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 구린 ‘꼬까옷’ 지급에 아우성만
▲ 농협중앙회가 지급한 근무복의 질이 현격히 떨어져 문제가 되고 있다. | ||
특히 노조는 농협중앙회가 ‘국내산’이라고 말했던 근무복이 ‘중국산’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근무복을 납품했던 업체들의 로비설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세종증권 매각 의혹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르고 있는 농협중앙회에 또 다른 파문이 일 전망이다.
농협중앙회는 2년마다 전국에 있는 단위농협을 포함한 전국 농협 여직원들에게 근무복을 지급한다. 그런데 이 근무복에 대한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아 불만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노조는 그동안 여러 차례 품질개선 및 제작과정 참여 등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근무복 제작 및 지급은 ‘고유의 권한’이라며 일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9월에도 전체 여직원 3만여 명에게 새로운 근무복을 지급했다. 이 근무복을 입고 근무를 시작한 10월 초부터 민원이 폭주했다. 현재 많은 여직원들은 새로 지급된 근무복이 ‘일하기 힘들 정도로 불편하고 질이 떨어진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일부 여직원들은 이 옷으로 인해 알레르기 및 발진 등 피부질환에 걸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여직원은 “병원에 가보니 의사가 ‘혹시 새로 옷을 바꿔 입지 않았느냐. 그것 때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여직원도 “어릴 때 완치됐던 아토피가 이 근무복을 입고 난 후 재발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도저히 입을 수 없어 자비를 들여 똑같은 근무복을 맞춰 입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재 노조는 한 환경단체에 근무복과 피부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다. 남주연 노조 여성부국장은 “여성에게만 차별적으로 강요되고 있는 근무복인데 이것마저도 수준 이하가 지급돼 많은 여직원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동안 불편함을 감수해왔지만 이제는 우리의 요구를 관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여직원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또 있다. 바로 근무복이 ‘중국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동안 농협중앙회는 근무복의 원단이 국내산일 뿐 아니라 제작도 국내에서 이루어진다고 밝혀왔다. ‘신토불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MADE IN CHNIA’라는 라벨이 붙은 근무복이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또한 노조는 농협중앙회가 이러한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부분의 근무복들이 라벨 밑 부분이 잘린 채로 지급됐는데 그 곳에 ‘MADE IN CHNIA’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남주연 부국장은 “자연(Nature)과 휴먼(Human)을 상징한다며 ‘NH’로 간판도 바꿔 달은 농협중앙회가 직원들을 속여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옷을 지급한 것은 여전히 농협 개혁으로 가는 길이 멀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조 주장대로 근무복이 ‘중국산’이라면 원가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농협중앙회가 밝힌 근무복 한 세트의 생산원가는 20만 원가량. 하지만 노조는 여러 의류업체에 의뢰, 감정해 본 결과 근무복 한 세트를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6만 7000원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량생산할 경우 그 원가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의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1만 벌의 제작을 주문받으면 30%가량은 덤으로 공급하는 것이 관례”라며 이를 뒷받침했다.
이 때문에 노조는 납품업체가 수십억 원의 부당차익을 올렸을 수도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납품업체에 선정되기 위해 농협중앙회에 쓴 로비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생산원가를 낮추려 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근무복과 관련된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이번 기회에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일단 정확한 조사가 끝난 후에 입장을 밝히겠다.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노조가 농협중앙회 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크게 네 가지다. 농협중앙회의 공개사과 및 책임자 처벌, 근무복 가격 책정 자료 공개, 가장 불만이 많은 블라우스의 즉각 교체, 근무복 제작 및 공급 과정 변경 등이 바로 그것이다. 노조는 이러한 내용들이 담긴 문서를 농협중앙회에 전달하며 회신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노조는 기자회견, 1인 시위, 근무복 반납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다. 전국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무복 재제작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전개해 현재 3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노조는 ‘제대로 된 옷을 입고 편하게 일하자’는 구호를 내세워 법적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근무복 문제를 해결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무총리실에서도 농협의 ‘중국산 의심’ 근무복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탄원서가 접수돼 노조 측을 만나 사실관계 및 입장을 들었다.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에 따르면 노조에서 제기하고 있는 납품과정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