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어떻게 칼 갈고 있나

자진납부해도 형사처벌 불가피

[일요신문] 검찰은 전두환 씨의 비자금 관리인인 차남 이창석 씨를 구속하고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의심되는 재산을 압류·압수하면서 미납 추징금 수사의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전 씨 일가의 금융거래 내역을 분석하는 한편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부터 장남 재국 씨와 차남 재용 씨 등 전 전 대통령 가족을 줄소환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의 후반전은 재국·재용·재만·효선 등 전 씨 일가의 소환 시기와 사법처리 수위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 씨 측은 처남 이창석 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직전 미납 추징금을 자진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일종의 ‘거래’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구체적인 납부 방식과 규모를 제시하지 않아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처남 이창석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 씨 측이 미납 추징금을 자진납부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검찰 수사를 중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랜 기간 자신의 재산을 빼돌리고 법원 판결에 따른 추징금 납부를 회피한 것은 형사처벌이 불가피 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전 씨 일가가 추징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재산을 숨긴 것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법률은 범죄로 거둔 재산을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꾸민 것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검찰은 추징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비자금 관련 재산을 숨기고 세탁한 전 씨 일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검찰이 실제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재국·재용·재만·효선 등 전 씨 자녀들뿐만 아니라 전 씨 본인까지 구속될 수 있다. 다만 가정의 붕괴를 고려해 아버지와 자녀 등 가족을 함께 구속하는 것은 피해왔던 검찰의 사건처리 관례를 고려하면 비자금 은닉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 중 최소한만 구속하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전 씨가 1931년 생으로 상당히 고령인 점도 구속영장 청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이유로 검찰 역시 사법처리 수위에 대한 결정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사팀 관계자는 “전 씨의 비자금을 관리한 처남 이창석 씨가 구속된 상태인데 비자금 은닉의 핵심인 전 씨에 대한 사법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검찰이 또다시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놓는 것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승희 언론인