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 목걸이, 2억짜리 해외여행… “일본판 마리 앙투아네트”
일본 마사코 왕세자비의 헤픈 씀씀이에 대한 언론과 네티즌의 비난이 일고 있다. 작은 사진은 관련 기사를 실은 <주간문춘>. 로이터/뉴시스
왕세자비는 주로 해외여행에서 돈을 물 쓰듯 사용했다. 요양 차 2주 다녀온 네덜란드 여행 경비는 무려 2300만 엔(약 2억 7500만 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페라가모, 샤넬, 불가리 등 많은 명품 브랜드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가 보도되자 ‘불황인 시기에 세금을 너무 많이 쓰는 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왕족은 검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마사코 왕세자비의 근황을 <주간문춘>을 중심으로 들여다봤다.
“티파니 같은 명품 보석브랜드에서 이것저것 사는 여성은 곤란하다.” 나루히토 일본 왕세자(53) 는 청년시절 ‘어떤 여성과 결혼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었다. 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의 아내 마사코 왕세자비(49)는 200만 엔(약 2400만 원) 상당의 불가리 목걸이를 포함해 다수의 보석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녀는 비싼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고, 도쿄 중심가에서 호화로운 명품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장기불황 속에 절약습관이 강해진 일본인들. 이러한 왕세자비의 낭비벽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당연히 고울 리 없다. 혈세 낭비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1년 왕세자 부부의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11)가 야마나카호수로 현장학습을 나갔을 때, 왕세자비가 따라나선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왕세자비는 1박에 12만 엔(약 140만 원)인 호텔 스위트룸 숙박료와 10여 명의 수행직원들 경비까지 포함해 2박 3일 동안 총 58만 엔(약 690만 원)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몇 년간 마사코 왕세자비는 건강상의 이유로 지방방문 행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을 정도로 외부와의 접촉을 기피해 왔다. 이에 대해 일본 네티즌들은 왕세자비가 공식석상 참석 의무를 피하면서도 사치스런 사적인 외출은 계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2006년 8월, 왕세자비가 요양 차 2주간 일정으로 갔다 온 네덜란드 여행도 논란이 됐다. 올해 결혼 20주년이 되는 마사코 왕세자비는 지난 10년간 스트레스에 따른 적응장애로 요양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당시 네덜란드 여행도 치료 목적이었지만 민간인 미용사를 대동하고, 수행한 궁내청 직원들이 퍼스트 혹은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는 등 총 경비가 무려 2300만 엔(약 2억 7500만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문춘>은 “치료 목적으로 지난 10년간 수억 엔 단위의 세금이 투입됐지만, 마사코 왕세자비는 공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다수의 일본 네티즌들 역시 “스트레스와 적응장애 치료를 굳이 비싼 해외여행으로 할 이유가 있는가”, “치료 목적인데 대체 미용사는 왜 필요한가”라며 비판했다.
평민 출신인 마사코 왕세자비는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외교관으로 활약하던 엘리트 여성으로 1993년 나루히토 왕세자와 결혼했다. 하지만 8년간 자식을 낳지 못해 온갖 압력에 시달려야만 했다. 결국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 어렵게 딸을 낳았으나 이번에는 ‘왕자’가 아니라는 점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왕실생활은 그녀의 자유분방한 사고방식과 여러 차례 어긋났고, 결국 ‘적응장애’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적응장애란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 우울과 같은 정서적 증상이나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것을 가리킨다.
마사코 왕세자비의 수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 79세인 아키히토 일왕이 과로로 수차례 입원하는 등 건강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왕세자 퇴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들이 없는 나루히토 왕세자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럴 경우 나루히토 왕세자가 갖고 있는 왕위 계승 1순위는 동생 후미히토 왕자(47)에게 넘어간다. 일부 언론들은 왕세자 퇴위론이 등장한 배경에는 마사코 왕세자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일본의 종교학자 야마오리 데쓰오(81)는 ‘왕세자 전하, 퇴위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에서 마사코 왕세자비가 적응장애라는 병으로 10년째 요양 중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왕세자가 마사코 왕세자비와 아이코 공주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선택해도 좋은 시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대를 이을 아들이 있는 후미히토 왕자가 나루히토 왕세자 대신 왕위를 물려받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왕세자 퇴위론은 말도 안 된다며 중도하차를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또 마사코 왕세자비를 ‘일본 왕실에 갇힌 나비’로 비유하며 동정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들은 이번 왕세자비의 낭비벽 논란에 대해서도 “특별히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나라가 기울 정도의 낭비를 한 것은 아니다”면서 “마사코 왕세자비를 흠집 내기 위해 궁내청에서 일부러 지출 정보 내역을 흘린 것일 수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여섯 살 히사히토 왕손 이세신궁 첫 참배 설왕설래 하필 ‘왕세자 퇴위론’ 거론될 때에… 히사히토는 일본 왕실에서 41년 만에 태어난 왕자로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주인공. 큰아버지인 나루히토 왕세자와 아버지에 이어 3번째 순위의 왕위 계승자로 미래의 일왕 등극이 예약돼 있는 상태다. 귀하게 태어난 왕손인 만큼 히사히토에 대한 열도의 관심은 지대하다. TV에 신궁을 참배하는 히사히토 모습이 방영되자 일본 네티즌들은 “참배할 정도로 왕손이 훌륭하게 성장해 기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나루히토 왕세자 퇴위론’과 맞물려서인지 후미히토 왕자 부부 행보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또한 일부 일본 네티즌들은 왕위 계승을 둘러싼 형제다툼은 일어나질 않길 바란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