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빵빵…‘괴물본색’ 믿어봐
류현진이 신인왕을 차지하게 된다면 한국인으로는 첫 번째, 동양인으로는 네 번째 수상자가 된다. 사진은 류현진이 16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그라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에도 메이저리그에는 수많은 신인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팜이 튼튼해야 진정한 강팀’이라는 말처럼, 양키스와 최근의 다저스가 아니고서는 유망주들의 뒷받침 없이 치열한 메이저리그 세계에서 살아남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때문에 각 메이저리그 팀들은 언제나 유망주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메이저리그 입성이 임박한 유망주 가운데 류현진의 위치는 어느 정도 될까.
유망주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올 시즌 류현진을 유망주 전체 42위에 랭크시켰다. 다저스 팀 내에서는 1위, 투수로는 18위에 해당하는 위치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그의 올림픽 결승전에서의 활약을 거론했으며, 류현진이 당장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수 있는 구질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카우터의 말을 인용해 체인지업을 최고의 변화구라고 소개했으며, 슬라이더와 커브의 평가 역시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다만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그의 고등학교 시절 토미존 수술 경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신인왕 달성을 위해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할까. 일단 그에 앞서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가 신인왕을 차지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이다. MVP 수상과 같은 맥락으로 매일 경기에 나서는 타자에 비해 투수, 게다가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다는 가정 아래 33~34차례 등판에 불과한 선발 투수가 신인왕을 따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실제 1990년 이후 지난 23년간 배출된 각 리그 한 명씩 총 46명의 신인왕 수상자 가운데 투수가 신인왕을 차지한 것은 11차례, 그 중 선발 투수는 5명에 불과했다. 가장 최근은 2006년의 저스틴 벌랜더로, 당시 그는 17승 9패 3.63의 평균자책점과 124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바 있다.
류현진이 불펜 투구를 마친 뒤 포수 페데로위츠와 이런저런 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가정 하에 풀타임 선발로 활약할 수 있다면, 두 자릿수 승수는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수치임은 틀림없다. 본인의 호투가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올 시즌 다저스 타선은 지난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시즌 다저스는 득점이 리그 13위에 그친 바 있다. 시즌 중반 헨리 라미레즈와 아드리안 곤잘레스를 영입했음에도 별다른 소득은 올리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올 시즌 지난해 곤잘레스와 같이 합류한 칼 크로포드가 부상에서 복귀할 예정이며, 햄스트링 부상으로 56경기에 결장한 맷 켐프만 건강하다면 지난 시즌보다 한층 강화된 타선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다저스의 스프링캠프를 찾은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아무리 거물급 선수를 영입한다 하더라도, 팀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막판과 올 스프링캠프 과정에서 팀 케미스트리 부분도 한층 강화됐을 것이기에 올 시즌은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저스타디움이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이라는 점도 류현진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다저스타디움은 구장의 특성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는 파크 팩터에서, 지난해 리그에서 4번째로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인 것으로 평가됐다. 박찬호 역시 다저스타디움에서 그가 20이닝 이상을 소화한 구장 중 가장 좋은 2.9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바 있다. 또한 피홈런이 다소 많은 류현진의 특성을 고려하면, 외야가 넓고 먼 다저스타디움은 분명 호재로 다가올 것이다.
한국 무대에서 불과 7시즌을 뛰었음에도 탈삼진 통산 순위에서 10위에 올라있는 류현진의 탈삼진 능력은 시범경기부터 이미 입증이 되고 있다. 지난 12일(한국시간) 밀워키 전까지 류현진은 10.2이닝 동안 12개의 삼진을 잡아냄으로써 이닝 당 한 개가 넘는 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주로 결정구로 삼는 체인지업은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커브의 위력도 배가되고 있다.
신인왕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도 필요하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다르빗슈는 16승 9패 평균자책점 3.91과 22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지만, MVP급 활약을 펼친 마이크 트라웃 등에 밀려 신인왕 투표에서 3위에 그친 바 있다. 또한 애리조나의 웨이드 마일리가 16승 11패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했음에도, 타율 .270 22홈런 59타점을 기록한 브라이스 하퍼에게 신인왕을 내준 사실은, 선발 투수가 신인왕을 차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입증해주고 있다.
류현진이 현재 당면한 과제는 신인왕이 아닌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밀워키 전 이후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의 실패에 대해 걱정하지 않느냐’는 미국 현지 기자의 질문에 ‘전혀’라는 짧은 한마디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결코 쉬운 도전은 아니지만, 류현진은 신인왕을 차지하고 싶다고 했다. 올 연말, 단 한 번의 기회만이 주어지기에 더욱 특별한 신인왕의 자리에 류현진이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
류현진 신인왕 경쟁자는 누구 타베라스·콜 ‘호시탐탐’ 왼쪽부터 오스카 타베라스, 게릿 콜 2011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라운드 1순위로 피츠버그에 지명된 게릿 콜도 메이저리그 입성을 앞두고 있다. 콜은 지난해 상위 싱글A에서 시즌을 시작해 트리플A까지 진출할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고 98마일의 직구 구속을 자랑하는 콜은, 빼어난 제구력뿐만 아니라 탈삼진 능력도 갖추고 있어 차세대 피츠버그의 에이스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콜 역시 시즌 시작은 트리플A에서 시작할 예정이지만, 빈약한 피츠버그의 선발 마운드를 고려하면 시즌 중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를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애리조나의 좌완 타일러 스캑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 유망주며, 지난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포함된 세인트루이스의 쉘비 밀러, 100마일의 강속구를 뿌리는 트레버 로젠달 역시 류현진의 강력한 신인왕 경쟁자들로 손꼽히고 있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