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일각 실효성 의문 속 강경파·혁신당은 즉각 탄핵 압박…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까지 겹쳐 지도부 부담

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하고 11월 5일 국회 본회의에 요구서를 보고할 계획이다. 천준호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29일 비상계엄 이후 행보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대법관 재제청 논란, 업무추진비 의혹, 김건희 씨 재판 지연 의혹 등 다섯 가지를 조사 대상으로 제시했다.
지도부는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28일 당 유튜브 방송 ‘민티07’에서 “조희대 사법부 문제의 디테일이 충분히 전달돼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것들을 점검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조금 더 충실히 가져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도 특검이 법원과 대립하기 어려웠다며 계엄 당시 심야 회의와 조희대 대법원장의 행적을 추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정했으니 따라야겠지만 국정조사로 새로 밝혀질 게 딱히 있을지 의문”이라며 “시간 끌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민생 의제를 주도하지 못해 결국 떠밀리듯 국정조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29일 “실효적인 성과를 거둘까에 대해 아직 확신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치적 시기를 놓쳤다는 목소리도 있다. 친명계 한 민주당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데 지금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건 너무 늦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당 지지율이 좋았을 때는 국정조사든 탄핵이든 추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 지지율도 좋지 않고 여론조사에서도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원하지 않는 국민이 더 많다”며 “지금 국정조사를 추진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사 대상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친청계 한 민주당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비상계엄 당시 행보는 1차 내란특검과 종합특검에서 각각 불기소와 고발 각하 처분을 받은 사안이다. 두 번이나 수사력을 총동원했는데 새로운 사실관계를 밝혀내지 못했다. 국정조사를 한다고 조희대 대법원장이 나와 증언할 리도 만무하다”며 “업무추진비도 마찬가지다. 감사원에서 고발할 만한 사유를 찾지 못했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해당 의원은 “결국 남는 것은 대법관 재제청 문제와 김건희 씨 재판 지연 의혹,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과정인데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두고 국회에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도대체 무엇을 위한 국정조사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 강경파는 국정조사가 탄핵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은 28일 “한시라도 빨리 조희대 탄핵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도 조희대 대법원장이 피해자처럼 비칠 수 있다며 즉각 탄핵을 요구했다.
조국혁신당은 국정조사가 탄핵을 지연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압박한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는 29일 “국정조사는 실효적 방편이고 존중돼야 할 제도임은 분명하지만, 탄핵 회피의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정조사에 강제 수사권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정조사와 탄핵을 병행하고, 11월 5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처리하자고 촉구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28일 YTN 라디오에서 “민주당 대표의 결정이 믿음이 안 간다”며 “국민의힘이 특별위원회 구성에 협조하지 않고 사법부도 재판 관련 사안이라며 답변을 거부하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사법부 탄압으로 규정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국정조사는 탄핵으로 가기 위한 전 단계”라며 “우리의 저항은 이제 의무가 됐다.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삼권분립 위반이라며 저지를 선언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9일 “현실적으로 원내에서 맞서 싸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며 “장외 투쟁을 포함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필리버스터와 국회 보이콧도 거론된다.
법조계에서는 국정조사가 개별 재판의 판단이나 진행 과정까지 파고들 경우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당이 조사 대상으로 제시한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과 김건희 씨 재판 지연 의혹은 모두 개별 재판과 관련된 사안이다. 국회가 판결의 적절성을 따지거나 재판 진행 과정에 대해 대법원장에게 해명을 요구할 경우 사실상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헌법은 국회의 국정조사권과 법관의 독립을 모두 보장하지만,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계속 중인 재판이나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조사권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명예교수는 “대법관 재제청은 개별 재판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정조사가 가능하지만 이재명 대통령 파기환송 등 재판이 연루된 조사 대상은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봤다. 김승대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행정이라면 법원행정처장이 있는데, 대법원장을 소환하는 건 사법권 독립 침해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