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붙들면 ‘종자돈’ 놔두면 ‘없는 돈’
월급 생활자들이 이 상여금을 잘 활용하면 목돈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상여금은 아무런 의미도 없이 생활비로 쓰이고 만다. “당장의 생활비가 부족한데 상여금이라도 없으면 어떡하느냐”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점 또한 그렇지 않다. 상여금을 재테크에 잘 활용해서 성공한 사례와 무관심하게 상여금을 낭비한 사례를 살펴보자.
K 씨(29)는 중소기업을 다니는 직장 여성이다. 다른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 K 씨의 통장에는 수입에 비해 꽤 많은 돈이 모여 있다. K 씨의 생활방침이 좀 남다르기 때문이다. 1년에 네 번 나오는 상여금을 따로 관리해 전액 저축하는 것. 생활비는 월급으로만 충당하고 있다. 물론 아직 미혼이어서 어머니께 매월 생활비조로 일정금액을 드리고 최소한의 용돈을 제외한 나머지 월 80만 원 정도를 저축하고 있다.
보통의 여성 직장인들은 상여금이 나오면 해외여행 계획을 세운다든지 아니면 평소에 찍어놓은 명품을 사는 등 소비하려고 하지만 K 씨는 상여금이 나오면 저축은행에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넣는다. 처음에는 적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금액도 커지고 1년 만기가 되면 다시 나오는 상여금을 합해서 더 큰 금액을 정기예금에 예치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7년가량 직장생활을 한 K 씨의 상여금 저축액은 상당하다. 액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평소 K 씨의 생활을 감안해보면 지금까지 7000만 원 정도는 저축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K 씨는 상여금을 글자 그대로 자신이 일한 성과에 추가된 금액이라고 생각하고 본인의 월급, 즉 고정된 수입이 아니라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는 수입이라고 생각하고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K 씨 목표는 1억 원 정도가 모이면 결혼을 하는 것이다. 결혼을 해도 당연히 상여금 저축은 계속될 것이고 결혼자금도 최소화해서 통장을 배불릴 계획이란다.
B 씨(34)는 대기업의 대리급 사원이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을 나와서 지금 6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모아 놓은 돈은 많지가 않다. 우선 월급의 50%는 부모에게 생활비로 드리고 나머지를 저축과 용돈으로 지출하고 있다. 대기업이다 보니 중소기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급여가 많기는 하지만 공제하는 것도 많아서 실수령액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그의 저축액은 결혼하면 살게 될 집의 전세자금을 겨우 마련한 정도다.
B 씨는 상여금이 나오면 자동차 할부금이나 여행자금으로 전부 소모해버리고 있다. 승용차도 3년마다 교체를 해서 지금은 벌써 세 번째 차로 할부금만 해도 꽤 된다. 승용차도 사실 보너스가 나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샀다고 한다. 승용차가 있다 보니 유지비도 만만치가 않다. 보험료 유류비 수리비 주차비 통행료 등을 합하면 월 60만~70만 원이 날아간다. 게다가 주말에 여자친구와 드라이브나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지출은 100만 원에 가까워진다.
아무리 대기업 직원이라고 해도 상여금을 주로 소비적인 면에다 지출하다 보니 B 씨의 생활은 적자인생이다. 얼마 전 필자를 찾아온 그의 얼굴엔 자신의 나태하고 낭비적인 생활에 대해 후회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런 그에게 필자는 보너스를 전부 저축하라고 충고했다. 보너스가 없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생활비를 줄여야 하는지 스스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여자친구가 B 씨의 긴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되긴 했다. 하지만 올해 ‘기축년은 긴축년’이라 할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 그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여자친구와의 결혼은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을지 모른다.
직업군인인 O 하사(27)는 지독한 저축으로 재테크 성공이 훤히 보이는 훌륭한 청년이었다. 하사 4년차지만 한 달에 100만 원 가까이 저축을 한다. 비결은 간단하다. 월급에서 기본적인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전부 통장에 넣는다. 업무 특성상 매월 나오는 고정적인 출장비도 아끼고 상여금은 당연히 전액 저축한다. 그는 최소한 월급의 70%와 상여금 전액 저축을 목표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그의 통장엔 4000만 원에 가까운 돈이 모여 있다.
요즘은 후배들이 O 하사에게 어떤 방법으로 절약을 하고 저축을 하는지 상담하러 온다고 한다. 그때마다 O 하사는 “상여금은 무조건 저축해라. 월급 이외의 돈을 공돈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 공돈이 종자돈이 된다”고 주문처럼 읊어준다.
소중한 자산이니 쓸 생각을 버리고 종자돈으로 모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O 하사야말로 재테크 전쟁의 승리자다. 그는 상여금을 부대 근처 단위농협에 정기예금으로 넣는다. 단위농협 예금이 왜 좋은지는 ‘김 대리 1억 만들기’를 읽은 독자라면 다 안다.
재테크를 원하는 직장인이라면 O 하사처럼 상여금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변해야 한다. 더 큰 재테크의 종자돈을 만드는 첫 번째 길이라고 생각하고 상여금은 무조건 저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하면 확실히 재테크의 승자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상여금을 저축하려면 절약을 생활화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한치호 ㈜한원인포 대표 one1019@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