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무죄로 대권행보 청신호, 당권 세력화·제3지대 연대 가능성 주목…한강버스 리베이트 등 남은 의혹은 부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시장직 상실형을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10월 23일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원심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에 대한 직접 증거는 명태균 씨의 진술이 유일한데, 그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세훈 시장이 명태균 씨에게 공소사실과 같이 구체적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대가로 돈을 지급하려 한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설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아 유죄로 의심이 가더라도 결국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선고 직후 오 시장은 “조심스럽게 공직생활을 해야 하는데 검찰과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송구스럽고 죄송했다”며 “앞으로는 좀 더 완벽하게 처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 중에도 결백을 믿고 다시 서울시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투표해주신 서울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시민 여러분의 믿음에 어긋나지 않게 더욱 열심히 일해서 보답하겠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민석 대표는 선고 날 아침 민주당 유튜브 방송 ‘민티07’에 출연해 “1심 유죄가 바뀔 정황이나 새로운 상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일단 (시장직 박탈형이) 유지된다고 보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 결국 서울시장 재선거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고 이후 김 대표는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이해하기 어렵다.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났다”며 “정치적 판결이 아니어야 하는데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는 사법개혁 추진에 더 고삐를 죄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상식이 벗어난 판결”이라며 사법부에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이어 “오늘 판결은 사법개혁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며 “사법부가 스스로 바로 서지 못한다면, 국민이 사법개혁으로 바로 세울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사법개혁을 흔들림 없이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중기 특검팀 역시 “명 씨 진술뿐 아니라 우리가 제출한 증거들 중 공소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것들이 있다”며 “이런 결정적 증거들에 대해 재판부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상고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이 다시 뒤집혀 파기환송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900여 만 명 서울시민들의 운명이 달린 만큼, 오 시장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갈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의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는 기류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전원합의체가 오 시장의 무죄를 뒤집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2027년 8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장동혁 현 대표의 연임 도전 가능성이 대두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올림픽공원 집회 참석 등 극우적 행보에 불만을 가진 현역 의원들도 많다. 최근에는 과거 술자리 욕설 녹취록 논란이 불거져, 범야권 내분을 초래하고 있다.
또 다른 차기 당권 유력 도전자로는 한동훈 의원이 꼽힌다. 하지만 한 의원은 당원게시판 의혹, 김승원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딸의 허위스펙 의혹과 관련 수사 무마 의혹 등 넘어야 할 악재가 많다. 여야 비호감도가 높아 당대표 출마는커녕 복당도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당대표 도전자가 오 시장과 손잡고 세력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오 시장의 경우 뚜렷한 계파가 없는데, 이는 약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으로 꼽힌다. 현역 의원들의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서울고법에는 국민의힘 윤상현 권영진 조은희 조정훈 의원을 비롯해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 10여 명의 범야권 의원들이 모여 오 시장을 응원했다.
오 시장을 중심으로 세력이 만들어지고 당권을 잡게 되면, 오 시장은 차기 대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오 시장은 차기 지도자 적합도와 주요 정치인 호감도에서 모두 상위권에 올라있다.
한국갤럽이 10월 13~15일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계 주요인물 7인의 호감 여부’ 항목에서 오세훈 시장이 ‘호감이 간다’ 30%로 가장 높았다. 한동훈 의원 23%, 김민석 민주당 대표 21%,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20% 등으로 뒤를 이었다. ‘호감가지 않는다’ 응답도 오 시장이 57%로 가장 낮았다.
이어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천지일보 의뢰로 10월 19~20일 무선 ARS 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김민석 대표(19.4%), 한동훈 의원(16.9%)에 이어 오 시장이 13.3%로 3위를 기록했다.
오 시장이 사법리스크를 털어내면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은 더욱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세훈 시장과 이준석 의원, 한동훈 의원의 ‘제3지대 빅텐트론’이 다시 대두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의원도 항소심 선고 직후 “오 시장에 대한 1심 판결 때 관련자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비약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우며 항소심에서 바로 잡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오늘 항소심 재판부가 김민석 대표, 서영교 법사위원장 같은 민주당 정치인들의 노골적이고도 저질스러운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1심 판결을 바로잡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오 시장에 호의적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도 “지금 와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마음에도 없는 소리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소위 명태균 게이트를 키워 민주당에 차도살인을 꾀하던 자들이 있었다”며 “공짜 좋아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국민의힘 인사들을 직격했다. 이어 “오 시장의 명예회복을 담백하게 축하하며 서울시와 협의가 필요한 광역버스 증차 문제 및 GTX-A 완전 개통 등 동탄의 이슈들을 더 속도감 있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오 시장에 손을 내밀었다.
다만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세 사람 모두 거대정당을 나가면 얼마나 춥고 힘든지 잘 알고 있다. 제3지대 빅텐트를 세우지 않을 것”이라며 “오 시장, 이 의원, 한 의원 모두 개성이 강해 다른 사람과 조화되기 힘들다. 세 명이 손을 잡는 그림은 만들어지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지난 2025년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한강버스 선박 건조업체의 수의계약 경위에 대해 조사를 벌여 산하기관인 SH 고위 간부의 리베이트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의뢰서까지 작성했지만, 돌연 감사위원장이 ‘조사자료 일체 파기’를 지시해 조사가 중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사의뢰서가 오 시장에게 보고된 뒤 감사위원장의 자료 파기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보여, 오 시장의 결정과 지시로 조사가 무마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 같은 내용을 국민인권위원회와 국회에 신고한 A 씨는 서울시 감사위에서 벌어진 일을 잘 아는 전직 서울시 공무원으로, 최근 공익신고자 신분을 인정받았다.
오 시장은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공익신고자에 대해 “내부적으로 경위를 파악해보니 본인의 인사문제와 관계가 돼있다. 감사실에서 전출해 다른 부서로 갈 때 불미스러운 직원 간의 갈등이 내재돼 있었다”며 “공익 감사 제도가 본인의 인사문제나 직원 간의 갈등 문제의 돌파구로 활용되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A 씨와 변호인단은 오 시장이 국감에서 공익신고자의 신원을 특정할 정보를 공개하고, 공익제보의 동기를 비난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오 시장을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로 22일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앞서 여권 관계자는 “한강버스는 시작부터 무리하게 사업을 시작해 계속 비위가 터져나왔다. 리베이트 및 수사 무마 의혹도 그 연장선이다. 여권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오 시장과 한강버스 관련 내용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