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매 어때요?’ 알몸 사진도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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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털 게시판이나 얼짱 카페에는 10대들이 ‘몸매 평가를 원한다’며 노출 사진을 올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제가슴 어때요? 큰가요?”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10대들의 얼짱 카페에 들어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제목이다. 게시물에 들어가 보면 “외모나 몸매에 대한 평가를 바란다”는 글과 함께 사진이 공개돼 있다. 짧은 치마에 가슴이 깊게 파인 옷 등 얼핏 봐서는 10대인지 20대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글 밑에는 수십 개의 댓글들이 달려있다. 사진의 수위가 높을수록 반응은 폭발적이다. 대부분 “너무 예쁘다”, “부럽다”, “만나보고 싶다” 등의 댓글이지만,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이 담긴 내용의 댓글들도 상당수 보인다.
그렇다면 10대 학생들은 왜 이런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일까. 얼짱 카페에 몸매 평가 사진을 올린 A 양은 솔직히 남들에게 예쁘다는 소리가 듣고 싶어 사진을 올린다고 했다. 그는 “남들이 내 사진을 보고 칭찬해주면 기분이 좋다”며 “그러다보니 기대치를 채워주고 싶어 더 대담하고 노출이 심한 사진을 찍어 올린다”고 밝혔다. 실제로 자신의 몸매를 노출한 사진을 올린 10대 청소년들은 사진에 달린 댓글들에 일일이 답변을 하며 그들의 호응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얼짱 카페에서 구경만 한다는 B 양은 “사진을 올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아이들을 보면 부럽다”며 “나도 몸매 좋고 외모가 됐다면 사진을 찍어 올렸을 것”이라고 속상해했다.
상대적으로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카페에 비해 신상정보의 노출이 적은 트위터에서 10대 청소년들의 노출의 수위는 더욱 높아진다. 이들은 트위터 자신의 본 계정은 따로 두고, 개인신상 정보를 다 감춘 다른 계정을 하나 더 만드는, 일명 ‘세컨트윗’을 이용해 감추어진 욕구를 마음껏 방출한다. 세컨트윗의 프로필을 보면 자신을 10대 학생이라고 소개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대부분이 성적인 이야기나 농담, 그리고 자신의 몸매 사진들을 올려놓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진들이 대놓고 모두 다 벗은 채 가슴이나 중요부위들까지 찍은 것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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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신상 정보를 감춘 ‘세컨트윗’은 여학생들의 노출 수위가 높고 일탈 창구로 악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진을 올리는 10대 청소년 중에는 사진, 신상정보 도용이나 성폭력 등 2차 피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얼짱 카페에 사진을 올린 A 양은 “어차피 개인 신상은 올리지 않고 얼굴도 지워서 올리기 때문에 네티즌들한테 신상이 털릴 일은 거의 없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사진과 신상정보의 도용으로 피해를 입는 10대들도 있었다. 강 아무개 양(19)은 요즘 모르는 남자들에게 매일 연락이 와 고통을 받고 있다. 얼마 전 헤어진 남자친구가 앙심을 품고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내 얼굴, 몸매 평가 좀 해주세요. 만나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는 등의 글과 함께 강 양의 전화번호와 사진을 퍼뜨리고 다닌 것이다. 강 양은 “하루에도 10통 이상 ‘게시판 보고 연락드린다. 한번 만나고 싶다’ 등의 문자를 받는다. 무시하고 답장을 안 하면 욕설이나,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음담패설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며 “10대뿐만 아니라 30대 남성들까지 연락을 취해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몸매 평가’를 부탁하는 사진 중 도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여러 사이트의 게시판에 동시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속 여성이 그 사이트들에 모두 올렸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사진이 도용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얼짱 카페를 이용하는 B 양은 “다른 사람의 사진을 올리면 게시판 이용자들에게 금방 들킨다. 그럼 댓글로 욕이 잔뜩 달린다. 남들에게 관심 받고 싶어서 사진을 올리는 아이들이 왜 욕먹을 짓을 하겠나. 자기 사진을 찍어 올리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성문화센터의 한 관계자는 대중문화가 이런 현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는 아이돌 가수나 연예인들이 노출이 심한 모습으로 TV나 인터넷 등에 나와도 지탄을 받기는커녕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성에 대한 인식과 관념이 아직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은 10대 청소년들이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노출을 통한 왜곡된 성문화로 표출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