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입 사업장 52.5% 부담 호소…의무화 이전 근속분은 사외적립 의무 제외

퇴직급여 사외적립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지급할 퇴직급여 재원을 기업 내부에 보유하는 대신 외부 금융기관 등에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이 경영난에 빠지거나 도산하더라도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지난해 전체 임금체불액 가운데 퇴직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1.1%로 금액은 8229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의무화에 따른 중소·영세사업장의 재정 부담이 과제로 꼽힌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올해 4~7월 퇴직연금 미도입 사업장 1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52.5%가 사외적립 의무화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15.6%는 ‘매우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특히 2024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0.6%에 그쳤다. 5~9인 사업장도 32.7%에 불과했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퇴직연금 도입률이 낮아 의무화에 따른 준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정부 발표와 관련해 논평을 내고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는 사실상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치인 만큼 중소·영세 사업장의 재정 여건과 제도 운영 부담을 충분히 고려해 좀 더 세심한 단계적 시행과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의무화 시점보다 먼저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30인 미만 중소기업에 최저임금의 130% 미만을 받는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 부담금의 10%를 지원한다. 퇴직연금을 신규 도입한 50인 미만 중소기업에는 경영자금 융자 시 대출금리의 2%포인트를 보전한다.
한편 퇴직금 체불 예방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의무화 이전 근속기간에 대한 사외적립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점도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정부는 사업장 규모별 의무화 시행 시점 이후 발생하는 계속근로기간부터 사외적립 의무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30년부터 의무화되는 사업장에서 2020년부터 근무한 노동자의 경우 시행 이전 10년 동안 발생한 퇴직급여는 새 사외적립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존 퇴직금 지급 의무는 유지되지만, 해당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급여 재원이 사업장 외부에 적립되지 않은 경우 경영 악화나 폐업에 따른 체불 위험은 남을 수 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