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금 주겠다” 망치로 손가락 쾅…20억 챙긴 일당 적발

[일요신문] 건축현장에 근로자로 위장취업한 뒤 손가락을 일부러 부러뜨린 후 산업재해로 가장해 수십억 원의 산재보험금을 타낸 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산업재해를 입은 것처럼 꾸며 장애급여와 요양급여 등을 타낸 혐의(산업재해보상보험법위반 등)로 이 아무개 씨(70) 등 20명을 구속기소하고 김 아무개 씨(66) 등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8일 전했다. 또한 달아난 차 아무개 씨(46) 등 3명은 기소중지했다.

이 씨 등 4명은 지난 2008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대구와 경북 경산·구미 등 전국의 건설현장을 돌며 근로자 강 아무개 씨(58) 등 돈이 필요한 21명에게 접근해 “마취를 하고 손가락을 골절시키면 아프지 않고 돈도 나온다”고 제의해 범행에 가담시켰다.

이후 이들은 마취제, 손가락 골절기, 망치 등을 이용해 가담자들의 손가락을 고의로 부러뜨린 후 산업재해로 가장해 근로복지공단과 손해보험사 등으로부터 장애급여 등의 명목으로 총 20여억 원을 받아 가로챘다.

특히 이 씨 등 주범 4명은 손가락을 부러뜨린 사람의 통장을 보관하면서 보험금을 받은 뒤 일부만 지급하고, 절반 이상은 자신들이 나눠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손가락이 부러진 이들 대부분은 손가락을 구부리지 못하는 등 장애를 앓게 됐다. 반면 이 씨 등 주범들은 타낸 보험금으로 고급승용차를 끌고 다니며 호화생활을 누린 것으로 전해진다.

서부지청 박윤해 차장검사는 “이 씨 일당은 공사현장을 찾아가 허위 목격자를 미리 내세워 조사에 대비했다”며 “앞으로도 보험금을 편취하는 산업재해 사기단을 발본색원해 엄단하는 등 범죄 예방 및 근절에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