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타이페이 동쪽에 위치한 허우통 마을에 가면 고양이 구경을 원 없이 할 수 있다. 한때 광산촌이었던 이 마을은 이제 ‘고양이 마을’ 혹은 ‘고양이 메카’라고 불릴 만큼 길거리 고양이들의 천국이 됐다. 사연은 이렇다. 7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대만에서 가장 번성한 석탄 도시였던 이 마을은 석유와 전기의 도입으로 점차 쇠락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하나둘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으며, 한때 6000명이었던 인구는 200명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죽은 도시로 변했던 이 마을에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떠돌이 고양이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부터였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고양이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던 것.
그리고 2008년 한 애묘가가 이 마을에서 몇 차례 고양이 사진 이벤트를 열었고,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 사진들은 곧 인터넷 애묘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퍼져 나갔다. 그러면서 자연히 촬영 장소에 대한 궁금증이 늘어났고, 허우통 마을은 그렇게 고양이 구경을 하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고양이 덕에 마을 주민들의 생활고도 자연히 해결됐다. 주민들은 고양이 기념품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거나 고양이 모양의 과자를 파는 노점상을 여는 등 고양이 덕분에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가 됐다.
아무튼 개 팔자가 상팔자란 말은 여기선 안 통한다.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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