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당 조희대 탄핵안 공개, 친청계 탄핵 추진 요구 압박…실익과 역풍 고민 속 김민석 신중론 고수

신장식 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 ‘12·3 비상계엄 해제’ 상징석 앞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서 “12·3 내란을 물리쳤듯, 사법 쿠데타도 국회가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법치주의 수호를 위해 더 이상 조희대 대법원장의 위헌, 위법, 탈법, 정치질을 한 치도 용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역풍을 운운하는 이들은 내란 잔당인 국민의힘과 윤어게인 세력뿐”이라며 “무엇이든 함께할 수 있는 일을 빨리, 함께 해내자”고 했다.
10월 21일 김준형 혁신당 원내대표는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전달했다. 김 원내대표는 “진보 정당 공동 TF 구성과 10월 말(10월 31일 김건희) 구속 만료 전 입장정리를 요청했고 한 원내대표도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혁신당이 먼저 ‘조희대 탄핵안’을 공개하면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민주당이 동의할 경우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 정족수를 충족할 수 있다. 대법원장 탄핵 소추안 발의 정족수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다. 의결 정족수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151명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민주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한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와의 회동은 탄핵 소추안에 대한 혁신당 측 입장을 청취하는 차원이라며 말을 아꼈다. 탄핵소추안에 대한 민주당 입장을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혁신당뿐 아니라 민주당 안에서도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 중”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서도 “여러 안을 놓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알렸다.

김 대표는 탄핵 추진은 군불만 피우면서 정치적 부담은 피하고,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취임 직후 ‘대법관 서면 제청 사태’가 발생하자 친청계 최고위원들과 함께 조 대법원장에게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10월 16일에는 민주당 유튜브 방송 ‘민티07’에서 “어느 시점까지는 탄핵의 ‘ㅌ’자도 내지 않았다”면서도 “이제는 모든 사안과 방법,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조희대 탄핵론’을 언급했다.
그러나 혁신당의 탄핵안 공개로 김 대표는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두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됐다. 반명 진영 구심점으로 꼽히는 김어준 씨는 10월 20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즉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보수 진영의 영웅이 되기 위해 김건희 씨를 석방하고 이 대통령 재판을 재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친청계가 움직였다. 10월 21일 최민희 최고위원은 소셜미디어(SNS)에 “조희대 탄핵신중론을 존중하지만, 동의하기 힘들다. 조희대 탄핵 사유가 넘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정청래 의원은 10월 22일 SNS에 “정치는 타이밍이다. 개혁은 행동이다. 조희대를 탄핵하라”고 했다. ‘조희대 때리기’만으로는 더 이상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정가에선 김 대표가 조희대 탄핵 카드를 쉽게 꺼내진 않을 것으로 본다. 김 대표로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분석에서다. 이는 10월 21일 MBC ‘뉴스외전’에 나온 이연희 민주당 의원 말에서 잘 드러난다. 이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 국무총리 감사원장 법무부·행안부 장관 탄핵을 추진했고, 이 중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만 성공했다. 여기에 사법부 수장까지 탄핵을 시도하면 다수당이 삼권분립을 훼손하면서 폭주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게 이 의원 발언 취지였다.
이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안을 인용할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탄핵심판 16건 중 파면은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과 조지호 경찰청장 등 3건에 불과하다.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손준성 검사) 등 법 위반이 인정됐음에도 기각된 사례가 있었다. 조 대법원장 임기가 2027년 6월 종료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헌재가 각하할 가능성도 있다.
이 의원은 “6개월 동안 사법부 탄핵으로 거의 전쟁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텐데, 민생과 경제를 살려야 되는 그런 집권 여당의 중차대한 국정과제가 있는데, 이 시기를 사법부와의 전쟁으로 대법원장 탄핵으로 정국을 만들게 되면, 그것은 실익이 없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대표는 10월 22일 ‘민티07’에서 “우리는 이미 조희대 대법원장이 헌법과 법률을 많은 부분에서 어기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면서도 “탄핵을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와 공감이 매우 중요하지 않나”며 신중론을 고수했다. 김 대표는 “국민적인 설득과 동의를 높여가는 것 또한 저희의 책임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그런 과정의 일환으로 국정조사도 지금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어서 그런 부분을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탄핵에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며 “지금 어떤 작은 이유로 탄핵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그래서 탄핵은 명분과 이유가 국민에게 잘 전달되는 상황에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정조사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10월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과연 이 국정조사를 통해서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정조사에 나올 것인가. 이것도 사실 의문”이라고 했다.
결국 여론의 향방에 따라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10월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 탄핵 찬성 의견은 34%, 반대 의견은 39%로 조사됐다. 진보층에서는 64%가 찬성했고, 보수층에서는 61%가 반대했다. 중도층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각각 34%로 같았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석방 여부가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만약 법원이 김건희를 석방하면, 사법부를 성토하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조희대 탄핵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 추진 여부를 판단할 정량적 기준을 세우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조사 등에 대한 추진 일정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한다. 지도부 한 관계자는 “결국 국민의 생각이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국정조사를 먼저 하고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되면 탄핵도 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