 연장이 불가하다고 답변 공문을 보냈다. 계약 기간이 지나자 철거를 요청했고, 페소니아 측이 반발하며 불응하자 민사소송과 강제퇴거를 추진했다.
김 대표는 “본인들의 위법한 행정을 숨기기 위해 2020년 변경한 3년 계약의 사용수익허가서에 (연장)이라는 문구를 넣고, 이를 마치 기존 계약의 연장인 것처럼 만들었다. 그 후 2023년 갱신 요청에서 2017년 임대차 계약과 2020년 사용수익허가를 혼합해 법상 1회 연장만 가능하다고 기형적인 법 왜곡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디자인재단은 법률을 오인해 갱신제에 따른 갱신 심사도 하지 않았다. 또한 페소니아 공간에 대해 정식 갱신 거부 처분 불복 절차와 기회를 보장하는 대신, 민사소송과 강제퇴거로 밀어붙였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목소영 서울시의원에 보낸 답변을 보면 페소니아 공간은 2017년 최초 계약에 대해 “위수탁 운영관리 계약으로 체결돼 ‘공유재산 사용·수익허가서’는 없다”고 인정했다.
재단은 ‘2017년 사용·수익허가서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2020년 계약을 1회 갱신으로 처리한 근거가 뭐냐’는 질문에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보다 실질적 내용에 따라 법률관계를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DDP 내 입점한 다른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단은 지난 2021년 페소니아와 동일한 시기에 재전대 구조로 DDP에 입점한 다른 업체들에 대해 중간의 민간 재위탁사를 배제하고, 직접 공유재산 사용수익허가 계약을 했다.
목 시의원에 제공된 자료를 봐도 당시 다른 업체들과는 공유재산 사용수익허가로 계약을 변경하면서 ‘1회 연장’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다. 2021년 계약기간 5년이 올해 만료됐다. 이들 업체들은 최근 재단과 사용수익허가를 연장, 오는 2031년까지 최대 10년 동안 장기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재단 측은 2023년 2월 페소니아에 “오세훈 시장이 해당 공간을 서울시 홍보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고, 시장과 협의해 서명까지 받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실제 재단은 현재 해당 공간을 서울시 홍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 시장 홍보를 위해 무리하게 내쫓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재단에서도 공유재산법을 모르고 협상에 의한 계약을 했다가 나중에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에서 문제가 됐고, 바로 잡아야 했던 상황들은 인정했다. 이에 재단이 페소니아를 포함해 다른 입점업체들에 사용수익허가 방식으로 다시 신규 입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재단 관계자는 “다만 신규 입찰을 하면 떨어질 수도 있다. 페소니아 측은 본인들에 연장권이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재단도 검토 끝에 재단 귀책도 있고, 업체는 사실 피해자기 때문에 사용수익허가로 계약만 변경하고 연장해준 것이다. 계약의 명칭과 형식은 달라졌지만, 서로 연장된 것에 합의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페소니아 측이 2023년 사용수익허가 계약에서는 연장이 남았다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들과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이들 업체들은 공유재산법에 따라 신규 입찰을 통해 다시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 시장에 해당 공간을 서울시 홍보공간으로 사용하려 내쫓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홍보공간으로 사용하겠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다”고 전했다.
재단 관계자는 “현재 관련해 재판이 여러 건 진행 중이다. 판결을 기다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재단과 김 대표 측은 현재도 행정소송과 민사소송 등을 진행 중에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