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캠프 ‘한동훈 제명·전한길 만남’ 전략 추진…6·3 지방선거 패배 후 사퇴 대신 ‘올공 이슈’ 적극 활용

당시 캠프 관계자 A 씨는 “장 대표가 처음부터 ‘윤어게인’ 세력과의 결합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선거 전략을 총괄했다는 교수 B 씨 역시 ‘윤어게인’ 세력과의 연대, 지방선거 이후 재선거 이슈 대응 등이 장 대표 본인보다는 자신이 관여한 전략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두 사람의 증언은 그동안 장 대표가 내세운 정치 노선과 간극이 있어 보인다.
#2025년 7월, 캠프에서 설계된 ‘찬탄 대 반탄’ 구도
시간을 2025년 여름으로 돌려보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과 조기 대선 패배로 국민의힘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여 만인 7월 10일 윤 전 대통령이 재구속되면서 탄핵에 반대해온 강성 지지층의 결집도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당권 도전을 준비하던 장동혁 의원은 서울 여의도 파라곤빌딩에 당대표 선거캠프를 마련했다. A 씨에 따르면 선거캠프는 6월 말경부터 당대표 선거 전략을 논의했다. 7월 13일에는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 당대표 출마기획안’을 중심으로 선거구도를 구체화했다.

당내에서는 이른바 ‘내부 총질’ 세력의 책임을 묻고 단일대오를 구축한다는 전략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 전 대표 관련 당원게시판 논란을 부각하는 방안도 거론됐다는 것이 A 씨 등의 설명이다.
당시 B 교수 역시 장 의원의 당대표 선거 승리를 위해 탄핵 반대 세력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윤어게인’ 세력과의 결합을 강조했다. 한 전 대표 제명도 주요 전략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울구치소 출마 선언까지 검토
일요신문이 입수한 ‘장 대표의 출마기획안’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또 이 문건에서는 대법원 앞(법치주의), 서울구치소(윤석열 정부 반성, 이재명의 미래), 안중근의사기념관(구국의 결단, 단지동맹 결의), 청와대 앞(정권 재탈환) 등에 정치적 상징성을 부여해 출마 선언 후보지로 제시됐다.
당시 선거캠프에서는 강성 지지층들에 강한 정치적 메시지 전달을 위해 서울구치소를 강력히 관철시키려 했다. 하지만 7월 23일 장 대표의 출마 선언식은 국회박물관에서 이뤄졌다. B 교수는 장 대표가 돌연 장소를 변경했다고 전했다.

A 씨도 “당시 장 의원은 ‘윤어게인’ 세력과 전한길 씨 등에 거부감이 있었다”며 “한동훈계 핵심 인사로 활동했던 자신이 갑자기 강경한 탄핵 반대 노선으로 이동하는 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캠프 핵심 참모들과 장 대표 사이에 전략을 둘러싼 마찰이 불거졌다.
앞서 지난 21일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술자리 욕설 녹취에는 장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이 2025년 7월 사석에서 당대표 경선 전략 등을 이야기하며 일부 인물을 비하하고 욕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A 씨는 해당 대화의 배경에 대해 “장 의원이 참모들의 강경한 선거 전략을 받아들일지 고민하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어게인’ 세력과의 결합이 당대표 당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은 있었지만, 장 의원 자신은 이를 선뜻 수용하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출마 선언에 담긴 정치적 메시지는 캠프가 구상한 전략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장 대표는 이후 국민의힘 당대표 결선투표에서 김문수 후보를 2367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지방선거 패배 후 등장한 ‘올공 정치’
장 대표의 정치적 선택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 6·3 지방선거 이후에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패배로 장 대표 책임론이 거세던 시기,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는 문제가 불거졌고, 선거관리의 적정성과 선거 효력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됐다.
장 대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고 잠실 올림픽공원 집회에도 참석했다. 당내에서는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과 선거관리 문제를 우선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A 씨는 당시 장 대표의 대응에도 B 교수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증언했다. 6월 3일 오후 6시 출구조사가 발표된 직후 장 대표는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잠실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A 씨는 “B 교수가 장 대표에게 즉각 선관위를 찾아 항의하고 이 문제를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B 교수는 해외에서 투표용지 부족 등 선거관리 문제로 재선거가 이뤄진 사례를 검토해 장 대표에게 전달하는 등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이후 ‘올공 운동’이 장 대표의 당내 입지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공 이슈가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사퇴 요구 등 당내 책임론을 돌파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국회 의원총회보다 잠실 개표 현장과 선관위 방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배현진 의원 등 당내 일부 인사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덮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의 참정권이 침해됐으며 선거관리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B 교수 “출마 당시부터 최근까지 전략기획 관여”
이번 취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A 씨의 증언뿐 아니라 당시 전략기획에 관여했다는 B 교수의 증언이다. B 교수는 일요신문에 “장 대표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당시부터 최근까지 전략기획과 메시지 작성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B 교수는 ‘찬탄 대 반탄의 선거구도’ ‘윤어게인 세력과의 결합’ ‘지방선거 이후 올림픽공원 재선거 이슈 대응’ ‘당 중앙윤리위원회를 둘러싼 정치적 대응’ 등이 자신의 전략적 판단과 관련이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장 대표의 정치 행보에 관한 A 씨의 증언이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장 대표 측은 녹취 공개에 대해 정치 공세로 규정했다. 당 대표실은 사적 대화의 녹취·유포 경위에 위법 소지가 있다며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녹취록 논란이 있었던 21일 당일, 장 대표는 또 다시 올공 시위 현장을 방문해 ‘이전(녹취 당시)에는 부정선거를 믿지 않았으나, 올공 시위로 인해 생각이 변화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10월 28일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의 투표지 공개검증을 앞두고 다시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하지만 정치 노선의 선택 배경과 전략 관여 등의 의혹을 묻는 일요신문의 취재에는 응하지 않았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