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인맥 ‘빵빵’ 소문… ‘민원처리’ 창구로 통해
이성복 근혜봉사단 전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나란히 찍은 사진을 두고 새누리당 내부에선 대통령과 사진 찍은 사람이 한둘이냐며 거리를 두었다.
사업가 A 씨는 제주도 관광선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고민하던 중 “이성복 ‘근혜봉사단’ 전 회장을 통하면 웬만한 ‘민원처리’는 가능하다”는 주변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고 한다. 올해 초 A 씨는 이 전 회장의 지인으로 알려진 사업가 B 씨에게 1억 5000만 원을 건네며 문제의 ‘청탁’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1억 5000만 원이 이 전 회장에게 건네졌는지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 전 회장이 친박 실세 의원에게 “B 씨를 잘 좀 부탁한다”는 내용의 청을 넣은 것까지는 검찰 조사에서 확인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이 전 회장은 “친박 유력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한 건 맞지만 B 씨로부터 1억 5000만 원은 받지 않았다”며 금품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총 회원수가 300여명 규모에 불과한 민간 봉사조직의 회장이 청탁의 ‘통로’로 이용된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13일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은) 원래 돈 좀 있고, ‘친박’ 인맥이 두터운 사람으로 유명했다. 이 전 회장을 통해 정치인과 연결되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고 들었다. 이 전 회장이 일종의 ‘민원처리’ 창구 역할을 했다는 소문도 있었다”며 “이 전 회장은 새누리당 주요 행사마다 빠짐없이 참석했다. 항상 그 주변엔 사람들이 바글바글 달라붙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이 전화 청탁을 넣은 친박 의원이 누구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어디 한두 명이겠는가. 뒷배가 워낙 든든한지 검찰 수사 중임에도 이번 달 말에 고급 호텔에서 300여 명 규모의 포럼을 개최한다고 들었다. 새누리당 친박계 고위급 인사들의 당 사무실에 벌써 이 전 회장의 초대장이 뿌려졌다”고 주장했다.
취재 결과 ‘이 전 회장이 친박 유력 중진의원들과 친분이 있다’는 관계자의 주장을 접할 수 있었는데 과연 사실일까. 2012년 2월 이 전 회장의 한국비보이연맹 취임식을 들여다보면 가닥이 잡힌다. 당시 이 전 회장의 총재 취임식에는 5선 의원을 지낸 현경대 평화문제연구소 의장,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 김성태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해당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역대 비보이연맹 취임식에 정치 ‘귀빈’들이 대거 참석한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당시 취임식 현장엔 참석하진 않았으나 친박 의원 중 한 명인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과 당시 친이계 여권 실세였던 홍준표 현 경남지사가 고급 화환을 보내와 이목을 끌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이성복 전 회장의 한국비보이연맹 총재 취임식 때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화제가 됐다. 당시 홍준표 의원 등이 보낸 화환도 이목을 끌었다.
이윽고 2010년 11월 이 전 회장이 문제의 ‘근혜봉사단’을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근혜봉사단’은 출범한 지 3년 만에 박근혜 대통령의 3대 사조직으로 단숨에 뛰어올랐다고 한다(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관련된 사조직은 10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박 대통령은 ‘근혜봉사단 창립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대신해 “근혜봉사단이 출범하게 되어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 (중략) ‘근혜봉사단’ 여러분의 건승과 발전을 기원한다”는 내용의 축하 전문을 보냄으로써 사실상 ‘근혜봉사단’과 자신이 연관돼 있음을 인정했다. 박 대통령의 오랜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정복 현 안전행정부 장관도 이날 “근혜봉사단 창립 총회 개최를 축하드리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는 축하 전문을 보내 눈길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 측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박 대통령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사조직을 크게 키웠으며 이를 이용해 ‘청탁 장사’를 했다는 첩보를 최근 검찰이 입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검찰 관계자는 또한 “이 전 회장의 개인비리 혐의로 수사 초점이 맞춰질 것 같지만, 단순 ‘배달사고’일 수도 있어 이 전 회장이 무혐의 처리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첩보가 들어간 부분만 비추어보면 이 전 회장의 ‘친박 인맥설’이 단순히 뜬소문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반면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이 유명무실의 조직을 세우고 박 대통령의 이름을 사칭해 이권에 개입하고 돈을 모았다는 주장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에서는 이 사건에 거의 관심이 없다. 이성복 전 회장이 누구냐고 묻는 보좌진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과 박 대통령이 나란히 찍은 사진을 두고도 앞서의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 사진 찍은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면서 “돈 좀 있는 사업가들이 정치권에서 콩고물을 얻어 보려다 덜미 잡힌 것 아니겠느냐”며 ‘근혜봉사단’과 친박 의원들 간의 청탁 관계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실제로 이 전 회장의 그간 행보를 보면 석연찮은 부분도 발견된다. 일례로 이 전 회장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자신이 총재로 있던 비보이연맹 단체 명의로 각종 임명장을 무작위로 발급해 빈축을 샀다고 한다. 또 이 전 회장은 사전 동의 없이 비보이들을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 행사에 동원해 당시 참여했던 비보이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11월 내부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비보이연맹 총재직에서 물러났다.
사실 여부를 떠나 현직 대통령을 대선 직전까지 도왔던 한 사조직이 검찰 수사를 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청와대로서는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